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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ic] 조정훈, 방어율 5.31에 숨겨진 비밀

기사입력 2009.06.20 06:08 / 기사수정 2009.06.20 06:08

이종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종은 기자]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지난해 6월 22일. 롯데와 LG가 잠실에서 맞붙었다. 롯데의 선발투수는 조정훈. 이전까지 ‘2군 에이스‘로 기대를 받고 있던 유망주였다. 온화한 인상에 부드러운 투구폼을 선보인 조정훈은 이날 LG타선을 상대로 9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예상외의 완봉승으로 주위를 깜짝 놀래킨 조정훈은 이후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시즌 내내 선발로 뛰며 5승 3패 방어율 3.15를 기록하며 올 시즌을 기대케 했다. 

그러나 ‘차세대 에이스’의 올 시즌 성적표는 다소 초라하다. 6승 5패 방어율은 무려 5.31이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못한 성적이다.

그러나 표면적인 기록만 보고 지난해보다 못하다고 말하기는 좀 곤란하다. 조정훈의 올 시즌 기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방어율 5.31에 감춰진 그의 진면모를 알 수 있다.



올 시즌 조정훈은 76.1이닝 동안 무려 81개의 삼진을 수확했다. 이닝당 1.06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선발전문 요원들 가운데서는 리그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고효준이 68.2이닝 동안 81개의 삼진을 잡아내긴 했지만, 4차례 불펜에서 등판했다.)

지난해에 비해 경기당 3.47개나 많은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우완 기교파에 가까운 조정훈은 임태훈이나 한기주같이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도 아니고 김광현이나 고효준같은 '좌완 광속구' 투수도 아니지만 올 시즌 유난히 공격적인 피칭으로 ‘삼진왕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조정훈의 방어율은 5.31로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 중 19위에 그쳐 있다. 18위로는 정재훈, 20위에 윤성환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같은 5점대의 평균자책점임에도 불구하고 조정훈은 이들보다 훨씬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선발투수의 가장 중요한 ‘이닝이터’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해나가고 있다. 12차례의 선발 등판 중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경기는 2차례에 불과하다. 방어율은 19위지만 경기당 평균 이닝면에서는 리그 7위로 당당하다.

그 원동력은 적은 이닝당 투구수에 있다. 이닝당 15.2개를 던지는 조정훈은 리그에서 5번째로 적은 이닝당 투구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경기당 100개에 가까운(97개) 공을 던지고 있다. 점수는 내줄지언정 최소한 일찍 무너지지는 않는 셈이다.



조정훈의 방어율이 5.31까지 오른 까닭은 예년에 비해 한 이닝에 대량 실점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조정훈의 삼진비율이 상승한 것과 맞물릴 가능성도 있다. 적극적인 승부를 하면서 삼진을 많이 생산하는 대신 그만큼 집중타를 많이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이러한 경우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조정훈은 탁월한 ‘땅볼유도’ 능력을 지닌 투수이기 때문이다.

조정훈의 올 시즌 플라이볼/땅볼 비율 - 0.63

올 시즌 조정훈은 플라이볼에 비해 약 1.6배 가량 많은 땅볼을 유도하고 있다. 선발 투수 가운데서 리그 7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땅볼이 많다는 말은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는 경우가 적음을 뜻한다. 그만큼 장타를 허용할 확률도 적고,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에도 유용하다.

덕분에 조정훈은 지금까지 76.1이닝을 던지면서 홈런을 7개밖에 허용하지 않고 있다. 7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들 가운데 7개보다 적은 피홈런은 로페즈, 양현종, 김상현, 류현진뿐이다. 

5.31의 사나이, 하지만 그의 미래는 밝다.

지난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주며 올 시즌을 기대케 했던 조정훈. 시범경기 2승 0.66의 방어율로 완벽한 모습을 보였지만, 막상 시즌을 돌입하고 12번의 선발 결과는 5.31의 방어율이었다.

그러나 5.31의 방어율에도 6승을 기록했다는 점이 그의 앞으로를 밝게 한다. 5점대 방어율 가운데 6승은 조정훈이 유일하다. 그만큼 실점을 허용하더라도 타자들이 도와줄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며 오래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등판서도 1회 6실점했지만 7회까지 던져줬고, 결국 7회초 홍성흔의 역전홈런이 터지며 승수를 추가할 수 있었다.)

이제 겨우 25살.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인기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의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받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고도 흥분되는 일일 것이다. 자칫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쏟아질 질책들은 그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최소한 100개의 공을 던질 것이고, 6이닝 이상은 소화해 줄 것이다. 올 시즌, 5.31의 사나이 조정훈은 사실 5.31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서운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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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정훈(C)롯데 자이언츠 구단 제공]



이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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