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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피겨 유망주 김해진, "즐기면 긴장감 안 와"

기사입력 2009.05.13 08:27 / 기사수정 2009.05.13 08:2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국내에서 벌어지는 피겨 스케이팅 대회를 관전할 때,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피겨 골수팬들은 4급과 5급 부분에서 활약하는 여자 싱글 선수들의 경기에 주목한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어린 선수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이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꿈나무 대회를 비롯해 전국 랭킹전과 종합선수권을 모두 제패한 박소연(12, 나주초)은 벌써 한국 피겨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유망주로 각광받고 있다.

박소연은 지난달 30일, 한체대 아이스링크에서 있었던 6급 승급시험에서 합격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유망주가 가뿐하게 6급 승급시험을 통과했다. 김해진(12, 관문초)은 승급시험 과정 중, 최대의 고비라는 5급 과정도 한 번에 통과한 이력이 있다. 현재 초등학교 선수들 중, 6급에 합격한 선수는 박소연과 김해진뿐이다.



타고난 점프력과 긍정적인 성격이 조합된 특별한 재능

지난달 30일에 벌어진 승급시험에서 가장 좋은 연기를 펼친 스케이터는 '점프 요정' 곽민정(15, 군포수리고)과 김해진이었다. 타고난 재능에 비해 늘 2% 부족한 경기력을 펼쳤던 곽민정은 트리플 러츠와 더블 악셀 + 더블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멋지게 성공시키면서 7급 선수로 거듭났다.

그리고 12세의 나이에 6급 시험에서 합격한 김해진은 트리플 토룹 점프를 깔끔하게 랜딩시켰다. 또한,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스케이팅 스킬도 향상돼 있었고 더블 악셀도 한층 탄력이 붙었다.

김해진은 박소연과 서채연(13), 그리고 이호정(12, 남성초)과 최휘(11, 부흥초)와 가장 눈여겨봐야 할 유망주 중 한 명이다. 또한, 근래에 들어서 기량이 크게 향상된 대표적인 스케이터이다.

97년생인 김해진은 만으로 6세가 되던 무렵,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신었다. 집 근처에 있는 과천아이스링크를 방문한 것이 스케이트를 신게 한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그저 취미로 시작한 스케이트였지만 어린 김해진은 그 누구보다 빙판 위에 있는 것을 좋아했다.

김해진의 어머니인 유공심 씨는 딸에게 시킬만한 운동을 찾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운동에 소질이 있었던 딸이 할 만한 적합한 운동을 물색하고 있던 유 씨는 딸이 가장 좋아했던 스케이트를 선택했다.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어린 딸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그저 딸이 좋아하는 것을 시키겠다고 마음을 먹은 유씨는 결국 '피겨 맘'의 길로 들어섰다.

운동 신경이 뛰어났던 김해진은 서서히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피겨와 관련된 모든 과정을 순탄하게 습득한 김해진은 처음으로 큰 장벽에 부딪혔다. 피겨 선수라면 누구든 가장 큰 고비로 여기는 '더블 악셀'이 눈앞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겨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4급에서 5급으로 가는 과정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피겨 선수로서 타고난 재능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시기도 이 시점이기도 하다. 5급 시험의 가장 큰 과제인 '더블 악셀'을 깔끔하게 랜딩시켜야 비로소 5급 선수로 인정을 받게 된다.

김해진은 이 어려운 과정을 단 한 번에 통과했다. 이 부분에 대해 유 씨는 "5급 승급시험에서 합격한 것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당시 연습 때는 더블 악셀의 성공률이 매우 안 좋았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승급시험 날에 해진이는 날아다녔고 더블 악셀도 랜딩시켰다. 해진이는 실전에 강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때는 정말 예상치 못했다"라고 회고했다.

