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걱정 말아요 그대 반드시 이유가 있겠지. 실패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인생 다시 살아. 좋은 날이 올거야."
오지 않을 것 같던 '좋은 날'이 한화 이글스 하주석에게도 왔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타격 부진의 전반기를 지나, 8월 12경기에서 타율 4할2푼9리 1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11일 KT전에서는 8회 결승타, 12일에는 연장 끝내기의 주인공이 됐다. 14일 롯데전에서는 비록 팀 패배에 빛이 바랬지만, 홈런과 2루타를 때려내며 장타도 쏘아올렸다. 16일 삼성전에서도 2루타를 신고했다.
위로가 필요했던 순간, 하주석은 싸이와 전인권이 함께 부른 노래 '좋은 날이 올 거야'를 들었다. '잘 되려고 이러는거야, 인생 우는만큼 웃는거야'라는 말들이 힘겨웠던 그의 심정을 고스란히 대변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질긴 놈이 이긴다'는 가사처럼, 하주석은 부진의 굴레를 이겨냈다. '반전의 후반기' 시작이었다.
[◀◀되감기 : 질주하는 한화, 그 속에 멈춰있던 하주석]
전반기 한화의 페이스는 무서웠다. 탄탄한 마운드를 바탕으로 타선이 승리에 필요한 점수를 뽑아냈고, 불펜이 리드를 지켰다. 여러차례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내 팬들을 열광시켰다.
팀 성적은 좋았지만, 잘 해주리라 기대를 받았던 하주석의 전반기 타격 성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2할 초반대에 머무르며 스트레스도 심했다. 하주석은 "시즌 전에 준비를 잘 했던 것 같은데 그만큼 실전에서 안 나와서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묻는 질문에 '전반기 내내'라고 답한 그는 "팀도, 나 스스로도 내게 기대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안 좋은 모습으로만 나타나니 많이 힘겨웠다"고 말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는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부분이 너무도 미안했던 하주석이다. 그는 "타격이 좋지 못해 수비라도 잘 하려고 노력했었다. 감독님께도, 동료들에게도, 팀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털어놨다. "전반기 내내, 3~4개월간 쭉 힘들었다"고 고백한 하주석은 "나만 힘든 것은 아니지 않나. 야구선수라면,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들 힘들고 지치지만 더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극복해서 이겨낼까가 중요한 것 같다"고 자신을 달랬다.
[■정지: 정체된 타격, 그래서 더 악착같이 욕심냈던 수비]
타격기 좋지 않은 와중에도 수비에서는 꾸준히 제 몫을 해냈다. 한용덕 감독의 믿음과 지속적인 기용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하주석은 "감독님이 계속 믿고 내보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그 믿음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비에서 그야말로 일취월장한 하주석이다. 유격수의 덕목 중 1순위로 꼽히는 것이 안정적인 수비인 만큼, 욕심도 많고 재미도 크게 느낀다. 하주석은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작년보다 올해 실책 숫자도 늘었다"면서 "수비를 더 완벽하게 하고 싶다. 난 원래 수비를 잘하던 선수가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수비에 재미를 느꼈다. 애착과 욕심이 생기더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투수에게 편안함을 주는 유격수가 되는 게 하주석의 바람이다. 그는 "일단 점수를 주지 않아야 한다. 주더라도 최소 실점으로 막아야 한다. 투수들에게 더 확실한 믿음을 주는 유격수가 되고 싶다. 수비 할 때 공 하나에 더 악착같이 하려는 마음이 많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재생: 불붙은 방망이, 이제는 공수 겸장 유격수]
길었던 타격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오자 장타가 터졌다. 7월 말부터 기지개를 편 하주석은 8월 중순인 현재까지도 임팩트 있는 '한 방'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하고 있다. 이제 시동이 걸린 것 같다고 하자 "쳐야 할 때가 지났다"며 농을 친 그다.
하주석은 "타격을 살리기 위해 이것 저것 다 해봤는데 잘 안됐다. 결국 본래 내 것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결국 '멘탈의 문제'였다는 것이 스스로 내린 진단이다. 그는 "타석에서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결과가 좋게 나오다보니 많았던 생각들도 사라졌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옆에서 격려해 준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하주석은 "선배님들이 마음 편하게 가질 수 있도록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옆에서 편하게 야구할 수 있도록 살펴주셨다"며 웃었다.
[▶▶빨리감기: 휴식기 너머 9월, 대전에서의 가을야구를 꿈꾼다]
한창 좋은 컨디션인데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맞게 됐다. 충분히 아쉬울 수 있는 상황, 하주석은 "어차피 정해져있는 일정"이라며 "아프지 않고 휴식기를 잘 보내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주 간의 휴식기가 지나면 가을이 지척이다. 더불어 한화의 가을도 성큼 다가와있을 것이다. 하주석은 "결과가 좋다보니 선수들이 이기는 재미를 느꼈고, 더 많이 이기고 싶어졌다. 자신감도 커졌다"고 팀 분위기를 돌아봤다.
길어질 한화의 이번 시즌에는 주전 유격수인 하주석의 활약이 꼭 필요하다. 하주석은 "시즌 마쳤을 때 최대한 팀이 위에 있었으면 한다. 2위도 가능하면 노려보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에게 대전구장에서 열리는 가을야구는 어떤 느낌일까. "하고 싶다는 생각, 상상만 해봤다"고 말한 하주석은 "선수들이 잘 해서 더 많이 이겨야 한다. 꼭 가을에 야구를 해서 팬들과 함께 축제를 즐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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