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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Letter] 맨유의 문제, '박지성'이 필요한 이유

기사입력 2009.10.27 00:47 / 기사수정 2009.10.27 00:47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10라운드까지 7승1무2패 승점 22점으로 2위. 현재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성적이다. 리그 선두 첼시(8승2패, 승점 24점)에 승점 2점차로 뒤져있지만 앞으로 28경기나 남아있기 때문에 '2점'이라는 차이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팀의 에이스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이적하며 전력의 손실이 있었고 슬로우 스타트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시즌 초반까지는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시즌 막판이 다가올수록 힘을 내는 맨유의 전통을 고려한다면 이제부터 타이틀 레이스는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고로 '전無'하고 '후無'할지도 모르는 EPL 4연패 도전은 현재까지는 희망적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성적만 놓고 봤을 때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단지 지난주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패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전까지 4연패를 당했다고는 하나 앤필드 원정경기는 매우 어려운 경기임이 틀림없고 맨유가 패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결과다. 패배보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바로 이날 경기의 내용이었다.

맨유는 이날 경기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창의적이고 파괴력 있는 공격은 눈에 띄지 않았고 탄탄했던 수비도 사라졌다. 심지어 정신력마저 리버풀에 뒤졌다. 그동안 실망스러운 경기력에도 근근이 승점을 쌓아왔던 것은 상대가 비교적 약팀이었기에 가능했고 리버풀전에서 패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경기력으로 승리를 챙기는 것이 강팀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호날두의 이적으로 한층 파괴력이 떨어진 맨유의 공격은 웨인 루니의 연이은 득점포와 라이언 긱스의 마법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리버풀전에서 루니와 긱스가 막히자 속수무책이었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우아함은 눈을 즐겁게 해주었지만 실속이 떨어졌고 안토니오 발렌시아는 골대를 한 차례 맞추는 날카로운 슈팅이 있었지만 자신이 맨유라는 팀에 어울리는 선수인지 90분 내내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맨유의 공격을 이끌어줄 선수는 몸 상태가 온전치 못한 루니와 긱스였다. 부상에서 갓 돌아온 루니에게 저돌적인 공격을 기대하는 것과 35세의 긱스에게 꾸준한 경기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넌센스였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은 그럴 능력이 부족했고 안타깝지만 맨유의 현실이 그렇다.

공격의 부진을 메워줄 수비도 우왕좌왕하면서 불안함을 증폭시킨다. 이전에도 종종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수비는 승리를 거두면서 크게 주목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맨유의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0-2 완패는 패배와 함께 공격과 미드필드, 수비 모두 문제점을 노출한 경기였다.

베르바토프의 가세 '판타스틱4'의 실패

지난 시즌 베르바토프가 맨유에 합류하자 기존의 호날두(現 레알 마드리드), 카를로스 테베즈(現 맨체스터 시티), 루니와 함께 '판타스틱4'를 구축했던 맨유는 오히려 그 전 시즌보다 득점력이 떨어지며 고민을 했던 경험이 있다. 수치상으로도 베르바토프가 오기 전 2007/08시즌에 80골을 넣었던 것에 비해 지난 시즌에는 68골에 그치며 골이 12골이나 줄어들었다.

물론 골의 숫자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맨유는 베르바토프가 오고 나서 공격의 다이나믹함과 실속 등 모든 것이 기대에 못 미쳤다. 베르바토프가 때때로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줬지만 3,000만 파운드의 값어치가 있는 플레이는 아니었다. 그래서 EPL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도 불구하고 2006/07시즌 바르셀로나와 2006 독일 월드컵에서의 브라질이 그랬듯이 맨유의 '판타스틱4'도 결국 실패라는 결론이 지어졌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판타스틱4'가 모두 경기에 나선 경우는 극히 드물었지만 요점은 베르바토프의 합류로 공격의 파괴력이 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고 결국 실패로 귀결되었다는 점이다.

루니-베르바토프 투톱 문제 없나?

