기사최종편집일 2024-10-03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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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이제 시작이다

기사입력 2006.06.01 10:13 / 기사수정 2006.06.01 10:13

윤욱재 기자


WBC 맹활약...하라 감독, 4번타자 공언

(엑스포츠 뉴스=윤욱재 기자)  외국인 선수가 일본 최고의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살아남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텃세'가 강하고 다른 팀에서 뛸 때보다 더 큰 부담감을 갖게 된다. 일례로 요미우리에 입단했던 한국인 선수들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조성민, 정민철, 정민태 등 모두 청운의 꿈을 안고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었으나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이승엽이 올시즌 요미우리 유니폼으로 갈아입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게다가 요미우리가 새로 영입한 조 딜런과 포지션이 겹쳐 입단하자마자 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이승엽은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최고 타자로 칭송받으며 맹활약을 펼쳤고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이승엽에게 '4번타자'란 영예로운 선물을 안겨주었다.

이로써 역대 요미우리 70번째 4번타자로 재탄생한 이승엽은 지난 3월 31일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와의 개막전에서 솔로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도쿄돔을 가득 메운 요미우리팬들은 물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것이다.

통산 50호, 역전 끝내기 홈런...거인의 별로 떠오르다

이승엽이 일본의 심장인 도쿄를 또 한 번 흔든 것은 지난 4월 21일 한신전. 이승엽은 연장 11회말 1-2로 뒤지고 있는 가운데 1사 1루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극적인 역전 끝내기 투런을 터뜨렸다. 사실 당시 부진의 늪에 빠질 뻔했던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 큰 의미가 있었다.

이승엽은 가장 잘 나가는 5월이 다가오자 역시 '5월의 사나이'다운 면모를 보이며 홈런 행진을 계속했다. 지난달 5일 야쿠르트 스왈로즈와의 경기에서는 통산 50호 홈런을 터뜨리더니 6일 야쿠르트전에서도 시즌 7호 홈런을 쏘아 올리며 올시즌 첫 두 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이후 일주일 동안 침묵했던 이승엽은 퍼시픽리그팀들과의 교류전이 시작되자 다시 불을 뿜기 시작했다. 지난달 13일 세이부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투런포를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20일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경기에선 솔로포로 시즌 10호를 달성, 일본 진출 후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친정팀' 지바 롯데 마린즈와의 대결도 꽤 흥미로웠다. 이승엽은 지난달 27일과 28일 지바 롯데팬들의 야유 속에서도 연일 홈런포를 가동하며 친정팀에 매운맛을 보여주었다. 이어 이승엽은 30일 니혼햄 파이터즈전에서 솔로 홈런을 추가, 5월에만 8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자신의 월간 최다 홈런 타이를 이뤘다.

한편 이승엽은 지난달 31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니혼햄과의 교류전에서 5타수 3안타 1득점 2타점으로 발군의 활약을 펼치며 '찬란한 5월'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영양가 높여 '진정한 4번타자'로 거듭나라

현재 요미우리는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진 탓에 한신 타이거즈에게 센트럴리그 선두 자리도 빼앗기고 주니치 드래곤즈와 리그 2위를 놓고 힘겨운 싸움을 거듭하고 있다.

게다가 '주포' 다카하시 요시노부의 부상 공백이 겹쳐 이승엽의 책임감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승엽이 득점권 상황에서 특출난 활약을 펼치지 않아 찬스에서 분발이 요구되고 있다. 이승엽은 득점권 상황에서 홈런은 단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타격의 '영양가'를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

진정한 4번타자는 팀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빛을 발하는 법이다. 이승엽도 개인 기록보단 팀 승리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고 앞으로 찬스 상황에서 좀 더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요미우리의 선두 재탈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찬스에 강해지려면 수싸움에서 좀 더 노련해질 필요가 있다. 현재 이승엽은 삼진 53개로 리그 1위에 올라있다. 일본 투수들의 현란한 변화구에 헛스윙했던 게 수차례. 하지만 일본 무대 데뷔 후 가장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기복 없는 플레이만 펼친다면 찬스에서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니혼햄전에서 주자가 있는 가운데 3안타 2타점을 기록한 것은 앞으로 요미우리의 진정한 4번타자로 진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이승엽이 4번타자에 걸맞은 성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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