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29 18:14 / 기사수정 2009.05.29 18:14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북일고와 덕수고의 청룡기 준결승전. 북일고가 1회 말 공격서 무사 1, 2루의 찬스를 맞자 덕수고의 내야 수비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견제사’를 노리려는 덕수고 김진영은 2루 견제를 반복했고, 유격수 이인행도 3-유간을 돌아다니며 2루 주자를 의식했다. 바로 그때! 김진영의 퀵모션이 2루를 향했고, 유격수 이인행은 그대로 2루 주자를 잡아내는 듯했다. 하지만, 2루 주자의 발이 빨랐다.
그런데 그 순간! 경기가 중단됐다. 2루 베이스를 커버하기 위해 들어온 이인행과 2루 주자가 서로 충돌했기 때문. 2루 주자는 그대로 피를 흘리기 시작했고, 경기는 그 ‘주자’의 지혈을 위해 잠시 중단됐다. 간단한 응급 치료를 받고 돌아온 주자는 다시 2루를 밟으며, 서로 충돌했던 이인행과 서로 미소를 지었다.
“충돌하면서 오히려 (이인행과) 친해졌습니다.”
경기 직후, 애써 미소 짓는 그 선수는 부상 정도는 별거 아니라는 듯 다음날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짐했다. 그 선수가 바로 북일고 1번 타자 겸 주장인 김재우(18)였다.
▲ 결승전 직전 만난 북일고 주장 김재우. “아침 11시부터 준결승전 치른 이후 바로 결승전인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두말없이 “아무 문제없다”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김재우는 준결승과 결승전에서 12타석 10타수 3안타(출루율 0.417)를 기록했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그다지 뛰어나지도, 못하지도 않은 성적이었지만 ‘투지’만큼은 단연 북일고 선수들 가운데 최고였다. 눈썹 주위가 찢어지는 부상은 ‘부상 축에도 못 낀다’는 듯 결승전을 앞두고도 그는 프리 배팅에 열심이었다.
그의 부상 투혼에 자극을 받아서였을까? 북일고는 준결승 제2경기가 서스펜디드 게잉으로 선언되었지만, 그 다음날 아침에 덕수고를 물리치고 극적으로 결승에 올랐다. 그 필두에 섰던 김재우는 그만큼 감격에 겨운 모습이었다.
“부상보다는 팀 우승이 먼저입니다”
이러한 말에 ‘역시 주장답다’는 칭찬을 듣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러한 ‘악바리’같은 모습에 연상되는 이가 바로 이정훈 감독이었다. 역시 그 스승에 그 제자다웠다.
아쉽게 패한 결승전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보인 것도 김재우였다. 황금사자기에 이어 2연속 준우승을 차지한 데에 따른 아쉬움의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8회 초 투 아웃 2사 만루서 2-3 풀카운트 때 에매한 스트라이크 판정 하나가 더욱 그를 울게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2루 주자였던 그는 분을 머금고 헬멧을 벗고 자기 포지션인 중견수 자리를 찾으러 갔다. 그리고 그대로 경기가 끝나자 그는 그 누구보다도 많은 눈물을 흘리며 아쉬움을 대신했다.
‘제2의 악바리’ 김재우. 그의 눈물이 아름다웠던 것은 더 나은 내일을 약속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의 포지션은 ‘스승’ 이정훈 감독의 현역 시절과 같다. 아름다운 그의 눈물이 프로무대에서 함지박 웃음으로 변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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