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0.21 19:20 / 기사수정 2009.10.21 19:20
양 팀의 스폰서인 도박 업체 BWIN과 경기 시작 전 양팀의 승패를 가늠하는 예상에서 모두 앞서고 있던 레알 마드리드의 패배였기 때문에 이변 아닌 이변이 발생했다.
갈락티코 2기를 출범시키며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부상하고자 한 레알 마드리드와 캄피오네 모임을 결성하며 실력과 나이에 상관없이 이름값에 주목했던 양 팀의 경기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AC 밀란의 승리로 돌아갔다.
양 팀의 상황은 대조적이었다.
올 여름 레알은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의 복귀와 함께 카카,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카랭 벤제마, 라울 알비올, 샤비 알론소, 알바로 아르벨로아를 영입하며 '갈락티코 2기'를 선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챔스에서의 왕좌 탈환을 기대하고 있었다.
반면 리그 내외적으로 다른 팀들이 바쁜 여름을 보내며 착실한 보강에 나선 것과 달리 밀란은 팀의 빚을 청산한다는 명목으로 이적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팀의 아이콘이자 창과 방패로 대표되는 카카와 말디니를 각각 이적과 은퇴로 잃었으며, 팀을 이끈 사령탑 카를로 안첼로티는 첼시로 떠났다.
그러나 모든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AC 밀란은 레알을 3대 2로 제압하며 '챔스 DNA'의 위력을 선사했다.
전반 18분, 밀란은 골키퍼 넬슨 디다가 에스테반 그라네로의 중거리 슛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처리를 잘못했으며 이 기회를 살린 '레알의 주장' 라울 곤살레스에게 허무하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었다.
부진한 자국 리그를 보냈기 때문에 분위기 반전을 노린 그들은 레알의 막강한 공격 라인에 고전했지만 후반 16분에 안드레아 피를로가 감각적인 중거리 슛을 골로 연결하며 동점을 만들었고 3분 뒤에 파투가 마시모 암브로시니의 스루 패스를 환상적으로 마무리시키며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레알의 로이스톤 드렌테 라울이 땅볼로 굴려준 코너킥을 왼발 중거리 슛으로 연결하며 동점을 만들었지만 후반 43분에 파투가 역전골이자 자신의 2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밀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 수훈갑은 알레산드레 파투와 호나우지뉴였다. 두 선수 모두 부진한 시즌을 보내며 카카 없는 밀란이 재앙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 부합하는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파투는 자신의 장기인 드리블을 이용한 돌파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호나우지뉴는 현격하게 떨어진 활동량과 잦은 실수 때문에 밀란 부진의 원흉으로 자리매김한 상태였다.
그러나 호나우지뉴는 지난 2005년 11월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기립 박수를 받았을 때의 기억을 상기하며 자신의 장기인 현란한 드리블과 팀의 지휘자로서 파투와 인자기를 조율했었다. 4년 전, 자신의 화려한 퍼포먼스에 곤경에 처했던 세르히오 라모스와 조우한 호나우지뉴는 전반 초반부터 그의 대인 방어에 허점을 보이며 부진했지만 후반 시작과 함께 다시금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외계인이란 별명에 걸맞은 맹활약은 아니었지만 AS로마와의 이탈리아 세리에 A 8라운드에서부터 시작된 호나우지뉴의 갱생은 밀란이 레알이란 거대한 벽을 넘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한편, 파투는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발휘하며 자신의 챔스 데뷔골을 성공시키며 대표팀과 밀란에서 선배로 있었던 카카에게 비수를 꽂았다. '소년 가장'이란 애칭을 얻으며 어린 나이에도 밀란의 공격을 홀로 이끈 파투는 레알의 홈 팬들의 열띤 응원 속에서도 탈 유망주를 선언하며 부진 탈출과 자신을 둘러싼 논쟁을 잠재웠다.
그의 이날 모습은 안드레이 셰브첸코를 잃은 카카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 구장 올드 트래포트와 밀란의 홈 구장 산시로에서 보여줬던 2006-2007 챔스 준결승전에서의 모습과 유사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팀을 구한 그의 재능은 브라질과 밀란을 넘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 2006년 FIFA 클럽 월드컵에서 바르셀로나를 꺾으며 우승을 차지한 인터나시오날 출신의 ‘숨겨진 재능’ 파투는 세브첸코의 후계자로 AC 밀란에 입성한 뒤 처참한 실패를 맛 본 히카르두 올리베이라의 대안이었다.
2007 남미 청소년 선수권 대회에서 루카스 레이바, 헤나투 아구스토 등과 함께 브라질의 우승을 이끈 그는 어린 시절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축구 황제' 호나우두가 직접 언급한 후계자였다. 이러한 기대가 부담되었을까. 대회 직전 최고의 선수로 주목받으며 나섰던 지난 2007 U-20 캐나다 월드컵에서 그는 한국 전 2골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선사. AC 밀란이 지불한 바이아웃 금액인 2500만 유로가 올바른 선택인지 의문을 제기했었다.
설상가상 지난 시즌 챔스 우승팀인 밀란은 2007~2008시즌 리그에서 참혹한 성적을 거두며 '제2의 도약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으며 타락의 길로 치닫고 있었다. 그러나 파투라는 새로운 보석을 얻게 되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능하게 한 시즌이었다.
그의 진가가 발휘된 지난 2008~2009시즌 파투는 '소년 가장'이란 애칭과 함께 나이 먹은 AC 밀란의 선수 진을 이끌며 파투의 전성시대의 도래를 알렸으며,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자신의 진가를 전 세계 축구팬에게 각인시키며 최고의 선수로 한 단계 성장했음을 알렸다.
올 시즌 밀란의 상황은 좋지 않다. 그러나 호나우지뉴와 파투가 이끄는 공격력이 되살아난 상태에서 겨울 이적시장에서의 보강만 약속된다면 리그와 챔스에서의 선전은 꿈이 아닐 것이다.
[관련 기사] ▶ [챔스 종합] 부활한 AC 밀란과 막강한 첼시
[사진=레알 마드리드를 제압한 밀란의 파투 ⓒ AC 밀란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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