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25 08:43 / 기사수정 2009.05.25 08:43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배구는 '키'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민한 움직임'으로 한다는 것을 증명한 선수들은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해왔습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인 조혜정(56, 현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 위원)은 165cm에 불과했지만 빠른 몸놀림으로 한국 여자배구 역사에 길이 남는 업적을 세웠습니다.
또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뛰어난 두뇌 플레이를 선보인 박미희(46, 현 KBSN 배구 해설위원)도 큰 신장은 아니었지만 센터 포지션까지 소화하면서 '무적 미도파'의 전성기를 이끌었습니다.
이러한 계보를 이은 또 한 명의 선수가 있었습니다. 170cm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신장을 지녔지만 한국 여자배구의 전성기를 이끈 장윤희(39, 전 GS 칼텍스)는 박미희와 더불어 가장 교과서적인 선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장윤희는 안정된 리시브와 탄탄한 수비력, 여기에 빠른 움직임까지 지닌 '당대의 플레이어'였습니다. 배구와 관련된 모든 기술에 능통했던 장윤희는 경기의 흐름을 읽는 두뇌 플레이까지 겸비했습니다. 작은 신장을 대체하는 높은 점프력과 지독한 승부근성까지 갖춘 장윤희는 LG 정유(현 GS 칼텍스)의 9연패 신화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또한,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획득과 더불어 한국 여자배구역사상 최고의 쾌거로 기록되고 있는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의 주역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여자배구의 현주소는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장신 화에 급급해 한국 여자배구의 핵심이었던 '조직력과 기본기'는 어느새 옛말이 되고 말았지요. 현재 한국 여자배구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기본기 부재'와 '조직력 약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 여자배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장윤희를 만나봤습니다. 아직까지도 실업팀에서 배구선수로 뛰고 있는 장윤희는 식지 않은 열정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한국 여자배구의 건설적인 발전을 위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Q :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선, 정확하게 언제 은퇴를 하셨고 최근에는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장윤희(이하 '장'으로 표기) : 제가 은퇴를 한 것은 1999~2000시즌을 마친 뒤였어요. 하지만, 팀 사정으로 인해 다시 복귀하게 됐죠. 한 시즌을 치른 뒤, 2002년도에 공식적으로 은퇴를 하게 됐어요. 팀의 10번째 우승을 위해 다시 복귀했는데 아쉽게도 현대건설에 패하고 말았죠.
Q : 현역 시절, 장윤희 선수는 굉장히 승부욕이 강하고 집중력이 돋보이는 선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 때문인지 후배 선수들에게 매우 엄격한 선배라고 들었는데요?
장 : 제가 승부욕이 좀 강한 편이었어요. (웃음) 저 같은 경우, 코트에서 후배들을 이끄는 스타일이었는데 배구는 아무리 지도력이 좋아도 코트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금방 무너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종목입니다. 그래서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조직력을 만들기 위해 후배들을 강하게 이끌었죠.
하지만, 이런 일로 거부감을 갖는 후배들도 많았어요. 당시에는 이런 문제로 충돌이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다 보니 당시의 상황을 많이 이해해주더라고요. (웃음) 지금은 그때 멤버들을 모두 실업팀에서 만날 수 있는데 가끔 그 시절을 허물없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때는 엄격한 선후배 사이라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지 못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다 똑같은 아줌마잖아요? (웃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전보다 한층 가까워진 것 같아요.
Q : 2002년 LG 정유에서 완전히 은퇴를 하고 나신 후, 어떤 계기로 실업팀에서 입단하게 되셨나요?
장 : 제가 그때는 수원에서 살고 있었지만 용인에 친한 후배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그때 용인시는 경기도 도민체전에 나가면 성적이 신통치 않을 때였죠. 이러한 상황을 이유로 후배 선수들은 저에게 도와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때 '다시는 배구를 하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이 강했을 때였죠.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처음에는 이렇게 마음을 먹고 은퇴를 하는 선수들이 많아요. 그런데 좀 쉬려고 하면 주변에서 그냥 놔두지 않는 게 이 세계의 법칙이에요. (웃음)
실업팀에 입단해 달라는 요청 때문에 결국에는 다시 코트를 찾았죠. 2년 정도 용인시청에서 뛰다가 수원시청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어요. 그리고 올 초부터 부천시청에서 뛰고 있습니다.
