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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Letter]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할 라이언 킹

기사입력 2009.08.04 14:55 / 기사수정 2009.08.04 14:55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얼음처럼 차갑고 단단하게 얼어붙었던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결국, 이동국의 활약을 더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품으로 받아들였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오는 12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질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와 평가전을 앞두고 3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발표가 끝난 뒤 최고의 화두는 역시 허정무 감독 체제 이후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이동국이다.

이동국은 올 시즌 각종 대회에서 22경기에 출전해 19골을 폭발시키며 K-리그 득점 선두를 질주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허정무 감독의 평가는 냉정했다. '부활한 라이언킹'의 활약에 언론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가 이동국의 발탁에 힘을 실었지만 허정무 감독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지난달 6일 남아공 현지답사를 마치고 돌아온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꺼내들며 많은 이들의 의견을 일축했다. 당시 허정무 감독은 "최근 활약은 감독으로서 반갑다. 그러나 꾸준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움직임이 부족하다. 서 있지 말고 더 좋은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하며 감독으로서 자신의 메시지를 이동국에게 전했다.

당시 기자회견장에 있었던 기자는 단호한 어조로 이동국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 허정무 감독의 모습을 지켜보았지만 이면에는 이동국을 향한 애정이 어린 조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좀처럼 특정 선수를 언론에 거론하지 않는 허정무 감독이 언론을 통해 비판한다는 것은 그 선수에 대한 기대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허정무 감독은 지난 3일 "이동국을 꾸준히 봐왔다. 그전까지는 선발할 시점이 아니었고 지금 현재가 선발할 시점이다. K-리그에서 골을 잘 넣고 있고 상대 수비를 상대하는 움직임이 특출했다. 결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하며 이동국을 발탁했고 그간 보여줬던 따끔한 일침도 모두 이동국과 대표팀을 위한 심리전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개인적인 견해로 허정무 감독이 이동국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이동국은 A-매치 71경기 출전해 22골을 기록하며 지난 10년간 국가대표 부동의 공격수로 활약을 했고 그 경험은 무시하지 못한다.

비록 월드컵 경험은 한 차례에 불과하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하고 독일과, 잉글랜드에서의 경험은 실패로 귀결되었지만 정통파 공격수로서 유럽 정상급 리그에서 뛰었던 경험 역시 다른 공격수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다. 게다가 박주영-이근호 투톱으로 굳어 저가는 양상에서 타겟형 스트라이커 이동국의 존재는 대표팀 전술 운용의 폭을 넓게 해준다. 주전이건 후보건 이동국의 재능은 대표팀에 많은 것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에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허정무 감독은 신중에 신중을 기울려 심사숙고를 했다. 허정무 감독이 고민을 한 이유는 이동국의 능력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의지를 테스트하고자 뜸을 들였을 공산이 크다. 이동국의 장단점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허정무 감독은 당근 대신 정신력과 투지를 다지게 하기 위해 채찍을 휘둘렀다. 게으른 천재의 배를 고프게 하여 닳고 단 발톱을 드러내게 한 것이다.

허정무 감독은 본인이 밝혔듯이 지난 한 달간(어쩌면 더 오랫동안) 이동국을 꾸준히 관찰했다. 그동안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뽑은 것은 것이기에 이번 소집은 이동국에게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물론 허정무 감독이 원하는 전술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소속팀 전북에서 이동국은 루이스, 에닝요, 최태욱과 같은 특급 도우미들의 존재가 있었기에 많은 득점을 했다고 주장하고 이동국 스스로 골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며 또 다시 목소리를 높인다.

아마도 파라과의와의 평가전에서 행여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또다시 '이동국 발탁'에 대한 의문이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동국은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허정무 감독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단 한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소집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동국은 신예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일시적인 테스트를 하기 위해 대표팀으로 부른 것은 아닐 것이다. (7월6일 기자회견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허정무 감독이 만족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동국이 개선을 했거나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뜻하고 허정무 감독에 예전에 밝혔듯이 대표팀에 적합한, 즉 남아공에 데려갈 선수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원하는 선수인지 가까이서 기량을 점검하기 위한 신예선수들의 소집과 이동국의 소집은 엄연히 차원이 다르다.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동국의 소집은 기량점검이 아닌 월드컵에서 '이동국의 활용방법'에 포커스를 맞췄을 공산이 크다.

이제 칼자루는 이동국 자신이 쥐고 있다. "어렵게 대표팀에 복귀한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번 기회를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힘을 다할 것이다."라며 결연한 각오를 밝힌 이동국. 이제 이동국이 스스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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