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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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일, 아버지께 바치는 애끓는 '사부곡'

기사입력 2009.11.07 22:11 / 기사수정 2009.11.07 22:11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평소 겉으로 보이는 김형일은 참 강한 사람입니다. 187cm의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지고 있고, 어느샌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짧게 자른 머리까지.

게다가 그라운드 안에만 서면 '글레디에이터'라는 별명에 걸맞은 플레이를 선보입니다. 상대 공격수와 부딪혀도 금세 일어나 다시 달리고 진득하니 들러붙어 자신과 붙은 상대를 괴롭게 하죠.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면 "몰매를 맞은 것 같다"고 대답하면서도 그 다음의 그라운드도 그 전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항상 그라운드에서는 거친 김형일이지만 유니폼을 벗으면 다른 또래와 다를 게 없는 26살의 예의바르고 밝은 청년입니다.

그런 그에게 지난 30일은 하늘이 무너진 것과도 같은 날이었습니다. 평소 큰아들에게 정신적 지주와도 같았던 아버님의 상이 그것이었죠. 늦게 연락은 받은 기자는 늦은 밤 빈소를 찾았습니다.

비가 많이 오던 그 밤의 장례식장은 하필 다음날 리그 경기를 치러야하는 탓에 손님도 많지 않았습니다. 기자의 방문에 예상치 못했던 손님이라는 듯 놀란 김형일은 그러나 담담한 표정이었습니다.

큰 경기를 앞두고 슬픔에 빠져 어쩌나 라는 걱정과는 달리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려 전화를 걸어온 김형일의 목소리는 밝았습니다.

장지인 안동에 들렀다 포항에 복귀했다는 김형일은 "고맙다"는 말과 괜찮다"는 말을 계속 반복하며 애써 밝게 웃었습니다. 주변의 우려를 지우기 위한 행동이었죠.

골을 터트린 김형일은 무릎을 꿇고 잔디에 엎드려 한참을 기도를 한 뒤 일어나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올리고 무언가 한마디를 내뱉었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인사를 전한 것이겠죠.

김형일의 골 이후 한 골을 내주긴 했지만 포항은 잘 버텨냈고, 결국 아시아 정상의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김형일은 그대로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큰일을 치르고도 복귀해 큰 경기를 치러야만 했던 그에 대한 고마움과 안쓰러움이 겹쳐 포항 선수들은 엎드려 있는 김형일에게 달려가 한참을 토닥였습니다.

쉽게 눈물을 멈추지 못한 김형일은 남궁도의 품에 안겨 한참을 오열하기도 했죠.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제일 먼저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꺼낸 김형일은 다시 한 번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항상 자랑스러워 하던 아들인데, 우승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가셔서 마음이 아프다"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직접 바라보지는 못했지만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큰 선물을 안기게 된 김형일에게 이번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그래서 더 갚진 선물일 것입니다.

[사진=김형일 (C) 엑스포츠뉴스 DB]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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