Q : 은퇴 이후에도 계속 선수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혹시 지도자의 길로 가겠다는 생각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장 : 물론 있었죠.(웃음) 지도자에 대한 생각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길은 보이지 않았어요. 또한, 가정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힘들었죠. 근래에는 중학교 선수들을 지도할 생각도 있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 무산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도자라는 것도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알아보고 실력을 검증해야 기회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웃음)
Q : 장윤희 선수와 바늘과 실 같은 존재였던 이도희(41, 전 LG 정유 주전 세터) 코치님은 현재 흥국생명의 세터 코치로 활약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아직 국내 배구계에서는 여자 지도자들의 인지도가 매우 희박한데요. 이제는 한국 여자배구계에서 여성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장 : 똑같은 여자 선수들을 가르치는데 여성 지도자들이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우선, 정신적인 소통이 훨씬 원활하게 통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겠죠. 또한, 중요한 것은 남자배구와 여자배구가 근본적으로 매우 다르다는 점에 있어요. 같은 배구이긴 하지만 경기력과 기술, 그리고 정신적인 면을 종합적으로 비교할 때, 남자배구와 여자배구는 이질적인 면이 많아요.
그러나 아직 국내배구의 현실을 보면 어려운 점이 많죠. 무엇이든지 '최초'가 중요한데 그 첫 번째 관문을 뚫는 점이 힘든 것 같습니다. 지금 조혜정 선배님 등과 유소년 발굴에 대한 일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러한 일을 발판으로 해서 여성 지도자가 나올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Q : 장윤희 선수는 박미희 현 KBSN 배구 해설위원과 함께 한국 여자배구 역사상 가장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기본기를 어떻게 익히게 되셨는지 과정을 설명해주시죠
장 : 제가 처음으로 배구를 시작한 건 전북 남원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는데 그때 제 스승이셨던 분이 노경환 선생님이셨어요. 이분은 현재 고인이 된 신대영(전 현대자동차 서비스) 선수와 이재필(전 고려증권) 선수를 발굴해내신 분이죠. 지금도 현장에서 남자 선수들을 가르치고 계신데 이분에게 기본기를 많이 배웠습니다.
특히, 언더패스 연습을 많이 했는데 벽에다 대고 하는 '벽 언더'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벽과 꾸준하게 씨름을 하면서 볼에 대한 감각을 터득해나갔죠. 내가 세게 때리면 볼도 강하게 반동이 돼서 날아오고 반대로 약하게 치면 느슨하게 떨어졌어요. 강약을 조절한 볼을 꾸준히 받아내면서 볼을 다루는 감각을 익히게 됐어요.
이 시절에 익힌 감각은 실업팀까지 꾸준하게 이어져 왔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볼을 많이 다뤄보고 손에 익히는 점이죠. 어린 시절, 언더패스를 많이 하면서 볼에 대한 감각을 익혀나간 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Q : 배구뿐 아니라 모든 종목이 마찬가지겠지만 처음 배울 무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초등학교와 중학교 배구과정이 체계성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장 : 그렇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지도자들이 가장 빛을 보지 못하잖아요? 잘못 배운 기술을 고치는 것은 정말 힘들어요. 나쁜 동작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데 그만큼 처음 배우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죠. 프로뿐만이 아니라 학교 지도자들에 대한 관심이 넓어져야 된다고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실력 있는 전문 지도자 분들이 유소년 배구에도 몰리게 되죠.
직접 코트에서 땀을 흘려보고 볼을 수없이 다뤄본 분들이 현장에 많이 계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장 안타까운 점은 배구를 육성해온 학교들이 점점 해체되고 있다는 점이죠.
