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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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봉중근 "LG에서 최선 다해, 팬들이 알아주셔서 한이 없다"(일문일답)

기사입력 2018.09.28 14:30 / 기사수정 2018.09.28 14:36

채정연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채정연 기자] "평생 야구 일을 하며 살고 싶습니다."

봉중근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팀간 맞대결에 앞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1997년 신일고 2학년 시절 자유계약으로 메이저리그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 입단했던 봉중근은 2007년 LG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통산 321경기에 출전하며 55승 46패 2홀드 109세이브 평균자책점 3.41을 기록한 봉중근은 선발, 마무리 등 전천후 에이스로 활약했다. 프로 생활을 마무리하게 된 봉중근은 "수술하고 재기에 성공해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버티는 것보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는게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봉중근과의 일문일답.

-은퇴 결심을 한 순간은.
▲두번 정도 수술을 했었다. 나이가 걸림돌이었지만 재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이런 나이에 수술하고 재기에 성공하면 후배들이 고참이 됐을 때 용기를 내고 더 오래 야구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여주고 싶었다. 확실히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다시 일어서기 힘들었다. 이번 해가 가장 힘들었다. 라이브 피칭까지 마쳤고 자신감을 얻어서 경기에 나설까 했는데 재발했다.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평생 야구를 해왔는데, 7월 즈음 준비를 마쳤는데 내 스스로 더 버티는 것보다 엔트리 하나라도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주변의 조언을 구했나.
▲길거리에 다니다보면 팬들이 많이 계시더라. '고생했다'고 해주시는데 죄송스러웠다. 스스로 은퇴 결정을 했는데, 많은 선배님들이 후회하지 말라고 하셨다. 2년 간 팀에 한 게 없다고는 해도 할 만큼 했다, 미련 갖지 말고 다시 잘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용기를 많이 주셨다.

-봉중근이 꿈꾸는 제2의 인생은 무엇인가.
▲평생 야구 일을 하고 싶다. 어릴 때부터 LG를 너무 사랑했고, 이상훈 코치님을 보며 야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LG에 많은 의미가 남아있다. 앞으로도 평생 LG를 사랑하며 야구 쪽에서 큰 꿈을 이루고 싶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LG에 아직 있고, 은퇴식은 하지만 구단과 대화를 많이 해봐야 할 것 같다. 구단에서 배려를 너무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나는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많은 선수들이 은퇴하고 야구장을 떠날 때 안타깝게 가는 선수들이 많다. 구단에서 은퇴에 대해 몇 번 만류해주셨고, 앞으로의 일들을 구체적으로 하자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 지금은 결정된 것은 없다. 시즌 끝나고 다시 한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LG에게 우승하고 은퇴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 부분이 아쉽지 않나.
▲아쉽다. 이병규 코치님 은퇴하는 모습을 미국에서 봤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 내게 그 순간이 빨리 올 줄은 몰랐다. 프로에서 야구를 하다보면 목표가 우승 아닌가. 한번 해 보고 싶은 건 당연하다. 팬 분들께 가장 죄송스럽다. 운동은 안 하지만 분명히 다른 부분으로 LG가 우승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고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LG 유니폼 입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입단 할 때가 생각난다. 시즌 때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2013년 10월 5일 최종전을 두산과 치렀는데 한국시리즈 우승한 분위기였다. 선후배 상관없이 모든 선수들이 다 울었다. 그때 우승할 거라고 믿었는데 아직도 그 순간이 생생하다. LG에 있으면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 그 날이었던 것 같다.

