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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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축구백서' 중원 장악 = 승리

기사입력 2006.02.19 10:17 / 기사수정 2006.02.19 10:17

손병하 기자
만약 반 니스텔루이(맨체스터 Utd.)와 같은 능력을 가진 특급 공격수 3명이 포진한 팀과, 스티븐 제라드(리버풀)와 같은 활약을 해주는 강력한 미드필더를 3명 보유한 팀이 있다면 과연 어떤 팀이 더 강할까?

18일(한국시각), 리버풀의 홈구장인 안필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간의 FA컵 16강 경기는 위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려준 좋은 경기였다.

▲ FA컵의 패배 소식을 전하고 있는 맨체스터 Utd.
ⓒ 맨체스터 Utd.
사실상 프리미어리그의 우승을 첼시에게 내준 맨체스터는 챔피언스리그마저 탈락해 FA컵과 칼링컵 우승을 위해 올인하고 있는 처지이다. 특히 권위 있는 대회인 전통의 FA컵 우승을 위해 리버풀은 꼭 넘어야 할 산이었다.

맨체스터의 퍼거슨 감독은 최전방에 반 니스텔루이와 루니가 짝을 이루게 하고, 긱스로 하여금 중앙을 책임지게 하면서 경험이 많은 선수 위주로 리버풀과의 경기에 나섰다. 또,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크리스티안 호나우두와 리처드슨을 각각 측면 미드필더로 기용하면서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맨체스터의 바램과는 달리 경기는 0-1로 패하고 말았고, FA컵 우승의 꿈을 접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 1921년 이후 무려 85년 만에 FA컵에서 리버풀에 패하고 말았다. FA컵과 칼링컵을 모두 석권해 더블 크라운을 노렸던 맨체스터,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맨체스터 패배의 원인, 중원 장악의 실패

이 날 경기에서 맨체스터와 리버풀의 공격 라인만을 살펴보면 리버풀보다는 맨체스터가 근소한 우위에 서 있음을 알게 된다. 반 니스텔루이와 웨인 루니 크리스티안 호나우두가 버티는 공격 라인은 리버풀의 크라우치 모리엔테스보다 분명 한 수 위의 라인업이었다.

하지만, 맨체스터의 공격진들은 이렇다 할 결정적인 기회도 잡지 못하고 리버풀의 수비와 미드필더진에게 차단당했고 공격수 간의 창의적이고 유기적인 플레이마저 상실되면서 창끝이 무뎌져 버렸다. 반면 리버풀의 크라우치는 결승골로 팀을 8강에 올려놓았고, 다른 공격수들도 맨체스터의 수비라인을 괴롭히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크게 갈라진 두 팀의 결과는 엇갈린 공격수들의 활약 때문이 아니었다. 1-0 이란 경기 결과보다 더 크게 벌어졌던 틈은 바로 리버풀과 맨체스터의 허리 라인, 즉 미드필더들의 싸움 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맨체스터의 퍼거슨 감독은 가장 큰 고민거리인 중앙 미드필더 라인에 라이언 긱스와 대런 플레쳐를 기용하며 중원 전쟁에 기대를 걸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맨체스터의 중앙은 제라드-시소코-하만-키웰로 이어지는 리버풀의 막강한 허리 라인에 제압당했고, 중원을 다시 지배하기 위해 루니가 밑으로 많이 쳐지면서까지 중원 싸움에 가세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리버풀은 거의 리베로의 형태로 자리를 구별하지 않고 뛰었던 제라드와 공-수를 넘나들며 앵커맨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한 시소코, 시소코의 뒤를 받치면서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맨체스터의 공격수들을 차단한 홀딩맨 하만의 활약으로 중원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리버풀에게 중원을 빼앗기자 맨체스터의 공격수들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허리를 장악당한 맨체스터의 미드필더진들은 중간을 거치지 않는 롱패스로 공격수에게 무분별한 경쟁만을 유도 시켰고, 미드필더들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공격진들은 리버풀의 강한 압박에 힘없이 물러서며 제대로 된 공격조차 할 수 없었다.

후반들어 맨체스터는 공격수인 루이 사하를 투입시키고 루니를 중원으로 완전히 내리면서 반전을 꾀했지만, 중앙이 익숙하지 않은 라이언 긱스와 경기 내내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대런 플레쳐의 공백을 다 막을 수는 없었다. 여기에 호나우두는 팀 플레이와는 거리가 먼 경기로 일관했고, 리처드슨마저 리버풀의 미드필더 라인에 밀리면서 경기는 1골 그 이상의 차이가 나고 말았다.

축구 경기에서 중앙 장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그런 경기라고 할 수 있다.

백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중앙

현대 축구는 굉장히 빠른 공수 전환으로 인해 속도감 있는 빠른 경기로 진행되고 있다. 빠르고 속도감 있는 게임 전개로 인해 예전보다 더 많은 볼 터치의 기회를 맞이하게 되는 미드필더 라인의 능력은 곧바로 그 팀의 전체적인 전력이나 경기의 결과로 연결된다.

특히,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경우에는 앵커맨과 홀딩맨으로 세분화 되면서 더 전문적이고 많은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 적절한 공격 가담과 탁월한 전진 패스 능력 여기에 빼어난 득점 지원까지 요구하는 앵커맨의 자리는 축구에서 만능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것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홀딩맨의 경우도 강력한 몸싸움과 위치 선정 능력 등 전문 수비수 못지않은 수비 실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패싱력과 경기장을 넓게 볼 수 있는 시야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 더군다나 최근엔 홀딩맨도 화려한 공격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그 역할은 더욱더 다양해지고 있다.

이 날 경기에서 나타난 맨체스터와 리버풀의 경기 결과는 바로 미드필더 진영의 중원 싸움에서 이미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스코어는 1-0으로 맨체스터의 아쉬운 석패로 보이지만, 그 내면은 몇 골 이상의 차이가 나는 맨체스터의 참패였던 것이다.

백 번을 더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중원 장악. 현대 축구의 백서를 보여주는 듯한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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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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