Q : 장윤희 선수가 현역으로 뛰던 시절과 현재의 여자배구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은 높이와 파워, 그리고 스피드가 강조되고 있지만 남자배구에 비해 여자배구는 여전히 조직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예전의 시절과 현재의 패턴을 비교하면 어떤 점이 가장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장 : 그때도 강한 공격력은 있었지만 조직력이 가장 중요했죠. 제가 뛰던 시절의 특징은 '톱니바퀴'와 같은 조직력이었어요. 이러한 조직력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땀을 흘렸지만 선수들의 마음이 일심동체가 된 점이 가장 컸어요. 그러나 최근에는 탄탄한 조직력보다 개인의 플레이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고 봅니다.
특히, 국내리그를 보면 외국인 선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죠. 이 점은 이미 공론화된 문제인데 특정 선수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 팀의 조직력이 살아날 수 없어요. 외국인 선수들의 폭발적인 공격은 볼 수 있지만 아기자기한 플레이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죠.
Q :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과 같은 아시아 배구는 아직도 '조직력'으로 승부 해야 한다는 느낌이 강한데요. 최근 일본배구를 보면 끈질긴 수비력이 돋보이고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가 하던 플레이를 지금은 일본이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장 : 일본도 실패했던 시절이 있었죠. 수비와 조직력이 갖춰지지 않던 시절, 우리에게 번번이 패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리고 현재 우리 대표팀이 일본에게 11연패 중인데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일본이 결코 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온전하게 하면 현재의 일본은 충분히 꺾을 수 있죠. 하지만, 그것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어요.
Q : 장윤희 선수가 처음으로 대표팀이 된 때는 언제였죠? 그리고 당시의 일본팀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장 : 89년도에 처음으로 태극 마크를 달았어요. 그때 일본은 이길 수 없는 존재였죠. (웃음) 당시 일본팀의 주포는 오바야시 모토코(전 일본 여자배구 국가대표)였는데 왼손잡이인데다가 볼을 때리는 각도 좋아서 막기 힘들었어요. 그리고 항상 저와 마주보는 위치에 있었죠. 그때 일본팀은 수비는 물론, 높이와 조직력 등이 완벽하게 갖춰질 때였어요. 그 팀에게 계속해서 지다가 93년도부터 이기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김철용(55, 전 국가대표, LG 정유 감독, 현 페루대표팀 감독) 감독님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셨어요. 일본을 상대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것은 '조직력'이라는 것을 인지시키셨죠. 또한, 정신력도 강하게 가다듬으셨는데 '일본'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선수들이 이를 갈게 만드셨어요.(웃음) 이러한 요소가 복합되면서 강한 조직력이 완성됐죠.
그리고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일본을 계속 이겨나가기 시작했어요. 당시 일본은 선수 구성을 물론, 높이에서도 저희보다 우위에 있었죠. 하지만, 조직력에서 앞선 우리 대표팀은 일본에 밀리지 않았어요. 이렇게 탄탄한 조직력이 완성되려면 선수들의 화합심이 가장 중요했어요. 김철용 감독님의 정신력 강화훈련은 선수들의 화합으로 이어졌어요. 그리고 일본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연결됐죠.
Q : 현재 일본대표팀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대표팀에 0-3으로 완패한 뒤,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완성됐습니다. 3~4년 동안 같은 멤버들이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데 이 점은 어떻게 보시나요?
장 : 언뜻 보면 일본대표팀이 꽤 잘하는 걸로 보이지만 제가 볼 땐, 결코 그렇지 않아요. 아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충분히 하면, 승산이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것을 못했기 때문에 11연패까지 왔어요. 우선, 일본대표팀은 오랜 기간 동안 호흡을 맞췄지만 생각만큼 조직력이 탄탄하지 못해요. 한국대표팀이 충분히 호흡을 맞추고 체계적인 조직력을 완성한다면 결코 일본에 패배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일전을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일본의 이동 속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입니다. 한국 여자배구는 장소연(전 현대건설, 현 경북체육회) 선수 이후로 이동 속공이 아예 사라져버렸어요. 이동 속공이 한국선수들에게 생소하니까 일본은 지속적으로 이 공격만 구사하잖아요?
