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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전] '삼중고'에 시달렸던 허정무호, 적응력 키워라

기사입력 2010.01.10 03:58 / 기사수정 2010.01.10 03:58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2010년 새해 첫 A매치에서 허정무호는 큰 경험을 했다. 

2008년 1월, 출범 이후 최다 실점을 기록하면서 뼈아픈 패배를 맛봤기 때문이다. 9일 밤(한국시각),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란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평가전에서 한국은 무기력한 경기력을 선보인 끝에 2-4로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한동안 패배를 몰랐던 허정무호가 2경기 연속 패배, 그것도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로 생각하던 잠비아에 4골이나 내주고 패하면서 아픔은 컸다. 하지만 평가전답게 소중한 경험을 쌓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를 제대로 느낀 한 판이기도 했다.

전술적인 완성도를 떠나 이날 허정무 감독은 국내파 선수들의 기량 점검에 중점을 두고 경기 운영을 펼쳤다. 그래서 대표팀 A매치를 처음 경험하거나 오랜만에 뛴 선수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최전방 투톱으로 나선 노병준(포항)과 측면 수비 자원으로 활약한 최철순(전북),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한 김재성(포항)이 선발 출장했고, 후반에는 196cm 장신의 김신욱(울산), 측면 수비의 이규로(전남), U-20 월드컵팀 3인방 구자철(제주)-김보경(홍익대)-이승렬(서울) 등이 처음이거나 오랜만에 A매치 출장을 경험했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선수들이 평소보다 무거운 몸놀림을 보였다. 2선 침투 공격을 위한 날카로운 패스는 번번이 끊겼고, 반대로 상대 공격을 잘 막아내지 못해 잇따라 득점을 허용했다. 여기에는 3가지 요인이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고지대

해발 1700m 부근에 있는 요하네스버그는 남아공월드컵이 열리는 9개 도시(10개 경기장) 가운데서도 가장 고도가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고지대는 산소가 적어 체력 소모가 크고, 경기력에 큰 지장을 초래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이곳은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의 분수령이 될 아르헨티나와의 본선 2차전이 열리는 도시이기도 하다. '고지대 월드컵'으로 불릴 만큼 고지대 적응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허정무호 선수들 역시 이에 잘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결국 우려했던 문제는 그대로 드러났다. 전반 20분도 안 지난 상황에서 선수들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평소보다 제대로 뛰지 못했던 선수들은 발빠르게 움직이는 잠비아 선수들을 따라다니는데에 급급했고, 그런 만큼 체력 소모는 더욱 컸다. 그렇게 조금만 뛰어도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선수들은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

자블라니

여기에 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도 한 몫 했다. 역대 가장 둥근 축구공으로 개발돼 남아공월드컵 전 경기에 사용될 자블라니는 특히 고지대에서 회전수가 줄고, 반면 공에 가속이 붙어 수비 선수들을 당황하게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예상대로 자블라니는 한국 선수들의 패스플레이를 번번이 끊게 만들면서 원활한 공격을 어렵게 했다.

길게 이어지는 패스는 가속이 붙어 빠른 속도로 바깥으로 나갔고, 기본적인 볼 컨트롤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그같은 상황이 계속 되면서 선수들은 자신감이 떨어졌고, 플레이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반면 잠비아는 자블라니의 특성을 잘 활용하며, 과감하면서도 위력적인 슈팅을 잇따라 터트리는 등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젖은 잔디

경기 시작 전 내린 비로 잔디가 젖으면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어렵게 만든 것도 있었다. 선수들은 번번이 젖은 잔디에서 자주 미끄러져 넘어졌으며, 이 때문에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잇따라 놓치기도 했다. 잔디에 고인 물의 반발력에 의해 공이 불규칙적으로 튀면서 수비 진영에서 미숙한 볼처리는 곧바로 위기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렇게 3가지 면에 걸쳐 현지 적응에 실패한 허정무호로서는 이번 잠비아전을 통해 이 3가지 환경적인 요소에 완벽하게 적응해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 의욕은 앞서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현지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를 얻을 수 있었던 새해 첫 A매치 평가전이었다.

[사진= 남아공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 (C) 엑스포츠뉴스 DB]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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