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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 김광현, 실패를 극복하고 비상(飛上)하다

기사입력 2009.05.11 02:47 / 기사수정 2009.05.11 02:47

이종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종은 기자] 김광현의 조용한 연승행진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시즌 7번째 등판이었던 10일 히어로즈전의 승리투수가 되면서 올해만 벌써 5승째를 거뒀다. ‘타고투저’라는 태풍이 야구판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파죽지세의 4연승이자 무패행진이다. 이로써 먼저 5승을 거둔 류현진과 함께 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서게 됐다.

큰 키와 높은 타점을 이용해 내리꽂는 직구와 고속 슬라이더는 위력을 되찾았고 특히 올해는 체인지업과 커브를 추가해 간간히 섞어 던지며 한층 업그레이드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당초 SK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이 체인지업까지 완벽히 던질 수 있다면 난공불락의 투수가 될 것이다”라 말한 바 있다.

사실상 김광현은 지난 3월에 있었던 WBC에서의 부진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안고 시즌을 시작했다. 온 국민의 기대를 안고 대 일본전에 출격한 ‘일본킬러’ 김광현은 주무기 슬라이더를 연타당하며 맥없이 무너졌고 이는 본인뿐만 아니라 경기를 본 모든 이들에게 충격을 가져다줬다. '일본킬러'의 명성도 봉중근(LG)에게로 넘겨줘야했고 이후의 경기에서도 김광현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성적을 내지 못하고 ‘WBC 준우승’이라는 드라마의 조연 역할을 해야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팀을 이끌며 항상 주인공으로서 조명 받았던 그에겐 개인적으로 ‘실패’와도 다름없던 대회였다.

김광현은 안산공고 2학년 때 이미 팀의 에이스 노릇을 하며 당시 3학년이던 한기주(KIA), 류현진(한화)과 어깨를 나란히 했었다. 3학년이던 2006년, 쿠바에서 벌어진 제22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선발투수로 참가했던 김광현은 한국을 6년 만에 우승시키며 대회 MVP까지 수상했다. 당시 스카우트들에겐 이미 ‘대어’로 낙점되어 있는 상태였고, SK로부터 1차 지명선수로 낙점 받아 구단 역대 최고액인 계약금 5억원, 연봉 2000만원에 계약했다.

고교시절부터 내내 에이스 대우를 받으며 실패를 모르던 김광현은 프로 데뷔 첫 해 자신의 인생에서 첫 실패를 경험한다.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데뷔한 2007년, 1군과 2군을 오가며 정규시즌 20경기(선발 13경기)에 출장해 3승 7패 3.62의 평균자책점으로 기대 이하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다.

인생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이에게 한순간의 실패는 단순한 ‘시행착오’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그 위기를 넘기느냐, 못 넘기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패가 엇갈리는 법이다. 한 순간의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쉽게 져간 '별'들이 무수히도 많다.

그러나 김광현은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로 받아들일 줄 알았다. 용납할 수 없는 부진과 힘든 2군 생활을 잘 견뎌낸 김광현은 그 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 등판해 2경기 출장 1승 무실점의 완벽투를 보여주며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팀을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끈다. 이후 지난해에는 ‘일본킬러’의 명성을 드높인 베이징올림픽에서의 역투와 함께 국내리그 다승왕(16승4패), 탈삼진왕(150개)을 차지해 골든글러브, 정규시즌 MVP를 독차지하며 한국야구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런 그에게 올해 초 WBC의 부진은 또 한번의 큰 상처를 안겼고, 급기야 2군으로 시즌을 시작하게 된다. 김성근 감독은 “생각하는 야구를 스스로 깨우쳐라”며 상심에 빠진 팀의 에이스에게 당근보다는 채찍을 들었다.

에이스로선 굴욕적으로 개막전 엔트리에조차 제외되며 마음 고생한 김광현은 마침내 지난달 7일 KIA전에서 7이닝 3실점(2자책)하며 첫 승을 따낸다. 그러나 이후 2경기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3경기를 치르면서 1승 평균자책점 4.91이라는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결국 17일 한화전의 부진(5.1이닝 5실점) 이후 김성근 감독에게 “에이스 자격 없다”며 또 한 번의 호된 꾸짖음을 들은 김광현은 이후부터 4연승하며 마침내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 됐다. 스승 김성근 감독 역시 30일 두산전 승리(8이닝 2실점) 이후 “드디어 본인의 모습을 찾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절치부심’하며 승수를 쌓은 김광현은 조용히 하지만 빠르게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올 시즌 8경기 등판해 5승 무패이자 한때 4.91이던 평균자책점은 2.87까지 낮췄다. 지난해의 2.39에 비해 아직 높은 편이지만 4연승한 최근 4경기만 놓고 보면 1.62(29이닝 5자책)로 대폭 내려간다. 더구나 4경기 연속 QS(퀄리티스타트)로 이 부문 리그 1위(6개)다.

야구인생에서 항상 ‘에이스’라는 막중한 책임을 즐거움을 승화시키며 성공가도를 달려온 김광현. 올 시즌을 ‘WBC에서의 실패’, ‘굴욕적인 2군행’ 으로 시작한 그지만 그 실패를 ‘시행착오’, ‘성공의 어머니’로 받아들이고 멋지게 극복하며 다시 한 번 리그 최고의 투수로서 힘차게 비상(飛上)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김광현 (C) SK 와이번스 구단 제공]



이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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