Q : 한국 여자배구의 앞날과 후배들을 위해 애정 어린 충고를 계속하고 계신데요. 한국과 일본은 선수들의 움직임에서도 여실히 차이가 나는 것 같은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장 : '기민한 움직임'에서 차이가 나죠. '진짜 배구'를 하려면 많이 움직여야 합니다. 특히, 리시브와 수비를 할 땐, 무릎을 많이 사용해야 되거든요. 배구에서 공격 포인트는 볼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의미해요. 이러한 볼을 받으려면 당연히 자세를 낮춰야 되죠. 상체와 함께 무릎을 많이 써야 되는데 이런 점이 안타까워요.
Q : 장윤희 선수는 선수시절, 큰 부상 없이 국내대회와 국제대회를 모두 소화하셨는데 큰 부상을 예방하고 꾸준하게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장 : 부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고 저도 고생은 많이 했어요. (웃음) 선배들이 저에게 '타고난 몸'이라고 했지만 부상은 피해갈 수 없었죠. 호남정유(LG 정유의 전신 팀)가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89년에 왼쪽 무릎 부상을 당했어요. 일본팀과의 연습시합 도중 다쳤는데 그 이후로 왼쪽 무릎을 거의 쓰지 못했어요. 상황이 이렇게 되니 이 부상으로 인해 다른 부위에도 부상이 발생했죠. 결국, 시즌이 끝날 무렵에는 오른쪽에도 무리가 왔는데 치료할 새도 없이 바로 국제대회에 참가했어요. (웃음)
Q : 아마추어 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얼마 전 전국체전에서 노장 선수들이 주축이 된 경북체육회가 아마 최강 팀 중 한 팀인 양산시청을 이기고 우승을 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왕년의 국가대표였던 장소연과 박수정(전 LG 정유, 국가대표) 선수 등이 주축이 된 경북체육회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장 : 경북체육회 선수들의 연령은 대부분 30대 후반입니다. 그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열심히 하고 있죠. 배구선수들이 나이가 들어도 기본기와 수비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또한, 이 선수들은 옛날부터 자기관리가 워낙 철저했던 선수들이죠. 그리고 경험도 많고 노련하다 보니 실책이 드물어요. 랠리포인트제에서는 상대팀의 실책도 있어야 득점이 올라가죠. 그러나 상대방의 실책이 드물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책 범실이 나오게 되요.
배구는 선수생명도 짧고 나이가 중요한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팀 조직력이 워낙 강조되는 스포츠이다 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요.
Q : 이제 화제를 바꿔서 김연경(21, JT 마베라스) 선수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금의 한국여자배구를 이야기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는 바로 김연경 선수인데요. 최근 일본 프로팀인 JT 마베라스에 진출했습니다. 해외로 진출한 김연경 선수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으신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장 : 우선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고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해외진출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좋은 경험을 쌓고 돌아오면 기량은 한층 성장해 있을 거예요. 김연경 선수는 공격력을 비롯해 수비와 리시브 등 모든 것이 뛰어난 선수죠. 또한, 제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은 기본기가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에요.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면서 열심히 한다면 일본에서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김연경 선수를 고등학교 때부터 지켜봤는데 당시 점프를 이용해 볼을 때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장신의 선수들은 키로만 때리는 경향이 큰데 김연경은 그렇지 않았죠. 일본에서도 그런 플레이를 자주 봤으면 합니다.
Q : 장윤희 선수는 국내 여자배구 선수 중, 가장 먼저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인지 답변해주시죠
장 : 네, 사실이에요. (웃음) 스파이크 서브와 함께 백어택도 처음으로 구사했어요. (웃음) 고등학교 시절부터 백어택을 구사했는데 당시 고등학교 감독님이 국제대회에 다녀오신 뒤, 저에게 백어택을 하라고 권유하셨어요. 예전엔 "여자가 무슨 백어택이냐"라고 말씀하셨지만 국제무대에서 여자들도 백어택을 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신 뒤, 마음을 바꾸셨죠. 이것을 계기로 간간이 중앙 후위공격을 시도했었어요.