올 시즌을 앞두고 호날두와 테베즈가 이적하면서 맨유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기존의 전술을 유지하면서도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으로 무게의 중심을 옮겼다. 호날두 없는 맨유는 걱정이 앞섰지만 'NEW 맨유'의 시대가 탄생하면서 많은 기대를 받았다. 환상적인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이기적인 호날두라는 존재가 이적하면서 이타적인 두 공격수의 호흡은 적어도 이론상으로 완벽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이번에도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 가끔 한두 경기에서 괜찮은 호흡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두 선수의 조합은 아직까지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기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보았을 때 금세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점은 두 선수의 성향에 있다. 두 선수는 언뜻 보기에 '빅&스몰'의 조합으로 보일 수 있으나 기술이 좋고, 패스를 즐기는 등 공통점이 많아 플레이 스타일에 유사성이 존재한다. 또한, 공중볼에 약한 공통점이 있기에 경기가 풀리지 않는 날에는 맨유의 공격이 지나치게 단조로워지면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지난 시즌까지는 호날두(혹은 테베즈)가 해결해 줄 수 있었으나 호날두가 없는 지금은 숙제로 남아있게 되었다.

루니와 베르바토프가 해결사 역할을 적절히 분담해야 하는데 2선에서 활동하는 것을 즐기는 두 선수의 특성상 확실한 마무리를 지어줄 골게터가 없게 된다. 컨디션이 괜찮은 날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조금만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상대에게 읽혀버리면 수비 입장에서는 막아내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루니의 초반 기세는 주목할 만했지만 매년 이어지는 연례행사처럼 부상을 당한 뒤 다시 폼이 떨어진 상태이고 베르바토프는 레버쿠젠과 토트넘 시절의 결정력을 잃어버린 듯하다. 게다가 나니와 발렌시아의 단조로운 공격도 두 선수의 부진에 한 몫을 한다. 다시 언급하겠지만 나니와 발렌시아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으로 상대 수비는 루니와 베르바토프를 집중적으로 견제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자연스레 공격의 어려움을 초래한다.

수비진의 잦은 부상과 잦은 교체

맨유의 수비는 유럽 최고라고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최고 몸값의 수비수 리오 퍼디난드와 '통곡의 벽' 네마냐 비디치가 버티는 센터백과 페트릭 에브라와 게리 네빌이 버티는 포백은 맨유의 자랑이었다. 존 오셔, 하파엘, 파비우 형제, 조니 에반스, 웨스 브라운의 백업 멤버도 헤라르드 피케를 이적시킬 정도로 양질이 뛰어나다.

문제는 부상이다. 주장 네빌은 큰 부상과 작은 부상을 달고 다니면서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잃은 지 오래되었고 퍼디난드와 비디치도 잦은 부상으로 정상적인 컨디션을 찾기 어렵다. 컨디션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집중력을 잃기 쉽고 실수가 생긴다.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퍼디난스의 실수와 리버풀전에서 낙하지점을 잘못 잡아 퇴장당한 비디치의 실수가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대체 멤버도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는 점이다. 브라운은 장기 부상으로 인해 주전에서 밀리며 경기에 나서는 횟수가 극히 제한되었고 브라질의 쌍둥이 형제 역시 번갈아가며 부상을 당하고 있다. 꾸준히 제 몫을 해주는 수비 자원은 에브라와 오셔가 정도일 뿐이다.

꾸준히 호흡을 맞추며 가장 변화를 주지 않는 수비가 가장 크고 잦은 변화가 생기며 일관된 경기력 유지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맨유는 10경기에서 11골을 실점 중이다. 리그 3연패를 달성한 3년 동안 총 114경기에서 71골을 실점하며 경기당 약 0.7골이 되지 않는 골을 허용한 것과 비교하면 실점이 급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판 데사르가 부상에서 돌아와 안정적인 모습을 이끌고 여전히 불안하다. 대부분의 선수가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여전히 부상의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안정을 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니와 발렌시아 그리고 박지성

호날두의 이적으로 측면이 약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1,700만 파운드라는 거금을 주고 영입한 발렌시아와 나니, 박지성 그리고 긱스까지 존재하는 측면 자원은 여전히 EPL 최고 수준이다. 그렇지만, 긱스를 제외하면 나니와 발렌시아가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공격의 다양성이 사라졌다.

