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배우 손예진의 만남은 어쩌면 필연이 아니었을까? 누구나 '예쁜 누나'라는 단어에 손예진을 대입시키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예쁘다'는 단어에 대해 이렇게까지 많은 얘기를 하실 줄 몰랐어요. (웃음) 하지만 '예쁜'은 외형적인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한테 비치는 예쁜 사람이라는 걸 드라마를 보며 아셨을 거예요."
손예진은 2013년 드라마 '상어' 이후 무려 5년 만에 드라마를 통해 팬들을 만났다. 손예진은 "대중과 같이 호흡하는 게 5년 만이다 보니 까마득하고 기억도 잘 안 났다"며 "시청자분들께서 저를 윤진아로 봐주셨던 것 같아서 재밌었고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축복'이라고 거듭 표현했다.
"제가 이제 30대 중후반인데 제 나이대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인 것 같아요. 성격이나 가족, 직장이 달라도 결혼하지 않은 30대 중후반의 여성이 갖는 공감대라는 게 있거든요. 그래서 더 역할에 빠질 수 있었고, 찍으면서도 엄청난 감정을 만들어서 연기하는 게 아니었어요. 비현실적인 감정, 우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볼 수 있고 겪어볼 수 있는 이야기였어요. 이 시점에 이 드라마를 만난 건 축복이죠."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뜨거웠던 인기만큼이나 부족한 점을 따갑게 지적받았다. 가령 진아의 캐릭터 붕괴나 성추행 고발 사건의 답답한 해결 등이다. 손예진은 그런 점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보통 드라마에선 실패와 실수를 겪고 나면 빠르게 성숙하고 엄청나게 단단해지면서 끝이 나죠.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은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더 갈망하고 매체에서 보고 싶어 하는 거고요. 진아가 특별했던 건 여느 캐릭터와 다른 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순간에는 최선의 선택을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죠. 내 모습과 비슷한 것도 같았어요. 시청자가 원하는 캐릭터의 방향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매력 있었어요."
손예진은 덧붙여 설명했다. "진아의 실수는 어떻게 보면 현실적일 수 있어요. 보고 싶지 않은 우리의 치부일 수 있고요. 누구나 자신의 단점을 맞닥뜨리면 보기 싫잖아요. 너무 리얼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생각이 많아져서 싫을 때도 있고요. 진아라는 캐릭터가 한국 드라마의 여성 캐릭터로서는 많지 않았던 유형이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보기 싫었던 지점이 분명 있었지만, 저는 그게 또 좋았던 것 같아요."
데이트 폭력, 직장 내 성추행과 내부 고발자의 최후 등 사회적인 이슈를 적절히 녹여낸 것도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리얼리티를 살렸다. 극 중 진아가 좌천되고 결국 사표를 쓰는 지점에 대해서는 "미투 사건에 대해 감독님과 얘기했다. 오랫동안 법정 싸움을 하면 보통 피해자들이 주저앉는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가 굉장히 슬펐다"고 공감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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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