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너 같은 딸 낳아봐'라던 엄마의 마음, 세리 통해 깨달았죠"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모처에서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 노승혜 역으로 열연을 펼친 윤세아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노승혜(윤세아 분)는 육군참모총장에 여당 국회의원까지 지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인물로, 검사 출신 로스쿨 교수인 남편 차민혁의 숨 막히는 교육관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윤세아는 미혼이지만, 아이들을 지켜야 할 때는 강해지는 모성애를 강렬하게 표현했다. 그는 노승혜의 모성애 연기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전했다.
"나는 그렇게 착한 딸은 아니었다. 아빠가 가정적이시지만 엄하셔서 밤 9시만 넘어가면 10분마다 전화를 하셨다. 그 문제를 두고 싸워가는 과정에서 엄마가 노승헤처럼 고생을 많이 하셨다. 엄마에게서 노승혜를, 내게서 세리를 많이 봤다. 속을 안 썩이고 싶었지만 많이 썩였다. 엄마를 집 앞에서 기다리게 하는 것도 해봤다. 클럽은 아니지만 재즈바 같은 곳도 갔었다. 드라마와 스케일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엄마 생각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더라. 엄마가 늘 '너 같은 딸 낳아봐'라고 하셨는데, 그걸 세리를 통해 느낀 것 같다. 엄마가 바로 옆 동에 살아서 자주 보는데, 한 번은 방송 후 엄마가 집에 오셔서 괜히 끌어안고 감정을 나누게 되더라. 나에게 노승혜는 나의 어린 시절을 반성하게 해주는 자리였다."
이어 그는 "현재 'SKY 캐슬'을 보는 아이들이 '우리 엄마가 노승혜였으면 좋겠다'고 많이 생각하던데, 그 친구들이 지금 내 나이가 되면 '우리 엄마가 빛승혜였구나'라고 느끼게 될 것 같다. 그때는 모른다. 다만 나중에는 다 알게 될 테니, 크게 어긋나는 일 없이 자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극중 노승혜의 모성애가 폭발한 장면은 바로 하버드에 위조 입학한 딸 차세리(박유나)를 무섭게 혼내는 남편 차민혁(김병철)에게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었다.
"두 번의 테이크로 나눠서 찍었다. 첫 번째는 노멀하게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테이크를 쓰셨다. 조금 더 날 서고 짐승 같은 소리를 원하신 것 같다. 자꾸 노승혜라는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걸 좀 떨쳐버리고 연기를 했더니 '저 안에 남자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로운 소리가 났다. 감독님이 참 좋아해 주셨다. 사실 그 장면을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냥 푹 빠져들어서 했다. 그 장면에서 모두의 집중력이 모두 좋았다."
노승혜의 모성애는 호평을 받았지만 대학에 위조 입학을 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클럽MD가 되겠다고 하는 딸 차세리의 모습에는 공감을 못하겠다는 시청자도 있었다. 그러나 윤세아는 노승혜의 마음으로 차세리의 모든 말과 행동을 이해한다고 했다.
"13살 때 미국에 가서, 이모라고는 하지만 거의 혼자 살았던 그 아이의 생활이 어땠겠나. 그 생활과 외로움을 어떻게 보상해주나.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잘못된 건 사실이지만, 부모로서는 한없이 미안하다. 충분히 심정적으로 이해가 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노승혜에게 싸워야할 기폭제가 됐다. 다만 세리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이 조금 더 보여졌으면 좋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세리를 많이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이어 그는 "사실 클럽 MD라는 직업을 세리를 통해 처음 봤다. 솔직히 엄마 된 입장으로서는 속상하다. 클럽의 세계는 잘 모르겠더라. 세리가 일하고 온 복장도 눈을 어디다 둬야 할 지 모르겠더라"며 진짜 엄마같이 세리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SKY 캐슬'이 많은 엄마들에게 교육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심어준 만큼, 윤세아도 이번 작품을 통해 깨달은 것이 많다. 그는 "내가 어떤 엄마로 살아가야 할 지 고민이다. '엄마도 엄마는 처음이야'라는 이야기가 되게 슬프다. 아이를 낳으면 많이 경험하게 해주고 싶고, 선택하게 해주고 싶다. 경쟁에 치이는 삶을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또 기죽이기는 싫고, 버릇이 없는 것도 싫다. 그 와중에 많이 고민을 할 것 같다. 하나 확실한 건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 속만 터놓을 수 있어도 그게 어디일까 싶다. 누굴 좋아하는지, 어떤 게 기분이 나쁜지 그런 대화를 많이 하는 부모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윤세아가 준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선 긋기 연습'이다. 아이도, 엄마도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아이도, 엄마도 다 자기의 인생이 없지 않나. 그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가 싶다. 각자의 인생을 두고, 그 경계선이 섞여가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용기 내 선을 그어야 할 것 같다. 마음이 넘치더라도 확실히 그어야 한다. 인생과 인간관계가 다 그런 것 같다. 부모 자식 사이가 얼마나 끈끈한지 알지만, 선 긋기 연습을 하고 거기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 같다."
(인터뷰③에서 계속)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스타캠프 202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