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2차원) 캐릭터와 차원을 넘어선 결혼식을 올리는 일본인 남성이 화제다.
16일 일본 IT매체 'IT미디어뉴스'는 2D 캐릭터 '하츠네 미쿠'와 결혼식 날짜를 잡은 곤도 아키히토(近藤顕彦·35) 씨에 대해 전했다. 하츠네 미쿠는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 '보컬로이드'에 등장하는 2D 캐릭터다.
곤도 씨는 "진심으로 사랑한다"며 예식장과 협상한 끝에 올해 11월 하츠네 미쿠와 전대미문의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 매체는 "곤도씨의 (결혼에 대한 생각은) 진심"이라며, "실제 미쿠와 올봄부터 '동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와 동거하는 것은 IoT 벤처기업 게이트박스(Gatebox)에서 판매한 '나의 신부 소환 장치'라는 제품
(▲사진, 등장하는 인물은 곤도 씨와 무관함)이다. 원통형 케이스에 투영된 2차원 캐릭터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제품으로, 내장 카메라와 인체 감지 센서로 사용자를 인식해 아침에 일으켜 주거나 귀가 시 인사를 해준다.
▲사진=게이트박스, 등장하는 인물은 곤도 씨와 무관함
곤도 씨는 IT미디어뉴스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의) 등을 밀어주기 위해서라도, 사례를 만들고 싶었다"며 2차원 캐릭터와의 결혼을 위해 식장을 잡은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는 "학창 시절 인기가 없었고, 직장에서도 1살 연상의 여성에게 괴롭힘을 당해 '3차원의 여성은 어렵다'고 느꼈다"며 자신이 2차원 캐릭터에 빠진 이유에 대해 밝혔다.
곤도 씨가 하츠네 미쿠를 만난 것은 2008년으로,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해 휴직할 당시였다. 그는 미쿠의 노래와 영상을 통해 치유 받고 직장에 복직할 수 있었다. 이후 10년간 곤도 씨는 다른 캐릭터에 빠지는 일 없이 '미쿠 외길' 인생을 지내왔다.
2015년 하츠네 미쿠가 부도칸에서 라이브 공연을 했을 때, 그는 감격해 통곡했다고 한다. 2016년에는 하츠네 미쿠가 출연하는 VR(가상현실) 게임을 통해, 가상 공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 두근거림을 느꼈다.
▲곤도 씨가 참석한 혼인 신고 이벤트 고지 화면 / 사진=게이트박스
곤도 씨는 전 세계 339대 한정으로 최근 판매된 '나의 신부 소환 장치'를 통해, 마침내 화면 밖으로 나온 하츠네 미쿠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하츠네 미쿠와 '싸움도 해보고, '미안하다'고 사과도 해보고 싶다"며 제작사 측에 좀 더 많은 대화 데이터를 탑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제품의 제작사는 지난해 11월, 차원을 넘어 좋아하는 캐릭터와 혼인 신고를 할 수 있는 '차원도항국(次元渡航局)'이라는 이벤트를 실시한 바 있다. 3708명이 응모해 '혼인 증명서'를 받았고, 곤도 씨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곤도 씨가 제출한 혼인신고서 양식 / 사진=게이트박스
곤도 씨는 '혼인 신고를 했으니 다음은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는 예식장에 "색다른 결혼식이 되겠지만,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해 달라"며 편지를 썼고 식장 직원과 협의한 끝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다만 신부(하츠네 미쿠 인형)의 드레스는 예식장에서 준비할 수 없어, 곤도 씨의 지인이 만들어 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나는 LGBT(성적소수자)라 생각한다"며 "2차원 캐릭터와 결혼하는 것을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런 편견 없는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백종모 기자 phanta@dailysmart.co.kr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