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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레알 - 밀란, 관전 포인트는?

기사입력 2009.11.03 12:36 / 기사수정 2009.11.03 12:36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UEFA 챔피언스리그 통산 최다 우승팀 1,2위의 주인공 레알 마드리드와 AC 밀란이 재 격돌을 펼친다.

지난 22일(한국시간) 조별 예선 3차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세기의 대결을 펼친 양 팀은 'AC 밀란의 소년 가장' 알레산드레 파투의 맹활약 속에 밀란이 3대 2 역전승을 거뒀다. 이 날 경기에 승리한 AC 밀란은 레알 보약을 마신 효과를 보여주며 최근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들은 5경기 동안 4승 1무를 기록하며 리그 순위도 4위로 오른 상태이며 호나우지뉴, 쉐드로프의 부활로 전통의 명가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이 날 경기에서의 패배 이후,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밀란과의 홈  경기에서 파투의 영웅적인 활약 속에 급격히 무너지면서 2대 3으로 패한 레알 마드리드는 스포르팅 히혼과의 원정 경기 무승부와 코파 델 레이에서 3부 리그 팀인 알코르콘에게 0대 4로 완패하면서 붕괴했다.

올 여름 갈락티코 2기 정책을 통해 유럽 축구의 최강자임을 재차 입증하고자 한 레알 마드리드는 비야레알에서 야심 차게 데려온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을 낳으며, 최근 스페인 언론에서 그의 경질설이 대두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1일 새벽(한국시간) 헤터페와의 홈 경기에서 그들은 전환점을 맞이했다. 전반 28분에 라울 알비올이 퇴장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놓은 레알 마드리드는 곤살로 이과인의 연속골에 힘입어 2대0 승리를 거두면서 여러 우려를 종식했다.

그렇다면 'AC 밀란의 홈 구장' 산시로에서 펼쳐질 양 팀 경기의 주목할 점은 무엇인가?

▶ 파투와 이과인의 대결

남미를 대표하는 두 유망주 포워드가 소속팀의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 통과를 위해 전방에 나섰다.

'세계 최고의 축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월드컵과 축구 역사상 최고의 팀으로 손꼽히는 삼바 군단' 브라질과 '코파 아메리카 최다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두 선수는 축구계의 보물 창고로 불리는 양 팀에서 가장 돋보이는 유망주 포워드로서, AC 밀란과 레알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골잡이로 자리매김하였다.

우선 이과인은 아르헨티나 명문팀 리베르 플라테에서 2006~2007시즌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1200만 유로에 레알 마드리드에 영입되었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 감독인 카펠로의 요청에 의해 아르헨티나로 파견된 '카펠로의 오른팔' 프랑코 발디니가 페르난두 가고의 영입을 위해 보카 주니어스와 리베르 플라테의 더비 경기를 관람하던 중, 2골을 성공시킨 맹 활약 속에 뜻밖에 레알 마드리드 행을 선택한 경우였다.

입단 초기, 반 니스텔루이와 라울에 밀려 적은 출장 시간 속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기대를 모은 그는 2007~2008시즌 자신의 존재를 알린 뒤, 2008~2009시즌에는 완성된 포워드의 모습을 선사했다.

빠른 발과 적절한 테크닉을 겸비한 그는 최전방 원톱은 물론 세컨드 탑과 측면 플레이에 능한 멀티 플레이어적인 성격을 지녔다. 양발 사용에 능하며 헤딩 능력도 탁월하며, 좁은 공간에서도 쉽게 상대 수비수를 농락할 수 있는 트래핑 능력을 지녔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적극성과 대범함을 보여주고 있다. 역공과 지공상황에서 모두 능한 그는 페예그리니가 추구하는 지공 위주의 공격 스타일에 유용하며, 카카와 호날두로 대표되는 갈락티코 2기 주인공의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애초, 이번 여름 유럽을 강타했던 갈락티코 2기 정책 때문에 주전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몇몇 예상과 달리, 이과인은 레알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포워드로서 자신의 포지션을 보다 전방으로 이동했음에도 훌륭한 모습을 선사. 지난 밀란과의 홈 경기에서 자신의 부재 때문에 낳은 패배의 상처를 씻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한편, 인터나시오날의 숨겨진 재능이었던 파투는 세브첸코의 후계자로 AC 밀란에 입성한 뒤 처참한 실패를 맛 본 히카르두 올리베이라의 대안이었다. 2007~2008시즌 AC 밀란이 리그 5위라는 처참한 성적과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라는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얻게 된 파투는 자신의 영입을 위해 2500만 유로라는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한 밀란의 구세주로 성장했다.