-국가대표로서는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나.
▲LG도 평생 잊지 못할 팀이지만, 대표팀은 누구나 욕심이 난다. 태극마크를 달고 온 국민이 보는 경기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몸이 좋다면 아직도 욕심이 난다. 많은 이들에게 내 이름을 알릴 수 있던 기회였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 큰 경기를 치렀는데, 국가대표는 인생의 은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치로 타석이 생각난다. 포수가 박경완 코치였는데 사인을 내면 내가 타임을 부르겠다고 했다. 이치로를 괴롭히고 싶었다. 제스처를 굳이 안 해도 되는데, 한 게 내게는 싫었다. 심판도 미국인이어서 그 정도는 내가 영어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심판과 친해지고 싶었다. 그게 투수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을 했었다. 그게 통했던 것 같다(웃음).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활약했다.
▲많은 기대를 받고 2007년 입단을 했다. 첫 시즌 선발로 시작을 했고 힘들거란 예상은 했는데 한국 타자들이 너무나 정교하고 선구안도 좋았다. 미국에서 해왔던 모든 것을 버리고 2007 시즌 후 마무리캠프에서 한국 스타일로 운동을 했다. 코치님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봉크라이'라는 별명을 아나.
▲선수들은 좋은 별명이나 나쁜 별명이나 팬들의 관심이기 때문에 프라우드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봉미미'라는 별명도 아직 듣고 있지만 난 너무나도 좋았다. '봉크라이'는 승운이 없다는 뜻이었는데 윌슨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웃음). 야구를 하다보면 그런 시기는 오는 것 같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따라야하는 게 30년 야구하며 보니 맞다고 본다. 그런 별명으로 팬 분들께 감사했다. 승수는 못 챙겨서 혼도 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팬 분들이 이해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무엇인가.
▲'봉의사'라는 별명이 가장 뿌듯하지 않나 싶다. 한 직업을 30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금까지 버틴 것도 내 자신에게 고맙고, '봉의사'는 대한민국 야구팬들이 지어주신 별명이어서 대대로 이어질 수 있는 자랑이라고 생각한다. 

-팀이 좋지 않을 때 에이스였다. 멘탈 관리법은.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 팀 스포츠여서 혼자 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선후배들, 동료들과 10시간 이상 야구장에 있는데 이야기를 많이 하며 슬럼프를 벗어났다. 나는 대화가 중요했던 것 같다. 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얻었다. '선배님만 믿습니다'와 같은 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던 힘인 것 같다.

-정찬헌을 차기 마무리감으로 꼽았었다. 정찬헌을 비롯해 후배 투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늘까지도 선수들과 전화 통화를 많이 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그간 선배로서 의지를 많이 했던 선수들이다. 정찬헌의 경우 마무리를 하며 내가 고비가 온다 했었다. 무너졌을 때 전화를 많이 해줬다. 첫 번째는 미안했다. 어느 마무리 투수더라도 블론세이브는 하지만, 그것을 인식하고 많이 하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정찬헌은 심장이 탄탄하다. 그래서 분명 마무리감이라고 생각했다. 힘든 시기가 왔지만 LG에서도 최다 세이브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진해수나 다른 후배들에게도 미안하다. 고참으로서의 역할을 2년간 하지 못했다. 며칠이라도 함께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고 부정적인 마인드를 벗어날 수 있을지 이야기하며 도와주고 싶다. 

-류현진과 친한데 이야기를 나눴나.
▲'더 던져'라고 했다. 요 며칠 전에도 전화를 했는데 믿지 않더라. 메시지 하나만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믿지 않았다. '많이 아프냐'고 물어봤다. 재활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참을 수 없을만큼 아프다'했더니 안타까워 하더라.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은퇴할 때 한 타자라도 던지라는 이야기를 해서 눈물이 났다. 정말 고맙고, 그런 투수가 진심을 다해 말해줘서 고마웠다.

-은퇴가 후배들에게 어떤 메시지로 다가갔으면 하나.
▲은퇴식에 대해 이야기가 없을 줄 알았다. 팀이 순위싸움 중이지 않나. 내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선배로서 은퇴식을 해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고비는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많이 온다. 결과적으로 지는 경기도 있다는 사실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한다. 마운드에서 모든 것을 다 저버린 표정들을 많이 봤다. 맞을 수 있고 질 수 있지만, 이길 수 있는 경기는 또 오고 그것을 놓치지 말라고 했다.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남고 싶나.
▲LG에 레전드 선수들이 많다. 김용수 선배부터 이병규 선배까지, 자랑스럽고 존경했다. 내가 그 라인에 설 수 있을까 생각했다. 레전드까지는 아니어도 레전드 선수들을 거론하며 내 이름을 말해주는 팬들께 감사하다. LG에서 힘든 시기에 많이 도와줬고 팔꿈치, 어깨 팀을 위해 썼다는 걸 팬들이 알아주셔서 한이 없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잠실, 채정연 기자

채정연 기자 lobelia1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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