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덕행 기자] 러시아는 '교과서'였고, 사우디는 '오답노트'였다.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이 신태용호에 조별리그 통과를 위한 힌트를 제시했다.
15일 자정(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은 화끈한 화력쇼를 선보인 러시아의 5-0승리로 끝났다.
애초 이날 경기는 팽팽한 흐름 속에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피파랭킹(러시아 70위·사우디67위)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러시아가 최근 A매치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인 반면 사우디는 인상적인 경기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한국과 비슷한 상황의 러시아, 자신들의 장점에 집중
러시아의 상황은 여러모로 한국과 비슷했다. 최근 7번의 A매치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으며(3무 4패) 대회 직전 주축 선수들이 줄 부상을 당하며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것이다. 스타니슬라브 체르체소프 감독이 오랜기간 공들여온 스리백마처 포기해야할 정도 였다.
체르체소프 감독은 플랜B로 4-2-3-1을 선택했다. 하지만 살펴보면 4-4-2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두 명의 공격수 알란 자고예프와 표도르 스몰로프가 투톱처럼 움직였다. 러시아는 자신들의 장점에 집중한 축구를 선보였다. 작고 빠른 선수가 부족한 대신 제공권에 자신이 있는 러시아는 꾸준히 크로스를 시도하며 공중볼 경합을 시도했다.
또한 공격수들의 전방 압박도 빛났다. 러시아 선수들은 끊임없이 앞으로 나서며 사우디의 후방 빌드업을 방해했다. 공격과정에서 공을 뺏겼을 때 물러서지 않고 두 세명의 선수가 에워싸며 공을 뺏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한 러시아는 점유율에서 밀리고도 5골 차 대승을 거뒀다. 한국 대표팀이 분명하게 체크해야할 부분이다.
'12년만의 월드컵 출전' 경험 부족에 운 사우디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경험 부족에 울었다.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사우디아라비아는 경험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역예선에서는 10개 팀중 가장 많은 골을 넣으며 맹활약했으나, 본선에서는 무기력했다.
특히 이른 시간 선제골을 먹히자 심리적으로 위축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런 상황에서 팀을 하나로 잡아줄 구심점 역할을 해야하는 선수도 보이지 않았다. 경기가 마음대로 안풀리자 짜증을 내는 선수들도 나타났다.
스웨덴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와 마찬가지로 12년만에 월드컵에 진출했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당황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한국은 9회 연속 출전 기록을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4대회 첫경기 성적(3승 1무)도 나쁘지 않다.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스웨덴에 확실한 우위를 가지고 있는 우리 대표팀은 이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전후반 막판에만 3골' 끝까지 집중력 유지해야
러시아 선수들은 조국에서 열리는 개막전인 만큼 끝까지 집중력을 놓치지 않았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은 집중력이 부족한 모습으로 내주지 않아도 될 기회를 내줬다.
이날 러시아가 기록한 5골 중 3골이 전후반 종료 직전에 나왔다. 전반 종료 직전 터진 체리셰프의 골은 러시아가 후반전을 더 여유있게 풀어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이 경기가 끝났다고 지레짐작하고 흐트러진 후반 추가시간, 러시아는 두 골을 더 몰아쳤다.
본선무대는 한순간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상대의 빈틈을 노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경기가 어떤 전개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만큼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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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행 기자 dh.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