아쉽지만 '산소탱크' 박지성도 팀에 큰 공헌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출전 기회도 많이 줄었지만 경기에 나설 때도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감기와 무릎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나니와 발렌시아는 뛰어난 스피드와 발재간을 갖췄고 정확하고 날카로운 킥력을 겸비해 박지성을 제치고 현재까지는 주전급으로 활약 중이다. 그러나 두 선수의 단조로운 공격은 이미 상대가 읽고 있어 날카로운 모습은 실종된 지 오래다. 나니와 발렌시아는 좋은 재능을 갖췄지만 확실히 축구 지능이 떨어진다.

나니는 여전히 패스할 때와 드리블을 해야 할 때를 구분 짓지 못하며 공격의 흐름을 끊어먹기 일쑤이고 발렌시아는 터치라인을 타는 종적인 드리블에 이은 크로스만을 고수하며 상대 수비를 편하게 해준다. 189cm의 장신임도 공중볼에 강하지 못한 베르바토프와 단신인 루니가 공격수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효율성이 떨어진다. 최근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겸하며 달라진 모습이지만 그마저도 그리 위협적이지는 못하다.

그래서 이들은 적지 않은 골과 도움을 기록하고 있지만 내용적인 면에서 아직 합격점을 받기 어렵다. 차라리 긱스가 선발로 나서거나 교체로 출전했을 때 맨유의 공격이 창의적으로 변했고 더 위력적으로 변했다. 바로 이것이 맨유가 현재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이자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다음달이면 36세가 되는 긱스가 언제까지 맨유 공격의 중심이 될 수 없는 노릇이다.

+ 박지성이 필요한 이유 

그리고 박지성이 맨유에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공격적 재능은 나니와 발렌시아에 비해 뒤처지지만 박지성은 두 선수가 갖지 못한 재능을 갖췄다. 바로 축구 두뇌가 뛰어나다. 압도적인 스피드와 킥력은 없지만 준수한 능력과 함께 하늘이 주신 축구 두뇌로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파고드는 것이 일품인 박지성은 맨유의 또 다른 공격 옵션을 제공한다.

나니와 발렌시아를 신임하는 현재 상황에 기회가 쉽사리 찾아올지는 의문이지만 퍼거슨이 박지성의 능력을 인정하기 때문에 그리고 나니와 발렌시아와는 극명하게 다른 장점을 가진 선수이기에 분명히 기회는 찾아온다.

문제는 그러기 위해서 공격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호날두 없는 맨유에 박지성의 수비적인 능력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부상 중이지만 대런 플레쳐와 오웬 하그리브스는 수비적으로 도움을 주는 선수들이기에 박지성은 수비보다 공격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PSV 아인트호벤 시절에도 아르연 로벤이 첼시로 이적하자 공격의 핵을 담당했던 박지성으로는 리그의 레벨 차이가 존재하지만 EPL에서도 충분히 자신의 공격적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지적한 대로 맨유는 다소간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다. 리버풀전에서 패배도 뼈아팠지만 그동안 드러났지만 나쁘지 않았던 결과로 인해서 감춰두었던 불안 요소들이 한꺼번에 나타났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앞에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마이클 캐릭과 폴 스콜스가 지난 시즌과 같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도 공격과 수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오웬 하그리브스가 곧 복귀할 것이라는 소식이기 있기 때문에 공격과 수비에 어느 정도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게다가 하그리브스는 긱스를 제외하면 세트피스에서 정확히 크로스와 슈팅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없는 맨유에 '오른발 킥'이라는 새로운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가 된다.

또한, 판 데사르의 복귀로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점과 박지성이 휴식을 마치고 곧 돌아와 측면 공격에서 다양함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박지성의 복귀로 루니와 베르바토프는 조금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퍼거슨의 선택은 앞으로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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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엑스포츠뉴스 DB]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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