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1.10 04:06 / 기사수정 2010.01.10 04:06
[엑스포츠뉴스=이동호 기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A매치에서 정말 오랜만에 상대에게 4골을 내주었다.
2001년 체코와 프랑스에게 다섯 골을 허용했을 땐 세계의 벽이 높았지만 이번엔 그 대상이 잠비아다.
물론 잠비아라는 네임 벨류 자체만 보면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경기를 본 바로는 굳이 잠비아가 아닌 콩고 민주공화국, 말리 등 아프리카의 어느 중위권 국가와 경기를 가졌어도 이날과 같은 스코어가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잠비아는 2010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대비한 정예 맴버에 선수들이 각 리그에서 시즌을 진행 중이라 어느 정도 경기 감각이 오른 상태였고, 한국은 대부분이 국내파로 구성되었으며 리그 또한 종료되어 실전 경험 또한 적은 상태였다.
여기에 처음 접해보는 아프리카라는 대륙과 고지대 등 여러 불리한 점이 있다 치더라도 이번 경기는 정말 힘들었다. 2골을 따라가긴 했지만 모든 면에서 밀린 졸전이었다.
기본기 자체가 상대에 비해 너무 달렸다. 잠비아는 공을 한번 잡으면 부드럽게 볼을 간수하는 반면 우리 선수들은 볼 컨트롤 미스가 너무 빈번했고, 잠비아는 한번치고 달리면 한 명은 수월하게 제치고 오히려 두 명이 압박할 때 더 여유롭게 빠져나가는 것을 보여주었다.
반면 한국은 공을 몰고 가는데 상대 선수가 앞에 등장하면 한 번 제쳐도 될 것을 그리하지 않고 정확도가 부족한 크로스를 남발하였고, 패스 또한 빈 공간이 아닌 상대선수와 경합이 될 곳에 주는 등 많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전반전이든 후반전이든 4명의 수비수는 너무나도 불안해 이운재는 슈팅이 나올 때마다 호통을 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한국이 유럽파와 최상의 선수들로 구성해 잠비아와 붙는다면 충분히 다른 경기 내용이 나올 것이지만, 어떤 아프리카팀을 상대로 하든 힘들게 경기를 풀어갈 것으로 생각된다. 아르헨티나를 B조 최강이라 꼽지만, 이 날 경기만 본다면 한국이 상대하기에는 오히려 아르헨티나보다 나이지리아와의 경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의 나이지리아, 2009 피파 U-20 월드컵과 클럽 월드컵의 가나와 TP마젬베 그리고, 이번 잠비아까지 우리가 봐온 대부분의 아프리카팀은 탄력적이며, 1대1 돌파는 기본이다. 공격수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개인기가 뛰어나다.
또 골문과의 거리가 아무리 멀더라도 틈이 생기기만 하면 무조건 슛을 때린다. 몸싸움을 할 때도 분명 한국 선수가 신장이 더 크지만, 아프리카 선수들은 이영표가 유럽 선수들을 상대하던 거와 같이, 교묘하게 끝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지며 볼을 따내곤 했다.
그러나 아프리카 팀들은 순간적으로 이뤄지는 2대1 패스에는 너무 쉽게 문을 열어주는 경향이 있다. 잠비아전에서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넣었듯이 세트피스가 주어졌을 때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잠비아와의 평가전을 통해 아프리카 팀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우리는 알게 되었고, 패배를 통해 정말 좋은 경험을 얻었다. 경기를 관람한 이들은 잠비아보다 강한 나이지리아는 어느 정도 일지 대충 감이 왔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두 번의 남아공 현지팀 평과전과 3월 코트디부아르전을 통해 허정무 감독은 나이지리아를 격파할 비책을 철저히 고심해야 할 것이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