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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 놀러가다] 서울과 아산의 빗속 혈투가 펼쳐진 경희고

기사입력 2009.06.21 10:58 / 기사수정 2009.06.21 10:58

박진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진현 기자] [축구장에 놀러가다] K3리그 15R, 서울유나이티드 대 아산시민축구단

경기장으로 가는 가장 쉬운 길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빗방울이 더욱 굵어져 마구 쏟아진다. 주말에 비가 온다는 소식을 일찌감치 전해 들었지만 폭우가 내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해 미리 세워두었던 취재계획을 두고 혼자 고민에 빠진다. 그러나 약간의 귀찮음만 잊어버리면 된다.

6월 20일에 펼쳐진 많은 경기 가운데 하필 K3리그 서울유나이티드와 아산시민축구단의 경기를 보러가게 된 이유는 한 가지. 이 경기가 펼쳐지는 경기장이 필자의 거처로부터 걸어서 단 5분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원래 서유의 홈경기장은 잠실주경기장이지만 대여문제로 효창운동장으로 옮겼고, 그마저도 행사 때문에 사용을 할 수 없게 되자 경희고등학교 운동장을 잠시 빌려 쓰기로 했다.  



▲ 건물들로 둘러쌓인 경희고등학교 운동장.

느즈막히 집을 나서 경희고등학교로 향하는 언덕 입구에 들어서니 서유의 응원가 소리가 울려 퍼진다. 대학 캠퍼스 내에서 응원가 소리를 들을 줄은 상상이나 했던가. 다행히 정규 시험기간이 전날에 끝난 터라 학생들에게 큰 방해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경희대학교 내에 있는 경희고등학교는 몇 해 전 인조잔디를 새로 깔아서 상태가 양호하고, 중고등부 축구부가 있어 운동장 관리가 잘 되어있는 편이다. 그러나 하루 종일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 사이드라인 부근에는 많은 물이 고여 있다. 운동장 주변에는 학교건물을 비롯해 대학교 기숙사와 약학대학 건물로 둘러싸여 있어 건물 내에 있는 사람들은 흡사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듯 했을 것. 

서울유나이티드, 전·후반 초반에 승부를 가르다

서유는 14라운드까지 K3리그에서 이름에 걸맞지 않은 14위에 랭크 중이었고, 아산은 승점 5점으로 ‘꼴찌’ 서울FC마르티스에 한 단계 앞선 16위에 머물러있었다. 주심의 킥오프 휘슬이 울렸고, 경기흐름을 파악하기도 전에 서유의 선제골이 터졌다. 전반 2분 중원에서 김민영과 2대1패스를 주고받은 김홍철이 돌파 뒤 페널티에어리어 앞에서 때린 슈팅이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4분 후 코너킥 혼전 상황에서 김민영이 다시 한 번 아산의 골망을 흔들어 경기 초반부터 2점 차로 앞서갔다.



▲ 전반 25분 아산의 백남이가 주심의 퇴장명령을 받고 있다.

이날 경기는 세찬 빗줄기만큼 거센 경기가 펼쳐졌다. 경기장 곳곳에서 거친 몸싸움이 계속 되었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선수들은 서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급기야 전반 25분 아산의 백남이는 신경전 끝에 상대 선수에게 거친 태클을 하며 주심에게 레드카드를 받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서유의 ‘돌아온’ 이재명은 중원에서 사령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서유의 공격을 이끌었다.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지난 양주시민축구단과의 14라운드에서 복귀하며 서유의 허리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아산은 공격활로를 제대로 뚫지 못해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 번번이 공격흐름이 끊어져 골문 앞까지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에도 똑같은 경기양상이 이어졌다. 후반전이 시작한 뒤 1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서유의 정명호가 추가골을 터뜨렸다. 이날 경기에서 중앙수비수로 선발출전을 했던 정명호는 최전방 공격수로 보직을 옮기자마자 귀중한 추가득점을 했다. 역습을 활용해 공격전개를 펼친 아산은 좌우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면서 효과적으로 서유의 수비를 공략하지 못했다.



▲ 아산의 코너킥 상황. 아산은 수많은 세트피스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후반 중반 들어 점차 공격기회를 잡아가던 아산의 추격골이 터졌다. 후반 32분 김동석이 왼쪽 돌파 이후 짧게 올린 볼을 김주현이 침착하게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불과 3분 뒤 사기를 꺾는 서유의 ‘그림 같은’ 프리킥 골이 터졌다. 페널티에어리어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교체투입된 이완이 강한 슈팅으로 골대구석으로 찔러 넣었다. 아산의 이민우 골키퍼가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입이 떡하고 벌어질 만한 골이었다.

선수와 팬과 구단과 함께




▲ 4대1 승리 이후 서유의 선수들과 서포터스가 환호하고 있다.

아산을 상대로 4대1의 깔끔한 승리를 거둔 뒤 서유는 한마디로 ‘축제의 분위기’였다. 선수들과 서포터스들은 서로 마주보고 응원가를 부르며 함께 환호했다. 지난 5월 1일 고양시민축구단과의 K3리그 7라운드 경기에서 3대1 승리를 거둔 이후 7경기 만에 승리다. 최근 6경기 동안 2무 4패의 성적만 남긴 서유는 지난 13라운드에서는 ‘라이벌’ 부천FC1995에게도 패배를 당하며 자존심에 상처까지 입었다. 하지만 이날 승리로 홈경기장에서 쫓겨나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던 서포터스의 마음도 치유되었을 터.

K3리그의 서포터스들은 경기를 보며 응원을 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지만 이외에도 부수적으로 할 일이 더 많다. 상위리그와는 달리 경기진행 요원이 따로 없기 때문에 경기 전후 직접 경기진행 준비를 돕는다. 이날 역시 경기종료 후 구단직원들과 서포터스들은 각종 전기기계들과 경기진행 물품들은 직접 정리한다. 더욱이 이날은 비가 오는 바람에 그 일이 까다롭기 그지없으나 능숙하게 척척 해낸다. 상위리그와의 그 규모의 차이는 부인할 수 없는 것일지라도 선수와 팬, 그리고 구단이 함께 호흡하는 K3리그만의 유대관계는 보는 입장에서도 부럽기만 하다.

경기가 끝난 뒤 한참이 지나서도 서유 서포터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날의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서 경희대의 명물인 ‘파전’ 골목으로 가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자신이 지지하는 팀이 승리를 거두고, 비까지 내리는 상황에서 파전이 제격. 거의 두 달간 맛보지 못했던 승리의 쾌감을 여기서 접기는 아쉽다. 비록 이날의 승리 전까지 한동안 승리를 거두지도 못했고, 아직 하위권에 머물러 있기만 선수들이 열정과 단 한 번의 승리가 이들을 다시 웃게 만들었다.

 



박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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