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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근의 사커튜드] 21C 에버튼의 진정한 영웅 '데이빗 모예스'

기사입력 2010.02.22 11:18 / 기사수정 2010.02.22 11:18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지난 20일 밤 9시 45분, 에버튼의 홈구장인 구디슨 파크에서 중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에버튼과 리그 1위 탈환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맞붙었다. 

에버튼의 홈 상승세가 매우 가파른 상태였지만 전통적으로 에버튼에 강해왔던 맨유였기에 상대적으로 원정팀 맨유의 승리로 예상이 기울고 있었으며, 전반 16분 베르바토프가 골을 넣었을 때만 해도 그 예상은 맞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에버튼은 빌랴레치노프의 엄청난 슛과 신예 댄 고슬링과 잭 로드웰의 골에 힘입어 거함 맨유를 상대로 3-1 역전승을 거두었으며, 그 중심에 에버튼의 진정한 영웅 '데이빗 모예스'가 있었다.

시작은 미약하였지만 끝은 매우 창대하였으니…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선수 시절 센터백으로 셀틱에서 데뷔하였고, 81/82시즌 SPL 우승을 경험한 모예스는 선수로서의 족적이 그리 뛰어나진 못했다. 우승 직후 셀틱에서 주전 자리를 잃고 캠브릿지, 브리스톨 시티 등을 전전한 그는 1990~93년 SPL의 던펌린 애슬래틱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1부 리그 무대에서 뛰어본 역사가 없다.

그러나 선수 생활 마지막을 보낸 프레스턴에서 1998년 1월 감독으로 전환한 모예스는 이듬해 리그1 우승(당시 디비전2)을 차지하며 챔피언십(당시 디비전1)으로 승격,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2002년 3월 14일, 잉글랜드 리그에서 9회 우승을 차지해왔을 만큼 전통 있는 '빅클럽'에 걸맞지 않은 경기력으로 강등권에서 맴돌고 있던 팬들의 비난을 사고 있던 에버튼에 한 남자가 도착했다. 그리고 그는 기자회견에서 "전 리버풀이 아닌 다른 도시(글래스고)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전 '시민의 클럽'에 왔지요. 시내 어디를 걸어가도 에버튼 팬들을 볼 수 있어요. 이것은 환상적인 기회임과 동시에 꿈꿔왔던 것이며 제가 이런 '빅클럽'에 왔다는 사실이 기쁩니다"는 말을 한 뒤, 홈구장인 구디슨 파크에서 풀럼을 맞아 언스워스의 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두며 에버튼을 EPL 무대에 잔류시켰다. 그의 이름이 바로 현 에버튼 FC의 감독 데이빗 모예스다.

모예스는 에버튼 부임 직후 그 당시 10위권 정도로만 시즌을 마무리해도 만족스러워했던 의욕 없던 이 전통의 명가를 180˚바꿔놓는 데 성공한다. 02/03 시즌 16살에 불과했던 웨인 루니와 함께 리그를 7위로 마무리하며 가볍게 출발했고, 04/05시즌에는 웨인 루니 없이도 '빅4'를 깨뜨리며 전통의 라이벌 리버풀을 제치고 4위에 안착,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는 쾌거를 안기도 한다.

당시 에버튼은 끈끈한 수비와 역습으로 1-0 축구를 효율적으로 구사하며 이름을 알리게 된다(또한 04/05시즌의 에버튼은 45득점 46실점이라는, 지독한 짠물축구를 구사했다). 그 후 에버튼은 꾸준히 '빅4'를 위협할 대항마 0순위로 급부상했고, 어느덧 리그 테이블 6위권을 차지하는 클럽이 되었다. 그러는 동안 모예스는 벌써 8년여 동안이나 에버튼을 맡으며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한 팀에서 감독직을 오래 맡고 있는 4번째 인물이 되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효율적인 팀 운영의 대가

