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28 09:02 / 기사수정 2009.05.28 09:02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앞에서 논했던 선수들의 실책은 결국 감독이 그 선수를 선발 출장시키고, 그 선수를 그 포지션에 배치해 경기할 것을 주문했기에 생긴 일이었다.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86년 이후로 맨유의 감독직을 이어가며 유럽 어느 팀의 감독보다 전술적인 유연함을 보여주며 명장의 반열에 오른 감독이라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그는 오늘 경기에서도 매우 실험적인 포메이션으로 바르셀로나에 맞불 작전을 놓았다. 중앙 미드필더 플레쳐가 결장한 상태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톱으로 올리고 루니와 박지성으로 그를 보좌하게 한 후, 마이클 캐릭을 중심으로 긱스와 안데르손을 배치한 퍼거슨의 4-3-3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패스 게임을 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물론 경기 초반에 퍼거슨의 생각은 맞아떨어지는 듯 보였다. 긱스와 안데르손의 플레이는 그럭저럭 무난했으며, 호날두는 바르셀로나를 휘저으며 득점을 노렸다. 박지성은 리오넬 메시를 훌륭하게 마크함과 동시에 자신은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을 지속적으로 돌파하며 공수 양면에서 특유의 성실함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전술은 빈틈을 낳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같은 경기에서 그것은 때로 독이 되기도 한다. 전반 10분 단 한 번의 역습으로 선제골을 내준 후 우왕좌왕하는 맨유의 중원은 바르셀로나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었고, 결국 선제골 이후 완전히 중원을 장악당하며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패스 게임을 펼치며 공격에 맞불을 놓고자 하는 퍼거슨 감독의 꿈은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경기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퍼거슨은 안데르손을 테베즈로 교체하며 더욱이 공격을 강화한다. 하지만, 중원이 이미 장악된 상태에서 수비진에서 바로 연결되는 패스는 부정확할 수밖에 없었고, 허리가 잘려나간 맨유의 어설픔은 바르셀로나가 경기를 자신들의 흐름으로 이끌기에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었다. 결국, 샤비와 리오넬 메시의 합작품은 맨유를 완전히 침몰시키기에 충분했다.
뒤늦게 스콜스를 투입해 봤지만 이미 상황은 더 이상 나빠질 데가 없었다. 퍼거슨 감독의 오늘 교체 타이밍은 분명 좋지 않았다. 스콜스의 교체 타이밍은 제쳐놓고서라도 최악의 모습을 보인 웨인 루니를 계속 필드에 두었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퍼거슨 감독의 의중을 알기 힘들게 만든다. 또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긱스와 안데르손을 캐릭의 보좌 역할을 맡기기엔 긱스의 베테랑이란 장점보다는 그의 노쇠화가 더 큰 약점으로 작용하며, 안데르손은 분명 훌륭한 대인마크 능력과 왕성한 활동량을 가진 중앙 미드필더지만 경기 감각이 너무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퍼거슨의 전술적인 실책은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트레블의 영광을 안겨주며 그를 일약 명장의 반열에 떠오르게 하였다. 이미 최고 명장의 반열에 올라 있는 퍼거슨 감독이 재능있는 신예인 과르디올라를 명장으로 만들어준 셈이다. 언제 어디서든 '공격 앞으로'를 주장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가 앞으로 유럽에 미칠 영향이 기대가 된다.
[사진 =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환호하는 주젭 과르디올라 감독 (C) UEFA 공식 홈페이지]
▶ 최초의 '트레블'을 달성할 수 있었던 까닭은?
☞ 바르사 '트레블'을 이룬 최후의 방점 - ①중원의 장악
☞ 바르사, '트레블'을 이룬 최후의 방점 - ② 월등한 수비력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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