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육상효 감독이 지닌 따뜻함이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현실을 따뜻하게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감독의 생각이 보는 이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일 개봉한 '나의 특별한 형제'는 머리 좀 쓰는 형 세하(신하균 분)와 몸 좀 쓰는 동생 동구(이광수),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휴먼 코미디.
2013년 실존 인물의 영화화 동의에 이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시나리오 개발 작업에 들어갔고, 2018년 1월부터 5월까지 프리프로덕션, 지난 해 5월 23일 크랭크인해 8월 17일까지 촬영을 마친 후 후반작업을 거쳐 개봉할 수 있었다.
육상효 감독은 '방가? 방가!' 등을 통해 특유의 따뜻한 감성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영화는 10여 년을 한 몸처럼 살아온 지체 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 장애인 박종렬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육상효 감독이 만든 영화적 설정이 더해졌다.
육상효 감독은 "제가 이 작품의 실제 인물 분들을 계속해서 만나보니, 나중에 다른 장애인 분들을 보게 될 때 그런 편견이나 조심스러움들이 조금은 덜해지더라고요. 이 영화를 보실 관객 분들도 그렇게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장애라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너무 조심스럽고 또 지나치게 배려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길 바랐었죠"라고 얘기했다.
영화가 만들어진 후 완성본을 접한 실제 주인공들도, "왜곡되지 않은 시선을 보여줘서 좋았다"는 평을 육상효 감독에게 전하기도 했다. "실제 인물들이 좋게 봐주셔서 한 시름 덜었죠"라고 덧붙이는 육상효 감독의 얼굴에 미소도 함께 번졌다.
신하균과 이광수, 이솜을 비롯해 권해효, 박철민, 길해연 등 영화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배우들의 활약이 '나의 특별한 형제'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육상효 감독은 "신하균 씨의 시나리오에는 사실 대사량이 더 많았어요. 처음 캐릭터를 잡았던 방향은, 몸은 거의 못 움직이지만 말이 많고 똑똑한 사람이었거든요. 실제로 신하균 씨는 대사를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아요. 신하균 씨가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것을 보면서, 시나리오를 얼마나 잘 숙지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죠"라고 아낌없이 칭찬했다.
"이광수 씨의 경우에는 말은 거의 없지만, 신체적 능력은 좋은 쪽으로 잡았었고요. 원래의 인물들에서 조금씩 과장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신부님으로 등장한 권해효 씨는 실제 가톨릭 신자이기도 해서,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있는 신부님을 더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던 것 같아요. 박철민 씨는 많이 호흡을 맞춰봤는데, 자꾸 대사에 뭘 더 붙이더라고요?(웃음) 좋은 아이디어를 내 준 부분은 영화 속에 들어간 것도 많고요. 좋은 배우들과 정말 즐겁게 찍어서 행복했던 기억이 있죠.(웃음)"
배우와 스태프들의 협업 속 아이디어들을 꾸준히 나눌 수 있도록 열어놓았던 현장이기도 했다.
육상효 감독은 "궁극적으로는 배우가 표현하는 것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제가 아무리 시나리오를 잘 쓴다고 해도 배우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면 그 신은 어딘가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은 관객들에게도 마찬가지거든요. (당연하겠지만) 개연성이 확보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라고 말을 이었다.
'방가? 방가!'를 비롯해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2012) 등 육상효 감독이 만든 이야기 속에는 한결같은 따뜻함이 배어있다.
"자연스러운 성향인 것 같아요"라며 웃어 보인 육상효 감독은 "처음 제작사 쪽을 통해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이런 소재일수록 코미디 쪽으로 도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 생각은, 슬프고 힘든 이야기일수록 유머로 만들어야 그 보람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뭔가 아주 센 현실을 보여주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 현실을 위배하지는 않고 따뜻하게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남지 않겠냐는 마음이죠"라고 자신의 소신을 함께 덧붙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하루하루 이런 생각을 더해가며, 느껴가고 있다고 전한 육상효 감독은 "따뜻함 안에서 유머 코드도 제시가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조심한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나의 특별한 형제'를 하면서도 그 점을 더욱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보는 이들에게 위로를 주고, 저 또한 위로를 받거든요. 그것이 앞으로도 쭉 제가 만들고 싶은 영화의 방향이기도 합니다"라고 푸근한 미소를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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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