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1.09 16:16 / 기사수정 2009.11.09 16:16
[김준명 건강칼럼] 한 달 전 무작정 애인을 끌고 온 한 남자가 있었다. 끌려온 애인은 매우 싫다고 대기실에서까지 옥신각신하는 것이 예전 내가 연애하던 때가 생각났다. 그래서 환자인 여자친구를 진료하고 난 뒤 침을 놓고 나서 같이 나가 담배 한 대 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애인이 예민해진 것은 대략 5달 전부터였다고 했다. 영화를 보러 가면 20~30분 간격으로 화장실을 찾는 통에 영화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따라오는 증상을 얘기해 주며 안심을 시켰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장거리 여행이라도 떠날 때면 다음 휴게소까지 30분 넘게 가야하는데 자꾸 '급하다'며 과속을 재촉한다는 것이다. 이러다가 과속 카메라에 찍힌 것도 수십 번. 벌금만 모으면 차 한 대 살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래서 자구책을 구한 것이 기차 여행. 처음 몇 번은 이 방법이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 주변에서 화장실을 먼저 찾는 것이 일이 된 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분명히 자신도 머리 식히러 여행을 떠났는데, 화장실을 수배하다 보니 여유로운 여행은 둘째 치고 스트레스만 가득 차서 돌아온다고 했다.
그래서 참다못해 애인을 살살 꼬드겨 증상을 듣고 난 뒤 인터넷을 뒤져 필자의 칼럼을 보고 찾아온 것이었다. 물론 애인은 한의원을 찾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에 '절대 불가'라고 하다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한 뒤 거의 납치 수준으로 한의원으로 끌고 나타난 것이었다. 대기실에서 옥신각신 한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라며 나에게 사과를 했다.
사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환자가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어렵지 않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런데 보통의 환자는 증상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어디를 가야할지 모르기 때문에 우선 힘들어 한다. 여기까지는 1차적인 문제. 여자 환자들은 많이 예민하고 날카로워져 있기 때문에 증상과 관련된 얘기만 하면 곧바로 톡 쏴붙이게 된다.
특히, 한창 연애 중이면 애인에게 '여자친구가 힘들어 하는데 그것도 이해 못 하냐'며 반응을 보이게 된다. 나도 힘든데 이런 나를 이해 못 해주는 남자친구가 얄밉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창 연애중인 연인들이여.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부끄러운 질환이 아니다. 살다 한, 두 번 겪을 수 있는 생활 속 고질병이다. 전문의를 찾으면 서로에게 얼굴 붉힐 일이 없어지게 된다. 서로 싸우다 최악의 선택을 하는 경우도 봤다. 나 같으면 사랑하는 사람과 싸우기보다 같이 전문 클리닉을 찾아 해결하는 방법을 택하겠다.
[글] 서초구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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