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3.11 21:26 / 기사수정 2006.03.11 21:26
K리그 디펜딩 챔피언 울산의 야망이 대단하다. 지난 일요일 전북을 제압하고 슈퍼컵을 차지한 자리에서 김정남 감독은 'AFC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우승으로 3관왕을 차지하겠다"고 공헌했다. 김정남 감독 혼자만의 생각도 아니다. 다른 구단 감독들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울산을 이번시즌의 강력한 우승후보라 추켜세우고 있다.
하지만 앞서 리그 타이틀을 차지했던 성남과 수원을 살펴보면 상황은 다르다. K 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무리하게 병행하다 낭패를 봤다. 빡빡한 일정 속에 팀 운영에 한계가 드러났던 것이다. 울산이 그 전례로부터 반드시 예외가 되라는 법은 없다. 과연 디펜딩 챔피언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보여준 울산의 행보는 작년 수원의 그것에 비해서는 무척이나 초라했다. 2004시즌 타이틀을 차지한 수원은 2005시즌 전관왕이라는 목표아래 즉시전력감이 될 많은 선수들을 끌어 모아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거의 없는 이른바 더블 스쿼드를 구축했다. 정규리그와 컵대회는 물론 AFC챔피언스리그와 A3대회 등, 살인적인 일정을 치러내기 위한 대비책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 같은 물량공세도 결국 전기리그를 넘기지 못했고 끊임없이 이어진 주전들의 줄 부상에 팀 전력은 붕괴되고 말았다. 과연 울산은 이 같은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인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울산은 몇몇의 핵심멤버들을 팀에서 떠나보내야만 했다. 우선 팀의 주장을 맡았던 현영민이 러시아의 제니트로 이적했고 이호와 함께 막강한 중원라인을 구축했던 김정우는 J리그의 나고야로 떠났다. 또한 컵대회에서 맹활약 했던 김진용과 김진용의 부상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주었던 이진호는 각각 고향을 찾아. 인생을 찾아, 경남과 광주로 팀을 옮겼다. 무사는 중국으로, 김형범은 전북으로 향했다.
결코 방치할 수 없는 공백들, 울산은 역시 대체자원을 찾아 나섰다. 대전에서 레안드롱을, 브라질에서 비니시우스를 데려와 용병 쿼터를 채웠고 전북으로부터 박동혁과 박규선을 끌어왔다. 예비역 서덕규과 유망주 이상호도 팀 전력에 보강에 한 몫 할 만한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수원의 몰락을 생각한다면 이 같은 울산의 선수영입은 불안하기만 하다. 중원을 책임 질 이호의 짝은 여전히 마땅하지 않고 박규선이나 이종민 같은 사이드 플레이어들은 현영민, 박진섭이 가지고 있는 수비력과 거리가 있다. 또한 김진용과 같이 힘과 스피드를 모두 겸비한 멀티플스트라이커의 존재도 무척이나 아쉽다. 더블 스쿼드는 고사하고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상승을 꾀할 수 있는 요소도 그다지 많지 않다. 지난 시즌 수원처럼 전관왕을 목표로 겁 없이 시즌을 맞이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위험도 다분한 선수구성이다.
■ 유일한 답안, 선택과 집중
어차피 지난 시즌 수원의 지원과 이번 시즌 울산의 지원은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현재의 선수 층으로 울산이 지난 시즌의 수원과 같이 무리한 욕심을 부린다면 수원보다 더욱 처참하게 무너질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포기할 수도 없는 목표가 바로‘우승’. 울산은 다른 방향으로 그 답을 찾을 듯하다.
지난 시즌 수원은 무자비한 선수영입으로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다. 더블 스쿼드를 구축한 만큼 많은 적을 만든 것이다. 울산은 그 같은 ‘공공의 적’이 되기를 포기했다. 대신 적재적소에 필요한 선수들을 보강해 기본 전력을 유지하고 김정남 감독의 특기인 유망주 발굴에 주력할 태세다. 일단은 기본 선수자원의 역량이 높은 만큼 수준급의 기본 전력 구성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다면 빡빡한 일정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답은 하나, 철저한 선택과 집중이다. 김정남 감독이 밝힌 목표는 리그 우승과 AFC우승.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기리그와 후기리그 둘 중 하나를 고르고 AFC 토너먼트에 주력해야 한다. 현재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울산의 포커스는 전기리그에 집중 될 것이 뻔하다. 바로 AFC대회의 상대국들이 실격당하는 행운이 주어졌기 때문, 게다가 도쿄 베르디와의 원정 1차전도 승리로 장식했다. 전기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면 앞서 성남과 수원이 실패했던 빅 더블(리그 우승- AFC대회 우승) 달성도 충분히 가시권에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전기리그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면? 김정남 감독은 AFC대회냐 리그 우승이냐를 놓고 냉정하게 고민을 해야만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욕심은 자칫 팀 전력의 와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다분하다. 행여나 월드컵 이후 핵심선수들의 추가이탈이 이루어진다면 전력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게 된다.
사실 전기리그 우승에 대한 울산의 전망도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 이천수와 이호는 대표팀 전지훈련에서 부상을 달고 돌아왔고 새롭게 변한 팀 전술도 아직은 불협화음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는 지금 뿐. 전리기그 우승은 빅 더블 달성의 필수조건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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