파투는 '소년 가장'이란 애칭과 함께 노쇠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AC 밀란의 선수 진을 이끌며 자신의 전성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빠른 주력과 테크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어린 나이답지 않음 침착성과 성숙함을 겸비했다. 수비 뒷공간을 허무는 능력은 세계 최고의 레벨에 도달했으며 헤딩, 프리킥, 중거리 슛 등 다양한 재능을 지닌 선수이다. 특히 리그 내 강팀을 상대로도 대범한 모습을 보여줄 때는 호나우두의 재림이 과찬이 아닐 정도이다.

지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원정경기에서도 파투는 레알 마드리드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2번의 득점에 성공. 팀의 승리와 상승세를 동시에 이끌었다. 이번 경기에서 카카와 만나게 될 파투는 홈 경기에서 다시금 레알 마드리드의 비수를 꽂는다면, 자신의 가능성과 능력을 재차 입증할 것이다.

▶ 갱생한 디다와 '레알의 수호신' 카시야스의 대결

21세기 초중반을 대표했던 디다와 레알 마드리드의 수호신 카시야스가 2차전을 벌인다.

지난 1차전에서 자신의 실수 때문에 라울에 선제 득점을 내준 디다는 이 날 경기 이후, 각성한 모습을 보여주며 리그에서 좋은 선방과 함께 오랜만에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며 단숨에 밀란의 수호신으로 등극했다. 키에보, 나폴리, 파르마를 상대로 그가 보여준 선방은 리그 11위까지 떨어졌던 부진한 밀란을 리그 4위로 등극시키는 영웅적 기질을 발휘. 지난 6년간, 밀란의 뒷문을 책임진 모습을 보여주며 이번 경기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한편, 레알 마드리드 최종 수비라는 애칭을 얻게 된 카시야스의 선전도 주목할 요소이다. 지난 홈 경기에서 피를로의 중거리 슛과 파투의 역전골 상황에서 자신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실점을 한 카시야스는 21세기 레알 마드리드 최고의 골키퍼란 명성에 흠집을 내며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인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도 이번 산시로 원정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해야 한다. 불안한 수비진 때문에 좌불안석의 상황에 놓인 팀을 위해, 그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상대 공격수의 슈팅을 무효화시키는 선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 카카의 산시로 귀환

밀란을 대표했던 '슈퍼 스타' 카카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 후, 5개월 만에 자신의 보금자리였던 산시로 귀환을 이루었다. 2003년 레오나르두에 의해 밀란에 입성했던 카카는 밀란에 있어서 여러  의미를 지닌 선수이다. 그는 팀을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이탈리아 세리에 A의 대표적 선수이며 차기 주장으로 거론될 만큼 팬들의 돈독한 신임을 받고 있던 선수였다.

결국, 3년간 지속된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과 AC 밀란 수뇌부의 재정 확보는 그의 소속팀을 레알 마드리드로 옮기게 했으며, 카카와 밀란 팬들의 염원이었던 '영원한 로쏘네리 카카'는 기억 속에서 사라진 상황이다.

지난 2003년 밀란에 입단한 카카는 팀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당대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루이 코스타를 벤치로 밀어내며 차기 밀란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게 된다. 특히 10월에 열린 인테르 밀란과의 밀란 더비에서 보여준 그의 눈부신 활약은 모든 밀란 팬들로 하여금 열렬한 지지를 받았으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서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적 초기 카카의 스타일은 미드필더와 공격수를 연결하는 중원의 지휘자였다. 그는 세브첸코와 함께 눈부신 활약을 선보이며 2003/2004시즌, 밀란의 17번째 스쿠데토 획득에 이바지했다. 이 때문에 팬들은 카카를 가리켜 '리베라의 재림'이라 불렀다. 순항하던 카카가 암초를 맞이하게 된 것은 밀란의 '간판 공격수' 세브첸코의 이적이었다. 기존의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에서 벗어나 최전방 공격수를 뒷받침하는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맡은 카카는 플레이 스타일에서 상당한 변화를 야기했고 '혹사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포지션 변경을 감행한 카카는 이러한 우려 속에서, 2006~2007 UEFA 챔피언스 리그를 제패하면서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자리 잡게 된다.

카카는 대단한 선수였다. 상대편 골망을 뒤흔드는 능력과 골문 앞에서 보여주는 침착성은 그의 능력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여느 선수들보다 빠른 발을 자랑하는 그는 역습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을 어김없이 발휘했다. AC 밀란의 노쇠화로 인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도 늘 팀을 위해 헌신하는 진정한 프로정신을 보여준 선수였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다르다. 자신의 보금자리였던 산시로에서 밀란과의 경기에 나서는 카카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로서 원정 경기에 나서는 브라질 출신 용병일 뿐이다. 과연, 기대를 모은 1차전에서 밀란의 수비진에 막히며 고전했던 카카가 2차전에서는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밀란의 구단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을 판 것을 후회하게 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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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레알 마드리드를 격침시킨 알레산드레 파투 ⓒ AC 밀란 공식 홈페이지 캡쳐]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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