그리고 스파이크 서브 같은 경우는 미팅 감각이 좋아서 감독님들이 제게 요구를 많이 하셨어요. 하지만, 제 서브는 대체로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었어요.(웃음)
Q : 선수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김철용 감독님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한국 여자배구 사에서 이분이 공헌하신 부분은 적지 않은데요. 오랜 세월을 함께하고 지도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장윤희 선수가 느낀 '지도자 김철용'은 어떤 분이셨나요?
장 : 김철용 감독님에 대한 평가는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크게 인정을 받았어요. 일본이 가장 무서워했던 인물이 바로 김 선생님이었어요. 그분이 대표팀을 담당한 이후부터 일본을 꾸준하게 이겨나갔으니까요. 코트 안에서는 매우 엄하고 무서우셨지만 코트 밖에서는 무척 편하게 지냈어요.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논 적도 많았죠. 선수단을 장악하는 카리스마는 있으셨지만 한편으론 무척 친근하게 느껴졌었어요.
현재 페루에 가 계신데 제 생각엔 아마 그곳에서도 일을 내실 것 같아요. (웃음) 또한, 그분은 배구를 정말 아끼고 사랑하셨던 분이셨어요. 이러한 정열이 코트 안에서 살아 움직였던 거죠. 저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분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선수들은 누구나 존경심을 가지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Q : 선수시절, 가장 찬란했던 순간은 아무래도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 같습니다. 맞는지 궁금하네요. (웃음) 또한, 선수생활을 해오시면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장 : 네, 맞아요. 제가 대표선수로 뛰면서 중국을 이긴 적은 드물었는데 이 대회에서는 중국을 극적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중국은 세계최고의 강호였어요. 도저히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한국대표팀 특유의 조직력이 살아나면서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어요. 당시 일본과 우리의 전력은 5:5로 봤지만 중국은 4:6으로 봤어요. 그들이 우리보다 한 수 위라는 사실을 인정했던 거죠.
이 대회를 준비할 때, 저희는 엄청나게 고생했어요. (웃음) 태릉에서 훈련량을 늘리느라 점심식사도 제때 먹지 못했죠. 빡빡한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외박도 반납했습니다. 김철용 감독님이 대표팀 감독을 담당하시면서부터 훈련량은 부쩍 늘어났어요. 태릉 안에서도 여자배구팀의 훈련량은 유명했었죠. (웃음) 엄청난 훈련 때문에 매우 고단했지만 그래도 국제대회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고 성과를 남길 때에는 보람도 많았어요.
여자배구가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자 점점 관심은 높아져 갔고 그 결실이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이루어졌어요.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마지막 5세트에서 극적으로 이겼는데 경기가 끝나고 나서 선수들 모두가 눈물을 흘렸어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대단한 경기였죠.
그리고 선수생활을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팀을 우승시키지 못하고 은퇴했다는 점이에요. 팀의 10번째 우승을 위해 코트에 복귀했지만 구민정, 강혜미, 장소연 선수 등이 버티고 있던 현대건설에게 패했던 기억은 두고두고 아쉽기만 합니다.(웃음)
Q :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국 여자배구의 발전을 위해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울러 앞으로의 개인적인 일정에 대해서도 질문 드리겠습니다
장 : 한국 여자배구의 특징은 '끈질긴 근성'과 '탄탄한 조직력'이었어요. 앞으로도 이러한 점이 꾸준하게 인식됐으면 좋겠어요.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기본기죠. 유소년 양성이 활성화돼서 김연경 같이 탄탄한 기본기를 지닌 선수들이 많이 배출됐으면 합니다. 또한, 개인적인 계획은 현재 뛰고 있는 부천시청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그리고 최근 늦둥이를 뒀는데 육아문제에도 신경 써야겠죠. (웃음) 앞에서 언급했지만 지도자의 길을 만들어서 후배들을 키우고 싶은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Q : 장시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장 : 네, 감사합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장윤희는 아직도 배구에 대한 열정이 뜨겁기만 했습니다. 프로무대를 떠난 지는 오래됐지만 아마추어 팀에서 꾸준하게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장윤희는 "배구는 키와 나이보다는 화합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말을 강조했습니다.
'내'가 아닌 '우리'가 되어야 제대로 된 배구를 펼칠 수 있다고 강조한 장윤희의 배구인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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