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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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덕후를 찾아서④]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기사입력 2010.02.25 10:46 / 기사수정 2010.02.25 10:46

조성룡 기자


- K-리그 개막 특집 : 축덕후를 아십니까④

[엑스포츠뉴스=조성룡 기자]고양시. 고양 KB, 고양 시민구단, 그리고 올 시즌 연고협약을 맺은 대교 캥거루스까지. 'K-리그 빼고 다 있는 축구도시'라 불려도 무방할 정도이다. 하지만, 축구팬에게 고양시는 승격거부의 아픔이 존재하고, K3리그 최하위 팀이 있는 가슴 아픈 도시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한 청년의 얘기를 지금 시작하려고 한다. 축덕후 마지막 이야기, 승격거부의 아픔을 딛고 축덕후가 되어버린 한 평범한 고양시 학생의 이야기를 이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그가 처음으로 축구를 접한 것은 2003년이었다. 고양 종합운동장이 개장하며 내셔널리그 고양 KB가 들어왔고, 개장 경기로 홍콩과의 올림픽 예선 경기가 있었다. 축구라고는 2002년 월드컵밖에 모르는 그. 하지만, 처음 경기장에 온 그는 그곳에서 신세계를 알아버렸다.

그리고 아파트 입구에 붙어 있던 조그만 홍보지가 눈에 띄었다. '고양 KB 서포터즈를 모집합니다' 그는 당장 그곳에 가입했고 열렬한 고양KB의 지지자로 변신했다. 그냥 흰 티셔츠에 '고양 KB'가 붙어 있던 서포터용 유니폼. 그는 그 별 볼일 없는 옷을 보물단지처럼 여겼다.

하지만, 그는 고등학교를 저 멀리 동두천에 있는 기숙사 학교로 들어가면서 고양 KB의 경기를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양 KB, K-리그 승격 거부' 그 역시 분노했고 학업 중에도 틈틈이 승격 거부 반대 시위 현장을 찾았다.

▲이제는 연고이전처럼 추억이 되어버린 승격거부

이미 결정된 일을 쉽게 되돌릴 수는 없는 법. 고양KB는 그대로 내셔널리그에 남기로 결정되었고 그 소년은 눈물을 삼킨 채 한 가지 다짐을 했다. '미래에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내가 만들리라' 그리고 그는 대학에서 스포츠 산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우연히 K3리그 고양시민구단에서 일하게 된다. 어려웠던 구단 사정상 정직원을 뽑을 수 없기에 그는 어린 나이에도 사무국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다. 말이 사무국장이었지 경기 진행부터 볼 보이 노릇까지, 온갖 잡다한 일은 다 맡아서 해야 했다.

▲'일당백'이 무엇인지 가장 확실하게 보여줬던 보레아스

이곳에서 그는 많은 것을 느꼈다. 축구 선수들의 어려움과 K-리그와 국가대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한국 축구의 또 다른 모습까지. 그는 다시 결심을 내렸다. '이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그는 기자가 되었고 지금까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미 눈치챈 사람도 있지만 이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다.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과연 이 기사에 내 이야기를 쓸 만큼 열정이 있는지, 하지만 기사를 쓰기 전날 친구의 한 마디가 내게 무모한 자신감을 갖게 했다. "축구가 너한테 뭘 해주기에 거기에 미쳐 사냐? 너도 참 답이 없다"

대한민국 곳곳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축덕후들이 많이 살고 있다. 아직도 사정상 지면을 통해 소개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울산 이진호를 지지하는 한 남성팬, 축구화를 너무나 좋아하는 아저씨, FC서울을 사랑하는 한 미녀의 이야기까지 축구에 인생을 바치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이제 얼마 후면 K-리그를 비롯하여 대한민국의 수많은 축구 리그가 시작된다. 또다시 수많은 축덕후들은 오로지 K-리그의 부흥을 위해, 아니 대한민국 축구의 부흥 그 하나만을 위하여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전국의 축구장을 열정으로 가득 채워줄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4년마다 월드컵에 나가지만 '우리 동네 대표팀'은 매 주 월드컵 못지않은 치열한 경기를 치른다. 4년에 한 번 축구를 보는 것,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가자, 축구장으로. K-리그가 월드컵 못지 않은 열정으로 달아오를 때 '한국 축구의 르네상스'는 다가올 것이다.



조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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