이번 09/10시즌 초반은 그러나 주전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전력의 100%를 가동하지 못하며 강등권에서 맴돌기도 했지만, 부상 전력이 돌아오며 2009년 12월부터 지금까지 라이벌 리버풀에 패한 것 이외에는 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욱 고무적인 것은 그 사이에 맨체스터 시티, 첼시, 맨유에게 승리를 거두었으며 아스날과 무승부를 거두는 등 강팀들을 상대로 매우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모예스가 이끄는 에버튼의 축구는 결코 화려하진 않지만, 유연한 톱니바퀴라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보여주는 것처럼 매우 조직적이다. 이번 맨유전 승리에서처럼 좌우 간격을 넓히며, 중앙 미드필더가 강하게 압박을 하면서 발 빠른 양 윙이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파고들어 역습을 성공시킨다. 그리고 셋피스 상황 시에는 케이힐이나 펠라이니같이 제공권이 좋은 선수들이 상대 골문을 위협한다. 역습 위주의 축구를 펼치기에 골은 많이 나지 않지만, 승리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효율적인 전술이다.

하지만 모예스가 진정 무서운 점은 이런 승리하기 위한 전술의 유연성뿐만 아니라 별다른 자금 투자 없이도 에버튼이란 클럽을 다시 EPL 정상급 클럽으로 올려놨다는 점이다. 모예스가 부임하던 2년까지 선수 영입의 지출액은 0파운드였으며, 8년이 되가는 지금까지도 연간 선수 영입 지출액은 고작 330만 파운드(약 6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EPL 중위권 선더랜드조차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 선수 영입에 사용한 돈이 약 2800만 파운드였다.

에버튼 공격의 핵인 아르테타는 고작 2백만 파운드를 지출하고 데려왔으며, 케이힐에게 150만 파운드, 피에나르에게 205만 파운드를 사용했다. 현 에버튼 중원의 핵심 선수인 펠라이니에게 지출한 1,500만 파운드의 지출이 에버튼 영입 역사상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라는 것은 에버튼의 위상에 비해 자금 부족이 엄청나다는 것, 그리고 모예스가 저가로 고효율의 선수를 영입하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명장 모예스, 영원히 '토피스'를 지켜주길

에버튼은 구디슨 파크로 구장이전을 한 후 토피스(The Toffees, 토피 : 설탕, 버터, 물을 함께 끓여 만든 사탕)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고 하며, 이 애칭에는 사탕가게의 소녀설이라든지, 호텔 주위의 사탕가게 설 등이 있다. 물론 모예스 부임 당시의 발언 중 하나였던  'People's Club (시민의 클럽)' 또한 에버튼 클럽의 비공식적인 애칭으로 불려지고 있다.

비록 구단의 재정 문제로 인해 첼시나 맨유와 같은 빅클럽만큼의 투자를 하지 못하고, 동등한 위치에 있는 토트넘, 애스턴 빌라와 같은 중상위 클럽들만큼의 투자를 펼치지는 못하지만, 그만큼 유스 아카데미를 활성화시켜 우수한 선수들을 배출해냈다. 현 잉글랜드와 맨유의 핵심 선수인 웨인 루니는 말할 것도 없고, 댄 고슬링이나 잭 로드웰 같은 선수들은 에버튼의 또 다른 자랑으로 성장 중이다. 그야말로 에버튼의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모예스가 관여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삶의 절반가량을 잉글랜드 무대에서 지내고 있음에도 언젠가는 스코틀랜드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고 있는 사나이, 스코틀랜드 출신과 EPL에서 보여준 모습들로 인해 맨유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의 후계자로 불리는 사나이, 하지만 자신과 퍼거슨과의 연관성에 대해 부인하며 에버튼을 향해 매진하는 사나이. 부디 기자는 이 치열하고, 추진력 있으며, 열정적으로 에버튼을 위해 헌신하는 모예스가 영원히 에버튼에 남아 EPL을 호령해주길 바란다. 21세기에 들어서 에버튼이란 모예스이며, 모예스란 에버튼인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사진 = 에버튼 FC의 감독 데이빗 모예스 ⓒ 에버튼 공식 홈페이지]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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