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1.21 14:40 / 기사수정 2010.01.21 14:40
[조영준의 리듬체조 일루션 - 조정순 체육상 특집] 최우수선수상 : 신수지(리듬체조, 세종대학교)
[빛나는 여성체육인 특집①] 신수지, "한층 성숙해진 새 작품 기대하세요"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영하 10도가 넘는 한파가 몰아닥친 한겨울. 광진구 세종대 부설 세종초등학교 체육관의 기온은 쌀쌀한 외부와 다를 것이 없었다. 영하 10도에 이르는 체육관에서 두꺼운 옷을 껴입은 선수들은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국내 리듬체조 선수들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미래의 꿈을 위해 혹한의 추위도 잊고 있었다. 국가대표 '에이스'인 신수지(19, 세종대)도 추위를 이겨가며 몸을 풀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21일 러시아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리듬체조 강국'인 러시아의 훈련환경이 너무나 부러웠다고 털어놓았다.
"러시아에 있는 체육관은 26도로 실내온도를 맞춰놓고 있었어요. 26도에서 1도라고 떨어지면 코치들은 즉각적으로 온도를 다시 올려달라고 제의했죠. 국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올 시즌을 대비해 한 달 동안 전지훈련을 다녀온 신수지는 새로운 작품도 받아왔다. 올 시즌 연기할 프로그램은 만만치 않은 난도(리듬체조의 기술)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작년에 수행했던 작품보다 전체적인 느낌은 한층 성숙해졌어요.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땐, 난도가 매우 높아져 걱정도 들었죠. 어려워진 이 작품을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을 짜주신 러시아 코치님과 며칠 동안 훈련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국내와 달리, 러시아는 발레로 몸을 만들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발레는 정통 발레가 아닌, '리듬체조식 발레'다. 전문적인 리듬체조 발레 지도자들로부터 발레를 익힌 뒤, 수구를 잡는 것이 러시아의 지도방식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런 시도가 불가능하다. 우선, 발레만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지도자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신수지는 "발레로 몸을 풀고 나니 몸이 효율적으로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고 당시의 느낌을 이야기했다.
아쉬움도 많았던 지난 시즌, 올 시즌은 큰 부상 없이 보내고 싶다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리듬체조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신수지는 개인종합 3위에 올랐다. 그러나 시즌 초반과 중반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즌 내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그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좋은 연기를 펼치는 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건강한 시즌'을 치르는 것이 신수지의 소망이다.
"지난해 가장 마지막으로 출전한 국제대회가 아시아선수권이었어요. 이때도 허리 부상 때문에 진통제를 맞고 출전했죠. 현재는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지난 시즌 고생을 많이 했지만 값진 경험도 얻었어요"
가장 마지막에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그는 11월 25일에 러시아 모스크바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곳에서 만난 지도자인 나탈리 미키도널은 '열린 자세'로 신수지를 이끌어줬다.
"나탈리 코치님은 러시아에서 가장 친절한 지도자로 유명한 분이세요. 아주 작은 거라도 세세하게 설명해주시면서 저를 이끌어주셨어요. 러시아 코치님과 의견소통이 잘 되다 보니 훈련도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 코치에게 받은 새로운 작품은 3월에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첫 선을 보인다. 난이도가 높아진 새 작품을 보고 처음엔 걱정도 많았지만 나탈리 코치와 계속 연습을 하면서 익숙해졌다고 신수지는 밝혔다. 오랫동안 러시아로 전지훈련에 다닌 신수지는 러시아어 실력도 늘어났다. '듣기 능력'은 최상급이지만 대화능력은 아직 익숙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평소 학업에 대한 욕심이 많았던 그는 미국의 유명 시트콤인 '프렌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웠다고 대답했다.
"외국에 나가면 경기와 훈련 이외에 할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미국 드라마를 보게 됐는데 '프렌즈'를 아주 재미있게 봤어요. 시즌 1부터 10까지 10번을 돌려볼 만큼 빠졌었죠. 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웠는데 앞으로 기회가 되면 영어공부를 위해 유학도 가고 싶어요”
조정순 체육상 최우수상 수상자 선정, 아시안게임이 기다리고 있는 2010년
23일, 신수지는 재단법인 광신여성체육진흥재단이 수여하는 제13회 조정순체육상 최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낸 비인기종목 여성선수에게 수여하는 이 상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자력으로 진출한 신수지를 최우수상 수상자로 지목했다.
"이런 상을 받게 될 줄 몰랐는데 수상자로 선정돼 매우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힘든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좋은 성적을 내 상을 주신 관심에 부응하고 싶어요"
올 시즌에 참가할 종목 중, 가장 중요한 대회는 11월에 있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다. 대중들의 관심과 응원에서 힘을 얻는다는 신수지는 리듬체조에 대한 시선이 더욱 깊어졌다고 밝혔다.
"제가 하는 운동에 대해 예전보다 더욱 진지하게 임하고 있어요. 은퇴 후의 진로도 생각하고 있는데 지도자에 대한 열망이 강해요. 또한, 러시아어는 물론, 영어공부도 열심히 해 국내 최초의 FIG(국제체조연맹) 위원도 꿈꾸고 있습니다. 언제나 리듬체조를 발전시키는 현장에 동참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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