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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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프레레, 정말 희망 있나?

기사입력 2005.08.05 09:03 / 기사수정 2005.08.05 09:03

손병하 기자


모든 것이 똑같았다. 지난 31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중국과의 1차전과, 4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북한과의 2차전은 일부러 재현하기도 어려울 만큼 똑같은 패턴과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75%/25% 라는 압도적인 볼 점유율, 8/1이라는 코너킥에서의 절대 우위 등의 기록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묶인 매듭을 전혀 풀지 못하는 선수들과 선수들의 나쁜 움직임과 경기 상황을 파악해서 치료하지 못하는 코칭스태프까지 모든 것이 똑같았던 경기였다.

우선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은 우리 대표팀의 압도적인 공격으로 진행되었으되, 문전에서의 효과적인 패스 하나, 슈팅 하나의 부족으로 답답하게 이어졌다. 경기의 외곽은 점령했지만, 경기의 내실은 전혀 챙기지 못한 경기였다.

우측 측면 공격수인 이천수는 빠른 돌파와 정확한 크로스라는 본연의 임무를 잊은 채, 긴 드리블과 볼 터치로 공격 흐름을 끊어 놓았고, 이동국과 김진용은 한발 늦은 타이밍과 마지막 한 번의 정확한 슈팅을 기록하지 못해 기회를 허공으로 날려 버렸다.

또, 1차전과 마찬가지로 코너킥과 프리킥 기회에서의 효과적이지 못한 공격도 여전했고, 무엇보다 이기려는 선수들의 의지와 '왜?' 경기를 뛰어야 하는지 등,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지난 중국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
ⓒ2005 대한축구협회
무엇보다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의 선수 기용과 교체, 그리고 전체적인 경기를 읽는 '눈'을 이제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분명 중국전과 똑같은 패턴으로 경기가 흘러가고 있었음에도 본프레레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1차전과 똑같았다. 바로 정경호와 최태욱이라는 측면 공격수의 교체 투입이었다.

이 날 경기에서도 증명되었듯이, 중앙 미드필드 지역을 통한 우리 대표팀의 경기 운영은 없었다. 양상민-정경호로 이어졌던 왼쪽 라인과, 박규선-이천수가 움직였던 오른쪽 라인 등, 같은 측면에서 측면으로의 움직임만 있었을 뿐, 중앙을 거치거나 반대편으로 길게 때려 넣는 오픈 패스도 보이지 않았다.

김정우가 부상으로 교체되고 김정우 대신 정경호가 들어오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중되었는데, 경기 내내 중앙에는 김상식 혼자만이 있었다. 이렇게 중앙에서 볼 배급이 시작되지 않고 우측에서 우측으로 혹은 좌측에서 좌측으로의 움직임만이 있었던 터라 공격이 단조롭고 단순했다. 상대에게 다양한 공격 옵션을 보여주지 못한 대표팀은 중국전과 마찬가지로 효과적인 공격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

바로 이 부분에서 본프레레 감독의 용병술과 작전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본프레레 감독은 김정우를 정경호로 바꾸며 3-4-3의 시스템에서 3-5-2로 변경하면서까지 측면에 공격에만 치중한 작전을 펼쳤다. 분명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던 1차전과 다르지 않은 선택이었고, 현대 축구에서의 가장 중요한 위치로 부각되고 있는 '중앙'을 홀대한 결과였다.

더군다나 이번 대회에서 여러 자리의 선수들을 시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본프레레감독이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중원을 뚫어낼 김두현이나 백지훈 등의, 중앙 미드필더들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점도 본프레레 감독의 용병술을 되짚어 볼 대목이다.

물론 이 날 경기에서 김정우와 곽희주가 전반에 부상을 당해 원하는 대로의 용병술을 펼칠 수 없었는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김정우의 교체 대상은 측면 공격수가 아니라 중앙 미드필드 라인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가 맡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축구는 '압박과 스피드'라는 전체적인 흐름의 중요성 못지않게, '중앙'이라는 위치 장악 또한 아주 크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도 훤히 아는 이런 문제점들을 본프레레 감독이 모를 리 없다. 어쩌면 한국 축구의 문제점과 현재 우리의 단점을 더 정확하게 파악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본프레레식의 축구의 가장 큰 문제는 뚜렷한 철학이나 방식 없이, 단순히 한 경기 한 경기의 승-패에 연연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대표팀에게 닥친 문제가 더욱 크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을 1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열리고 있는 동아시아대회에서 너무도 좋지 않은 결과들이 이어지고 있다. 선수들의 기량과 코칭스태프들의 미숙함 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렇게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게 되면 해외파들과의 경쟁조차 유발하지 못해 전체적인 팀전력이 약화될 수 있다.

당장 다가오는 일본과의 경기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패해도 좋다, 납득 할 만한 경기를 보여달라'는 팬들의 귀청 따가운 불평을 이제는 귀 기우려야 할 때다. 본프레레 감독이 맡았던 1년이란 시간, 겵코 긴 시간은 아니였다. 그리고 충분한 훈련이나 선수를 점검할 시간도 부족했음은 인정한다. 하지만, 1년 동안 본프레레 감독이 보여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점은 분명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본프레레. 우리 대표팀 감독의 머릿속에는 과연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지, 다가오는 독일 월드컵과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은 분명 있는 것인지,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궁금하고 답답하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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