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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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해진 빙판, 주심이 경기를 '만들어준다?'

기사입력 2009.11.09 10:04 / 기사수정 2009.11.09 10:04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얼마 전 하이원 스포츠단의 홈페이지에는 한 심판을 성토하는 글이 연쇄적으로 올라왔다. 심판이 경기를 '만들어 주는'것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는데, 공교롭게도 전국종합선수권 예선 마지막 경기인 하이원과 연세대의 경기에 그 주심이 배정이 됐다.

하이원의 관계자는 "주심 배정을 보고, 각오를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

연세대와 고려대의 유한철배 마지막 경기. 양 팀 모두 2승씩을 거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 경기로 우승팀이 결정될 수밖에 없었다. 실질적인 결승전과 다름없었고, 그 두 팀 사이에 흐르는 라이벌 의식은 목동 빙상장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차게 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경기가 내내 계속됐고 고려대는 2-2 상황에서 한호택이 역전골을 터트렸다. 그날 한호택은 팀의 2골에 모두 성공했고, 세 번째 골 후 손가락으로 '3'을 만들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미 골 심마저 골로 인정하고 버저를 울렸고 전광판도 3-2로 바뀌었지만, 주심은 골을 인정하지 않았다. 앞선 상황에서 김형준이 골리에게 파울을 범했다는 것.

2피리어드 들어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이번엔 연세대였다. 이미 고려대의 강태우 골리가 넘어져 있는 상태였고, 그 사이로 막으려는 고려대와 뚫으려는 연세대가 뒤엉켰다.

혼전 속에 연세대 서민규의 골이 터졌다. 앞선 상황과 비슷해 골로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 여겨졌지만 그대로 골로 인정됐다. 강태우 골리는 뛰쳐나와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경기는 연세대의 분위기로 넘어갔다.

결국, 그 경기의 승자는 연세대가 됐다.

#2

제64회 전국종합아이스하키선수권 예선 마지막 경기. 이미 4강 진출은 확정지은 상태지만 하이원에는 실업으로서의 자존심이, 연세대로서는 대학 최강의 자부심이 걸려있는 경기였다.

실상 경기는 하이원의 강세 속에서 진행됐다. 외국인 공격수와 알렉스 김 등 아시아리그에서도 위용을 자랑했고, 쉴새없이 연세대를 몰아붙였다.

골은 연세대 골리 박성제의 선방에 막혀 쉽게 터지지 않았다. 터지지 않는 골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미묘한 판정이 계속해서 터져나왔다. 이미 페이스 오프를 위해 전열이 가다듬어진 상태에서 연세대의 작전 타임을 받아들였다. 하이원의 김희우 감독은 강하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잦은 몸싸움과 함께 이뤄진 신경전에서 약자는 하이원이었다. 

안 그래도 비가 와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던 목동 빙상장은 찬물을 잔뜩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 고요함에는 미묘한 긴장이 가득했다.

하이원 벤치의 불만과 탄식이 이어지던 중 주장 황병욱이 퇴장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황병욱은 연세대의 김동연에게 하이스틱 파울을 범했고 이 파울로 매치 페널티를 받아 자동 퇴장을 당했다.

황병욱은 벤치를 떠나며"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말라"며 심판에게 따졌지만 들어줄 리 없었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하이원은 결국 분위기를 연세대에 내줬고 양 팀은 3-3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경기 자체는 명승부에 가까웠다. 연세대 3학년 박성제 골리는 신기에 가까운 선방을 보이며 하이원의 공격력을 차단하며 무승부에 일조했고, 하이원 또한 허를 찌르는 골로 실업 형님들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러나 경기 후 빙판은 싸늘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경기에서 하이원은 '피해자'였고, 연세대는 '피해자'에 가까웠다.

경기 후 하이원의 김희우 감독은 "판정은 심판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벤치의 감독이 뭐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심판은 양 팀의 감독과 함께 경기를 지휘하는 지휘자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가끔 잊는 것 같다"고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두 팀의 형평성을 두고 판정을 내려야 하는데 대학팀이라고 더 봐준다는 느낌을 가진다는 것조차 쉽게 이해할 수 없다"고 한 김희우 감독은 "그런 심판의 판정 하나하나에 흐름이 많이 바뀐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대한민국 아이스하키 선수의 레벨은 상당히 올라갔지만, 심판의 레벨은 아직도 제자리인 것 같은 기분이다"라며 심판의 자질에 대해 꼬집기도 했다.

심판은 공정하고 당당한 경기를 만들기 위해 하나의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판정을 내리는 판관이다. 비단, 그러한 부정행위로 한쪽의 손을 들어줬을지언정 그 승리가 과연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승리일까? 그런 승리를 가져간 승자는 과연 기쁘게 웃을 수 있을까?

경기 후 하이원의 관계자가 피력했던 한마디는 많은 것을 시사했다. "편파적인 판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해서 연세대가 이긴다면, 연세대는 그 경기에서 보여줬던 노력마저 박탈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아이들의 노력을 감히 누가 폄하하는가?"

[관련기사] ▶ 대한민국 성인 아이스하키의 최강자를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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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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