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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특집-4] 중국대표팀의 치명타 - 에이스의 부상

기사입력 2005.07.27 22:14 / 기사수정 2005.07.27 22:14

홍승범 기자
중국대표팀의 치명타 - 에이스의 부상 

여러분은 현 시점에서 중국축구대표팀의 에이스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아마 많은 사람들은 순지하이 혹은 리티에를 꼽을 것이다. 실제 이들이 쌓아온 업적이나 그로인한 이름값을 고려해보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선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평가하는 현 중국축구대표팀의 에이스는 단연 젱지(26세,산동 루넝)이다. 

1998년 중국 U-19 청소년대표와 2000년 올림픽상비군 출신으로 리웨이펑과 더불어 온몸이 부서져라 한국의 이동국을 막아내며 성장해왔던 선수로 그 시절은 물론 최근까지도 조연급으로 취급받았었고 심지어 2002년 월드컵에도 참가하지 못한 그저그런 선수 대접을 받아왔다. 하지만 아리에 한 감독이 부임한 이후 그 능력을 인정받고 본인도 축구에 눈을 뜨면서 그 기량이 만개해 이젠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선수가 되었다. 

비록 지난해 홍콩과의 월드컵 2차예선 마지막 경기서 페널티킥을 놓치며 중국대표팀 조기탈락의 원흉 가운데 하나가 되는 불운을 맞기도 했으나 지난해 연말 소속팀 센젠을 중국 수퍼리그 정상으로 이끈 후 C리그 사상 최고액의 이적료 신기록을 세우면서 산동으로 이적해 온갖 화제를 뿌렸다. 

2005년 리그 개막 후 젱지는 ‘최고액 선수’란 타이틀에 걸맞는 빼어난 플레이를 선보이며 소속팀 산동이 리그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데는 물론 아시아 클럽컵에서도 일본 최고의 명문이라는 요코하마를 격침시키고 8강에 진출하는데 1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젱지가 중국대표팀의 키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있는가?

다름아닌 중국 현지 언론들이 자신의 입으로 얘기하듯 그가 '중국선수들 가운데 가장 창조적인 선수', '중국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볼을 제대로 차는 선수'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어느 하나 넘치지도 또 부족하지도 않고 패싱력, 게임 조율능력, 수비력에 득점력까지 골고루 겸비했기에 특별한 약점을 찾기 어려운 선수라는 점이 그가 중국 최고의 플레이어로 인정받는 이유가 된다고.

때문에 지난해까지 중국축구계의 최대 숙원은 리웨이펑과 함께 센터백 콤비를 이루고 있는 젱지를 어떻게든 수비라인에서 해방시켜 미드필드로 올려보내는 것이었다. 특히 리티에의 공백이 장기화 되고있는 시점에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있는 미드필더가 절실했고 그 공백을 젱지로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리웨이펑과 안정적인 콤비를 이룰 마땅한 수비수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젱지를 미드필드로 올려보낼수는 없었고 이는 아리에 한 전임 감독에겐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마치 넓은 시야에 패싱력과 슈팅력, 창의성을 두루 갖춘 전성기의 홍명보를 수비라인 붕괴라는 이유 때문에 미드필드로 올릴 수 없었던 박종환-차범근-허정무 등 전임 한국대표팀 감독들의 고뇌와 매우 비슷한 케이스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올해 2005년 이 문제의 해답이 풀리는 듯 했다. 

바로 지난해 올림픽상비군의 ‘우등생’이었던 두웨이가 부상의 공백과 그로인한 슬럼프를 털고 대표팀에 컴백한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중국대표팀의 센터백은 ‘리웨이펑-두웨이’ 콤비로 전환한 것이고 젱지는 드디어 미드필드로 보직을 변경 중국대표팀에 ‘창의성’이라는 가뭄끝의 단비를  내려줄 수 있게 된다. 

동아시아대회에서도 비록 객관적인 전력은 한국, 일본에 뒤지지만 그래도 맞불작전으로 경기다운 경기 한 번 펼쳐보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젱지는 지난 수퍼리그 전반기 막바지에 발목에 커다란 부상을 당했고 수술을 위해 독일로 날아갔다 최근에야 귀국했다. 당연히 코앞에 닥친 동아시아대회 출전은 물론 후반기 수퍼리그의 몇 경기 출전도 사실상 좌절된 상태이다. 

응당 중국대표팀은 전력에 상당한 타격을 받은 셈이며 주광후 감독은 처음엔 엔트리에서 제외된 조우하이빈을 그의 대타로 긴급 수혈하긴 했지만 젱지의 이번 대회 결장을 못내 아쉬워 하고 있다.   

그리고 젱지와 더불어 우리 축구팬들에게도 낯익은 조선족 출신의 자오준제(26세,랴오닝) 역시 부상으로 이번 동아시아대회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그를 대체할 측면 공격수는 비교적 풍부한 상황이라 주광후 감독은 이 문제에 대한 근심은 그다지 크진 않다고 한다. 


얼마전 동아시아대회 특집을 다루는 중국의 한 유명 스포츠포털에 흥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주광후 감독이 사아룡, 양이민 등 중국축구협회 관계자들과 자리를 가졌는데 여기서 축구협회 인사들이 동아시아대회를 맞는 주광후 감독에게 부탁을 하나 했다고 한다. 동아시아대회에서 중국축구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하되 특히 한국과 일본을 만나 질땐 지더라도 최소한 대패는 당하지 말아달라고. 

이번 동아시아대회에 참가하는 중국대표팀의 전력이 물론 한국과 일본엔 뒤지는 건 사실이다. 북한과의 경기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가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하지만 선수 구성 면에서 크게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신구의 조화가 그럴듯하게 이뤄졌으며 그 무엇보다 기존 성인대표팀 선수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 신체조건과 스피드를 보유한 청소년대표 출신의 선수들이 무서운 기세로 그 능력을 시위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청소년 선수들에겐 아직까지 공한증이나 공일증이 없기 때문에 일단 기회가 주어지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전투적인 경기력을 선보여 의외로 A대표팀 경험이 일천한 한국이나 일본 선수들을 당황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청소년 유망주들 가운데 3~4명은 이미 과거부터 A대표팀에서 뛰었던 경험자들이라 이미 성인선수로 봐도 무방할 지경이니 어쩌면 새로운 선수들이 대거 합류해 팀 밸런스 측면에서 위험요소를 갖고있는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유리한 부분도 있는 것이다. 

한국에 맞먹는다는 그 빠른 스피드를 통한 측면공격이라던지 아니면 참가국들 가운데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신체조건을 십분 활용한 위협적인 세트플레이 등을 효율적으로 이용한다면 이변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이변은 주광후 감독의 치밀하고 흔들림 없는 전술전략 구사와 함께 가장 중요한 선수들의 정신자세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이번 동아시아대회는 2005년 새로 출범한 이른바 ‘주광후 사단’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험대가 될 것이다. 여전히 동아시아 지역은 물론 전 아시아를 호령하는 수준의 한국과 일본 그리고 비록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전패를 기록하곤 있지만 그 무한한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과거의 영광 재현을 위해 몸부림치기 시작한 북한… 터줏대감 둘과 맹렬히 추격하는 다크호스 하나 사이에서 중국축구가 과연 어떤 해법을 모색할지 우리 한국 축구팬들로서도 흥미롭게 지켜 볼 필요가 있다.

홍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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