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26 23:28 / 기사수정 2009.05.26 23:28
'처음'이란 두려움이 앞서지만 설렘과 기대감도 동반한다. 5월 23일 토요일 저녁은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기분이었으며 모든 것이 새로웠다.
국가 간의 A-매치 경기, K-리그 경기를 경기장에서 직접 체험했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기에 '교보생명 2009 내셔널리그' 수원 시청과 고양 국민은행의 경기를 취재하러 간 심정이 딱 그 감정이었다.
밥은 굶을지언정 축구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찾아보는 축구광이라고 자부하지만 내셔널리그를 취재한다는 것은 여름이 다가오는 5월 말임에도 쌀쌀한 날씨와 같이 생소하고 낯설었다.
저녁 7시 경기지만 서울에서 수원까지 이동을 해야 했기에 서둘러 준비했고 수원 종합운동장에는 6시가 조금 안된 시각에 도착했다. 경기 전 운동장과 주변을 돌아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선수들이 몸을 푸는 모습을 지켜보니 4승4무4패의 전적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양 팀의 치열한 경기가 이내 기대되었다.
이어서 눈을 관중석으로 돌려보았다. 예상대로 경기장은 대부분 썰렁했지만 수원 지역 방송에서 나온 중계팀의 모습이 보였고 곳곳에 빈자리가 보이기는 했지만 스탠드 한쪽을 메운 관중의 모습이 보였다.
골대 뒤쪽에는 K-리그에서 볼 수 있는 수원 시청의 열정적인 서포터들의 모습이 보였고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10번 오정석의 유니폼을 입고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던 아이의 모습을 보니 흐뭇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경기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나가 7시가 되었고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양 팀의 경기는 시작되었다.
연습 훈련을 할 때부터 가벼운 몸을 보여줬던 양 팀의 선수들은 예상대로 시작과 동시에 빠른 축구를 보여주었다. 8경기에서 17골에 성공하며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홈팀 수원 시청이 경기를 주도했지만 고양 국민은행은 탄탄한 조직력을 맞서며 때때로 수원의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다.
축구 전용구장이 아니므로 육상트랙이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에 걸림돌이 되었지만 관중은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함성을 보냈고 멋진 공격이 이어지면 그 함성은 더욱 커졌다.
선수들도 평소보다 많이 찾아온 관중의 열기에 맞춰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전반 종료 직전 정재운의 대포알 프리킥은 마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호날두의 무회전 슈팅을 연상시킬 정도로 강력했다.
0-0으로 전반을 마친 하프 타임에는 관중을 위한 이벤트가 있었다. 입장권 추첨을 통해 경품을 선물하는 행사였는데 입장권 없이 출입한 기자는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어서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후반전 역시 양 팀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일진일퇴의 경기를 펼쳤다.
경기를 예의주시하던 기자는 잠시 그라운드 밖으로 한눈을 팔았다. 바로 매끄러운 경기를 위해 '볼보이'로 통칭하는 스태프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궁금증이 생겨 용기를 내서 그 중 한 명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까까머리의 앳된 고등학생이었다. 수원에 있는 삼일 공고의 축구부라고 밝힌 이 어린 축구선수는 수원 시청의 홈경기마다 경기 스태프가 된다고 하였다. 대화를 나누면서도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 우리의 눈은 경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궁금한 점을 더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경기를 위해 꾹 참고 제자리로 돌아와 경기를 관람했다.
양 팀은 경기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펼쳤지만 우열을 가릴 수가 없었고 결국, 사이좋게 무승부를 거뒀다.
비록 멋진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유럽축구 못지않은 훌륭한 경기를 보여주었고 무엇보다도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굵은 땀방울과 거친 호흡, 뜨거운 열정은 유럽축구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아직도 내셔널리그라고 하면 미국 메이저리그의 내셔널리그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자리 잡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지역민들의 축구사랑이 함께한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 축구의 튼튼한 기반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확신을 안고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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