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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피겨 기대주 김해진, 아직 완성되지 않은 '원석'

기사입력 2010.04.05 03:14 / 기사수정 2010.04.05 03:1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대회가 열리는 날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긴장되는 건 없어요. 평소처럼 똑같이 운동하는 느낌이 들고 재미있게 스케이트를 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2009년 5월, 6급 승급시험에 합격한 김해진(13, 과천중)은 실전 경기에 나가는 긴장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다. 박소연(13)과 함께 6급 시험을 가뿐하게 통과한 그는 얼마 있지 않아 7급 과정도 수료하며 국가대표로 뽑혔다.

그리고 '피겨 여왕' 김연아(20, 고려대) 이후, 초등학생으로서 '국내 피겨 챔피언'에 등극하는 성과도 이룩했다. 올 초에 열린 '제64회 전국남녀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곽민정(16, 군포수리고)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김해진은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 대회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압도적인 점수 차로 우승한 트리글라브 트로피

김해진은 지난 3일, 슬로베니아 예세니체에서 열린 '2010 트리글라브 트로피 피겨 스케이팅 대회' 여자 싱글 노비스(13세 이하) 부분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총점 144.11점을 기록하면서 129.15점으로 2위에 오른 미야하라 사토코(일본)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미야하라와의 점수 차는 무려 14.96점 차이였다.



김해진은 국내 대회에서는 시니어 자격으로 출전했지만 이번 대회는 노비스 부분에 도전했다. 노비스 부분의 기술 요소는 3~4급의 수행 요소와 일치된다. 쇼트프로그램은 시니어와 주니어와 비교해 스핀 하나(플라잉 스핀)가 빠진다.

총 7개의 수행요소로 이뤄진 쇼트프로그램에서 김해진은 49.68점(TES : 30.80, PCS : 18.88)을 기록했다. 또한,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모든 요소를 인정받으면서 94.43점(TES : 53.39, PCS : 41.04)점을 받았다.

트리플 플립으로 프리스케이팅의 포문을 연 김해진은 트리플 룹 + 더블 룹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러츠를 시도했다. 롱프로그램 초반에 배치된 점프 구성은 노비스 선수로서는 매우 높은 난이도다.

그리고 프로그램 말미에 있는 트리플 살코와 트리플 토룹 + 더블 토룹 + 더블 룹, 그리고 더블 악셀 + 시퀀스 점프도 실수 없이 마무리했다.

김해진의 장점은 다양하고 안정된 점프에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스핀과 스파이럴을 갖췄다는 점이다. 김해진은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과 레이백 스핀, 그리고 스파이럴 시퀀스에서 모두 '레벨4'를 기록했다. 플라잉 체인지 스핀에서는 레벨3를 기록했지만 0.7점의 가산점을 챙겼다.

이번 대회 여자 싱글 노비스에 출전한 선수 중, 트리플 러츠를 구사한 스케이터는 김해진밖에 없었다. 준우승을 차지한 미야하라 사토코는 트리플 플립 단독 점프와 트리플 플립에 이른 더블 토룹 점프를 구사했지만 점프의 조합과 난이도에서 김해진을 따라가지 못했다.

기술요소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은 김해진은 프로그램 구성요소에서도 다른 선수들을 앞질렀다. PCS 구성요소 5개에서 트렌지션/풋 워크를 제외하고는 모두 5점대의 점수를 받았다. 41.04점의 PCS 점수는 노비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기록이다.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통계적인 데이터만을 놓고 본다면, 김해진은 주니어 선수에 버금가는 실력을 발휘했다. 프로그램 초반과 후반에 배치된 점프의 난이도는 매우 높았고 스핀과 스파이럴에서도 최고의 레벨을 기록했다.

'제2의 김연아'보다는 아직도 성장 중인 '유망주'

국내 피겨 유망주 대부분이 그러하듯, 김해진도 가장 좋아하는 스케이터로 김연아를 꼽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연아의 앞날에 묘연해지자 '제2의 김연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다행히 김연아 이후, 재능 있는 선수들이 꾸준하게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선수들은 모두 개성이 다르고 김연아의 스타일과도 이질적이다.

또한, 김해진이나 박소연 같은 어린 선수들은 좀 더 성장기가 지나야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김해진은 현재 실전 경기에서 트리플 점프 5가지를 모두 시도하고 있다. 이 점프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무대에서도 모두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트리플 점프는 컨시만큼, '유지'도 매우 중요하다. 점프를 갈고 닦으면서 질을 향상시켜야 '완성'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성장 중인 유망주인 만큼, 좀 더 지켜보는 시선도 필요하다. 김해진은 자신이 걸어가야 할 피겨 인생에서 겨우 첫걸음을 순조롭게 내디뎠을 뿐이다. 첫 걸음이 좋다고 해서 다음의 행보가 모두 순탄하리라고는 예상할 수 없다.

유망주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은 지나친 기대감을 주는 것보다 '성장의 과정'을 꾸준하게 지켜보는 '인내심'이다.

[사진 = 김해진 (c) 엑스포츠뉴스 성대우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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