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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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근의 사커튜드] 축구선수는 축구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다 -존 테리를 바라보며-

기사입력 2010.02.28 21:52 / 기사수정 2010.02.28 21:52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첼시가 2월 27일 그들이 자랑하는 홈 구장인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EPL 28R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2-4라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첼시의 이 패배는 2008년 11월 아스날에게 1-2로 패한 이후 무려 1년 3개월이 지난 시간에야 맞은, 또한 안첼로티 부임 이후 EPL 우승을 노리고 있던 첼시에게 매우 당황스러운 결과였다.

사실 이 경기는 약 1달 전부터 잉글랜드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는데, 그것은 바로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2009년 영국 올해의 아버지에 빛나는 존 테리가 전 첼시의 수비수이며 국가대표팀 동료이기도 했던 웨인 브릿지의 여자친구와 불륜관계를 맺은 사실이 탄로났기 때문이었다.

테리는 이 사건 이후 주장직 박탈 및 이혼 위기를 겪기도 했으며, 웨인 브릿지는 대표팀을 은퇴하며 두 선수간의 골은 이미 멀어질 대로 멀어진 상태다. 영국 내에서는 경기 전 브릿지가 테리에게 악수를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해 도박도 이뤄졌다고 하지만, 결국 브릿지는 테리의 악수를 거부했다.

그러나 그런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임에도 단순히 악수 거부 후 프로답게 필드 위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경기에 집중해 훌륭한 경기를 치렀다는 사실은 브릿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테리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었다. 첼시의 팬이 아닌 축구팬들은 경기 입장에서부터 첼시 팬들에게 야유를 받기 시작했던 브릿지에게 동정심을, 그리고 테베즈가 골을 성공시키자 뒤에서 주먹을 살며시 쥐며 환호했던 브릿지에게 공감을 표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경기를 통해 단순한 실력만이 아닌 '팀 분위기'가 얼마나 조화롭고 문제없이 유지되느냐에 따라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가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 존 테리는 의심의 여지 없이 세계 최고의 수비수의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는 이 경기에서 브릿지를 의식한 듯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테베즈에게 동점골을 내주는 데 일조하고 말았으며, 팀의 정신적 지주인 테리가 흔들리자 구심점을 잃은 첼시 선수들 또한 평소와 달리 거친 플레이로 2명의 퇴장 선수가 나오는 등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맨 시티의 선수들은 상처받은 남자 웨인 브릿지의 복수를 동료인 자신들이 대신해주겠다는 듯한 승부욕 넘치는 플레이로 첼시를 강하게 압박했다. 물론 페트르 체흐의 부상으로 인해 첼시의 골문을 지킨 골키퍼 일라리우의 기량 미달도 있겠지만, 테베즈의 동점골이라든지, 벨라미의 각이 없는 상황에서의 슈팅은 평상시 맨 시티의 경기력보다 120% 정도는 향상된 듯한 경기력을 입증하는 장면이었다.

이는 더 이상 축구선수가 '축구만 잘하면 된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과도 같다. 필드 안과 밖의 일은 분명히 다르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아무런 연관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문란한 사생활로 인해 제 실력을 온전히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세계 정상급 선수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과도 같다. 한때 잉글랜드 미드필더의 기대주였던 조이 바튼 또한 폭력적 사생활 덕에 기량을 만개시키지 못한 채로 남아 있어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기자는 모든 축구선수가 돌부처 같은 마음을 가지고 오로지 축구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만 집중하는 이상적인 선수가 되야한다ㅡ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에게는 제각각의 개성이 있고 그 개성은 한 사람의 인격으로 존중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그렇지만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고 싶다면, 축구를 잘하는 것은 물론이며 선수 생활을 영위하면서 자신의 명성 및 경기력에 문제를 일으킬 만한 일을 만들지 않아야지 않겠는가.

축구팬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줄 엄청난 재능이 있는 선수가 잘못된 사생활로 인해 자신의 경기력을 100%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는 일은 매우 슬픈 일이다. 부디 이 사건 이후로 이런 가슴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축구팬과 기자이기 이전에 한 남자로서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보여준 웨인 브릿지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

[관련 기사] ▶ [조형근의 사커튜드] 21C 에버튼의 진정한 영웅 '데이빗 모예스'

[사진 = 첼시의 주장이자 2009 영국 올해의 아버지 존 테리ⓒ첼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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