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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ic] 2009년 LG, 'Again 1994년'이 보인다

기사입력 2009.05.18 04:18 / 기사수정 2009.05.18 04:18

이종은 기자



▲ 1994년 우승 당시 LG트윈스. 15년이 지난 지금의 LG가 다시 한번 신바람을 탈 수 있을까

[엑스포츠뉴스=이종은 기자]
흰색 바탕에 검은색 세로줄무늬 유니폼. 가장 클래식하면서 동시에 세련된 LG의 유니폼은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가 가진 '세련됨'의 이미지를 주고 있다. 90년대 LG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가장 인기를 끌었던 구단이라 해도 크게 잘못될 것 없을 정도였다. 미국의 뉴욕 양키스 못지 않게 말이다. 팀명 앞에 붙는 '신바람'이라는 닉네임 자체가 팀의 색깔을 완벽하게 상징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빗나가고 전세계를 흥분시킨 밀레니엄 시대가 도래하고부터 LG는 서서히 추락했다. 2000년과 2002년 두 번에 걸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을 제외하고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8위 2회)한다. 세련된 세로줄무늬 유니폼은 변함없이 그대로였지만 신바람은 커녕 미풍도 불지 않는 암흑기에 빠져든 것이다. 


그러나 올 시즌 프로야구 그라운드에선 세련된 세로줄무늬 유니폼이 바람에 살랑살랑 날리고 있다. 그것이 '신바람'인지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그 옛날 바람의 기운이 느껴진다. 팬들 사이에서 '페타신'으로 칭송받는 페타지니가 프로야구 역대 최고 용병이었던 우즈, 호세 등에 버금가는 활약을 해주고 있고 돌아온 '쿨가이' 박용택은 그간 억지로 참았다는 듯 맹타를 퍼붓고 있다. 그간 'FA 잔혹사'에 늘상 울어야했던 LG지만 올해 FA로 영입한 이진영과 정성훈은 공수에서 팀의 중심이 되고 있으며 덩달아 지난해 '발만 빠르던' 이대형도 살아나고 있다. 노장 최동수도 마치 신인이 된냥 투지를 불태우고 있고 심수창, 정찬헌 등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올 시즌 현재까지 38경기를 치른 LG는 20승 17패 1무를 기록하며 리그 3위에 올라있다. 특히 5월 들어 방망이가 살아나면서 8연승 등 10승 5패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어느새 팀 타율이 0.288까지 치솟아 선두다. 팀 출루율은 무려 0.376에 달한다. 삼진은 8개 구단 중 가장 적고 볼넷은 가장 많이 얻고 있다. 당연히 볼넷/삼진 비율 역시 리그 1위다. 타고투저의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올 시즌이라 객관적인 비교 지표가 될 순 없겠지만 마치 가장 강력하던 94년 LG 타선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막강 신인 3인방(유지현, 김재현, 서용빈)을 내세워 리그를 제패했던 1994년의 LG는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등 타격 주요 부문에서 리그 1위를 기록했다. 홈런은 88개로 그리 많지 않았지만 출루율은 높았고 장타율이 1위였던 만큼 2루타 등 중거리포가 많았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팀 자체가 발도 빨랐고 장타력도 갖추고 있었다. 역시나 삼진은 리그에서 가장 적었고 볼넷은 두 번째로 많이 얻어 볼넷/삼진 비율이 리그 1위였다.



1994년 엘지 최고의 시즌을 이끌었던 3인방의 기록이다. 지금의 LG 상위타선도 이들 못지않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당시의 유지현이 0.305의 타율과 51개의 도루를 기록했다면 현재까지의 이대형은 0.301의 타율과 13개의 도루를 기록 중이다. 이진영과 박용택은 오히려 당시 김재현과 서용빈보다 더 좋은 페이스다. 이진영의 장타율은 5할을 넘어서 OPS가 9할에 달하며 특히 볼넷/삼진 비율은 리그에서 단독 1위에 해당한다. 박용택은 더 심(?)하다. 부상으로 회복한 후 20경기밖에 출장하지 않았지만 6개의 홈런을 쳐냈고 출루율이 5할에 다가서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용병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던 1994년이었던 반면 올 시즌 LG에는 리그 최고의 용병 타자인 페타지니가 4번 자리에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페타지니의 질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그의 기록으로 보아 쉽게 그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홈런은 11개로 리그 2위에 올라있고 출루율은 5할을 훌쩍 넘은 지 오래다. 볼넷을 29개(리그 1위)나 얻어낸 반면 삼진은 그보다 적은 22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LG 타선은 신(新)'신바람'을 탔다고 봐도 될 듯 하다. 이들 뿐만 아니라 최동수, 정성훈 등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현재 LG의 타선은 8개 구단 중 가장 막강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심에는 박용택과 페타지니가 있다.

그러나 타격에 비해 마운드가 빈약하다. 1994년 81승 45패의 압도적인 승률로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 LG는 타격도 타격이지만 마운드가 무척 탄탄했다. 이상훈-김태원-정상흠이 모두 15승 이상을 달성했으며 마무리 투수였던 김용수는 30세이브를 기록했다. 당연히 팀 평균자책점은 3.14로 리그 1위였고 실점, 볼넷 등은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지금의 LG는 당시에 비해 마운드가 다소 약하다. '봉타나' 봉중근만이 에이스로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을 뿐, 심수창을 제외하면 마음 놓고 등판시킬 선발 투수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지난해 10승을 책임졌던 옥스프링도 결국 부상으로 짐을 쌌다. 새 용병 릭 바우어를 영입했지만 옥스프링만큼 해줄 지 미지수다. 불펜에서 활약 중인 정찬헌, 최동환도 아직은 불안한 상태고 마무리로 돌아온 우규민 역시 7세이브를 기록하고는 있지만 평균자책점이 4.59에 달한다.

한 가지 호재라면 지난 17일 히어로즈전에 재활 후 첫 등판을 마친 박명환의 상태가 기대 이상이라는 점이다. 박명환은 이날 4이닝 동안 3실점했지만 전성기 시절의 구속에 근접한 구위를 보여주며 부활의 전주곡을 울렸다. 

수비 역시 다소 불안하다. LG는 38경기를 치르는 동안 33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선두를 기록 중이다. 유격수 권용관이 7개의 실책을 범하고 있고 대다수의 야수들이 두세개씩의 실책을 기록하고 있다. 1994년의 LG가 126경기를 치르는 동안 89개의 실책(5위)을 범하며 우승을 차지했던 만큼 야수진이 지금보다는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지금의 LG는 지난 6년간의 LG와는 분명히 달라 보인다. 슬슬 다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고 있다. 돌아올 에이스 박명환과 새 용병 투수 릭 바우어가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1994년의 성과도 꿈은 아니다. LG에 불고 있는 이 바람이 신바람일지 스쳐가는 미풍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 이종은 기자의 [Baseballic] 기록은 야구의 전부가 아니지만, 잘 설명해주는 도구라고 믿습니다. 

[Baseballic] 로베르트 페타지니와 펠릭스 호세의 '동행'

☞ [Baseballic] 이대호-최준석 '페이스 오프?' 

[사진= 1994년 우승 당시 LG 트윈스, 환호하는 LG 선수들 (c) LG 트윈스 구단 제공]

이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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