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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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 놀러가다] K-리그 1, 2위 서울과 전북, 서울서 ‘빅뱅’

기사입력 2009.09.17 01:36 / 기사수정 2009.09.17 01:36

박진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진현 기자] [축구장에 놀러가다] K-리그 23R, FC 서울 대 전북 현대, 09/12, 20:00, 서울월드컵경기장

올 시즌 최고의 맞대결을 보러 가자

올 시즌을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경기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다. 바로 22라운드까지 K-리그 1위와 2위를 나란히 달리고 있는 FC 서울과 전북 현대의 '빅매치'이다. 불과 한 달 전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슈퍼매치'가 있었지만, 현재의 객관적인 전력상 올 시즌 최대의 맞대결이 바로 이 경기이다.



 
▲ 경기시작 30분 전, 많은 인파가 월드컵경기장 역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런 날에는 일찌감치 경기장에 자리를 잡고 앉아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이 제 맛인데, 동행한 친구 녀석들에게 끌려 명동에 갔다 오느라 결국 경기가 시작하기 30분 전이돼서야 경기장에 도착하고야 말았다.

어느새 어둠이 내려온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비교적 한산하다. 왜 그런가 했더니 이미 대부분의 관중이 경기장으로 들어가 오늘의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필자의 마음도 다르지 않아 벌써 두 다리를 재촉하고 있다.



▲ 많은 관중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실로 오랜만에 본부석 앞 동쪽 스탠드 1층이 가득 찼다. 그리고 FC 서울의 서포터스의 수호신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서울을 연호하고 있다. 한편, 조용했던 남쪽 스탠드 역시 형광 빛으로 물들어있다. 많은 인원의 전북 서포터스들이 오늘 경기를 보기 위해 원정응원에 나선 덕분이다. 준비는 끝났다. 이미 경기장 안은 달아오를 대로 뜨거워진다.

서울, 극적인 역전승으로 팬들의 응원에 화답하다

전통색상의 유니폼을 입고 나온 양 팀은 경기 시작부터 공격적으로 나서 경기템포를 올렸다. 홈팀인 서울은 데얀과 정조국 투톱에 기성용, 김한윤, 고명진, 고요한을 중원에 출전시켜 더욱 중앙지향적인 전술을 배치했다. 반면 전북은 이동국의 중심으로 최태욱, 루이스, 에닝요를 활용해 측면을 주 공격루트로 삼았다.

▲ 양 팀의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도열하고 있다.

서로 번갈아가며 상대의 골문을 위협한 양 팀의 균형은 전북이 먼저 무너뜨렸다. 후반 40분 전북은 서울의 역습찬스를 차단한 뒤 왼쪽 측면에 있던 에닝요에게 볼이 연결했다. 그리고 에닝요의 왼발 크로스를 골문 앞에 있던 루이스가 골로 연결했다.



▲ 경기가 끝난 뒤 양 팀 선수들이 각자의 서포터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있다.

경기를 끌려가게 된 서울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고명진을 빼고 김승용을 투입하며 공격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그 효과는 이른 시간에 나타났다. 후반 8분 서울이 오른쪽에서 얻은 코너킥을 김승용이 올렸고, 수비수를 맞고 튀어나온 볼을 김치곤이 슈팅을 시도해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이제부터 한 골 싸움이다. 전북은 최태욱과 에닝요를 각각 브라질리아와 이광재로 교체를 하고 서울은 정조국과 김치곤을 빼고 이상협과 이종민을 투입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양 팀의 공격수들은 상대 골문을 수차례 위협했으나 슈팅이 번번이 골문을 외면하거나 골키퍼의 손에 걸렸다.


▲ 경기 후 데얀은 "골을 넣은 것보다 팀에 보탬이 된 것이 기쁘다"고 전했다.

그러던 후반 30분 이날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전북의 진영에서 고군분투하던 데얀이 기성용의 패스를 받아 역전골을 터뜨렸다. 이 골로써 서울은 최근 3연패를 당하는 등 부진했던 팀 분위기를 말끔히 씻어내며 정규리그 1위를 사수했다. 반면 전북은 서울을 추월하고 리그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

FC 서울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관중 사로잡나

이번 서울과 전북의 맞대결에는 올 시즌 최다관중인 36,764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이것은 지난 8월 1일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에서 기록한 35,058명보다 많은 수치이다. 그리고 선수들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K-리그 1, 2위를 달리고 있는 팀다운 멋진 경기력을 선보였다.

▲ 경기장 주변에는 이날 경기를 홍보하는 포스터로 도배가 되어있다.

이렇게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게 하는 데는 FC 서울의 노력이 많은 몫을 했다. 아무리 상위권 팀이 맞붙는 경기라고 홍보가 되지 않으면 관중이 외면하기 마련이다. K-리그가 프로야구에 비해 언론에 노출되는 횟수가 적은 상황에서 서울은 팬들의 괴롭히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관중을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끌어들였다.

▲ 경기장 앞 광장에 마련된 FC SEOUL PARK

먼저, 서울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그 주말에 있을 경기정보를 하루가 멀다 하고 알려준다. 전북 전에 앞서 경기 전날에는 'FC서울 기성용입니다. 내일 동국이 형과의 대결 꼭 이기겠습니다. 8시 상암에서 봬요'라고, 그리고 오전에 비가 왔던 경기 당일에는 '축구 보기 더없이 좋은 날씨! 어린이 무료입장! 오세요. 상암으로! 오늘 저녁 8시!'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방법은 축구팬들에게 계속해서 경기에 대해 각인시키는 역할을 한다.



▲ 경기 전 관중이 FC SEOUL PARK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경기장에는 어느 경기장보다 볼거리와 할거리(?)가 풍부하다. 경기장 입구 광장에는 'FC SEOUL PARK'를 조성해 FC 서울의 마스코트인 씨드 등 만화캐릭터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고, 어린이 미니 축구장, 그리고 나만의 응원깃발 만들기 등 많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전북 전부터는 '스페셜 치킨존' 150석을 운영해 편안한 좌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며 치킨을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 경기가 끝나고 한참 뒤에도 FC 서울의 팬숍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최근, 더 활성화된 FC 서울의 마케팅은 K-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팀 분위기와 더불어 많은 관중을 끌어 모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에도 승리에 도취된 서울의 팬들의 발길이 FC 서울의 팬숍으로 이어졌다. 무엇이 이들의 발길을 다시 팬숍으로 향하게 하였을까.

K-리그가 팬들의 관심을 계속해서 모으기 위해서는 이날 경기와 같은 경기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이전에 관중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FC 서울과 같은 활발한 홍보 활동이 필요하다. 이 두 요소가 서로 합쳐져야 관중과 언론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매해 반복되는 K-리그 구단들의 만성적자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박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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