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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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산업의 발전 없이 선진축구는 요원하다

기사입력 2005.09.22 09:07 / 기사수정 2005.09.22 09:07

이철규 기자

토탈사커의 창시자 미켈스가 세계무대에 공격축구를 선보인 뒤, 토탈사커가 만들어내는 ‘탈 포메이션, 시스템 지향’이라는 패러다임은 수 많은 전술가들에 의해 개량되어 왔고,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압박과 스피드’라는 화두와 맞물려 그 모습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그 동안 포메이션의 다양한 변화를 통해 초기의 공격축구가 가진 문제점을 보완하고 공격을 극대화 시키는 다양한 시도와 이런 시도과정에서 요구되던 높은 수준의 전술이해도를 소화해낸 선수와 멀티플레이어들은 미켈스의 이상향에 한걸음 더 다가선 느낌이며, 토탈사커를 현실화한 전술가들의 역량 역시 축구과학과 함께 눈부신 발전을 보였다.

 

최근 원톱 중심의 점유율을 중시하는 전술이 최전방 공격수의 고립을 막기 위해 여러 포메이션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그라운드 안에 수용했고, 선수들이 다양한 요구를 감당해 내며 발전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더 이상 하나의 포메이션으로 팀을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할 수 있다.

또한 높은 수준의 전술 이해도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11명의 선수가 그라운드 상황에 맞추어 포메이션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확실한 공간 장악력을 발휘하며, 자칫 포메이션의 틀이 약해지며 허물어지기 쉬운 부분을 선수들의 긴밀한 호흡으로 보완하는 유기적인 모습은 선수들의 재능으로만 이루어 질 수 없는 부분으로 어린 시절부터 지원 속에 터득한 전술과 경험 등의 지도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런 선수들의 능력향상을 위해 어릴 때부터 과학적으로 체계화시켜 관리 육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렇게 육성된 능력을 극대화시키며 일관되게 유지하기 위한 관리기법 속에서 탄생된 수많은 스타와 성공사례들은 이제 축구선수들이 단순한 재능에만 의존한 선수가 아닌 축구산업에서의 상품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제는 전체적인 축구산업의 발전이 있어야 선진화된 축구전술을 구현해 낼 수 있는 풍부한 선수자원이 생긴다는 것이다. 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초기투자와 회수기간을 지켜볼 수 있는 인내심 없이는 높은 수준의 축구를 보는 것을 기대하기란 어려우며, 이것이 한국축구가 한 단계 더 올라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인 축구의 한해 예산과 최고액 스폰서의 현금비중은 PSV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축구협회가 노력 끝에 거둔 성과로 이전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나, 팬들이 원하는 해외원정을 위해서 그리고 보다 나은 모습의 대표팀을 위해 필요한 선진화된 스텝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본도 부족한 상황이 한국 축구의 현 주소. 기본적인 투자가 되어야 일정 정도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공식을 외면하고 무조건적인 비난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선진화된 시스템 개념의 축구를 몰라서 도입하는 것이 아니며, 해외원정의 중요성을 몰라 안방경기만 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과학적인 분석과 트레이닝 기법의 효과를 몰라 외면하는 게 아닌 것이다. 최소한의 자본과 인내심이 부족할뿐더러 축구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축구를 즐기되 지불하지 않는 현재의 풍토는 앞으로 고쳐나가야 할 점이다.

그리고 열악한 상황 속에서 파주 트레이닝 센터와 지도자와 유망주 발굴 및 유학지원 등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축협의 공은 칭찬받아 마땅하고, 행정상의 난맥, 불투명한 의견통일, 축구인 VS 비축구인간의 대결 구도 역시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노력하고 예전에 비해 발전하고 있는 모습까지 도매금으로 비난 받아서는 안 된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기뻐하며 함께 응원할 수 있는 축구문화를 선도해 줄 수 있는 마니아적 서포터들과 산업이라는 측면을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경기를 만들어 야 할 선수들과 구단 운영진 그리고 심판들이 함께 인식을 새롭게 하고 힘을 합쳤을 때 한국축구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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