실전 경기에서 떨지 않는 담대함은 후천적으로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타고난 담대함에 비하면 분명히 한계점은 존재한다. 국내 피겨 유망주들 중, 박소연과 김해진은 실전에서 강해질 수 있는 집중력을 지니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현재 김해진을 지도하고 있는 한성미 코치는 "해진이의 가장 큰 장점은 낙천적인 성격에 있다.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천성은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바로 털어버리고 일어나는 점이 해진이 성장을 돕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실전경기에 대한 질문에 김해진은 "대회가 열리는 날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긴장되는 점은 없다. 평소처럼 똑같이 운동하는 느낌이 들고 재미있게 스케이트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뿐이다"라고 야무지게 답변했다.

또한, 김해진은 지금까지 큰 부상 없이 묵묵하게 정진해 왔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거대한 지뢰밭은 바로 '부상'이다. 현재는 건강하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지만 이호정도 한 때 잦은 부상으로 많은 고생을 했다. 또한, 많은 피겨 지도자와 전문가들로부터 최고의 재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서채연도 부상과 사투하고 있다.

그러나 김해진은 부상의 악몽을 피해 꿋꿋하게 성장해 왔다. 12세의 어린 나이에 6급까지 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건강하게 스케이트를 탔기 때문이다. 4급에서 6급으로 가는 과정은 길게는 4년 이상이 걸린다. 그러나 김해진은 타고난 재능과 꾸준한 노력, 그리고 매사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앞세워 순식간에 6급 선수로 성장했다.



'트리플 5종 점퍼'가 되는 것이 현재의 목표. 언제나 지금처럼 웃으면서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

피겨 선수가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는 두 번으로 나뉜다. 처음 스케이트를 신고 기본기를 충실히 배울 때가 한 선수의 인생을 좌우하게 된다. 잘못된 습관을 들이면 그것을 고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되기 때문이다. 또한, 10대 초반에서 중반대로 성장할 때, 점프를 비롯한 기술들을 고루 익혀놓는 점도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 한 코치는 "해진이도 마찬가지지만 피겨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는 10대 초반에서 14세까지의 기간이다. 이 시기에 점프를 익혀놓고 나머지 기술들을 습득하는 점이 무척 중요하다"라고 답변했다.

최근 김해진이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스케이팅 기술'이다. 피겨와 관련된 모든 기술의 '뿌리'인 스케이팅 기술이 원만하게 갖춰져야 나머지 기술들도 수월하게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코치도 스케이팅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해진이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스케이팅 기술이다. 해진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가장 미흡한 부분이 바로 스케이팅이다. 점프의 질을 높이고 스핀을 한층 강화하려면 스케이팅 기술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스케이팅이 좋아지면 점프를 하기 전의 가속도가 향상돼 점프의 비거리가 향상될 것"

김해진은 트리플 점프 중, 토룹을 깨끗하게 랜딩하고 있다. 여기에 트리플 살코도 점점 완성단계에 근접하고 있다. 나머지 트리플 점프들도 고르게 연습하고 있는 김해진은 '트리플 5종 점퍼'가 돼 국제대회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타고난 재능과 함께 김해진의 가장 큰 장점은 밝고 낙천적인 성격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김해진 스스로 피겨 스케이팅을 무척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언제나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김해진은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도 김연아 언니를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앞으로 연아 언니와 같은 선수가 되는 것이 내 꿈"이라고 해맑게 웃으면서 답변했다.

그리고 김해진은 경쟁자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이호정에 대한 우정도 빼놓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김해진은 "서로 힘들 때, 늘 함께하고 마음을 나눴던 친구가 바로 호정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좋은 친구이자 동료로 지내고 싶다"라고 이호정에 대한 진솔한 마음을 밝혔다.

자신이 좋아서 시작한 스케이트를 오랫동안 타고 싶다는 것이 김해진의 소박한 꿈이다. "내 연기를 본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대답한 김해진은 애지중지하는 스케이트를 신으며 빙판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진 = 김해진, 이호정 (C) 엑스포츠뉴스 DB 오규만 기자, 김혜미 기자,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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