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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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③] 차지연 "언젠가는 '헤드윅' 같은 남자 역할 하고 싶다"

기사입력 2018.06.01 07:55 / 기사수정 2018.06.01 07:55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한국어 라이선스 개막 10주년을 맞았다. 차지연은 이번 시즌에 새롭게 합류했는데, 알고보니 일찌감치 인연이 있는 작품이었다.

“초연 때 오디션을 봤어요.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뮤지컬 배우의 꿈을 꾸기 전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세종문화회관에 내한한 적 있거든요. ‘라이온킹’에 출연하기 전에 돈이 없을 때여서 3층 끝에서 봤는데 잊지 못해요. 완전히 꽂혔죠. 그때는 그랭구와르에게 더 꽂혀서 프랑스어인 ‘대성당의 시대’를 콩글리시처럼 적어서 불렀어요.

오디션에서 ‘투 톨’(Too tall)이라는 인상적인 말을 들었어요. 다른 배우들과 비교해 너무 크다고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이해가 돼요. 너무 크면 안 되겠더라고요. (웃음) 10주년에 마지막 한을 풀게 해주고 믿고 맡겨줘 감사해요. 지금은 장지후, 박송권 배우도 있고 평균 신장이 올라가서 행복해요. 심지어 맨발로 하잖아요. 남자배우들이 좋아해 줘요.” 

6월 8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와 그를 사랑하는 세 남자를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과 삶의 의미를 고찰하는 프랑스 뮤지컬이다. 세계적인 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이 원작으로 1998년 프랑스 초연 이후 세계 1,20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누적 관객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차지연은 “오래 사랑받는 작품에는 이유가 있더라”며 고개를 끄떡였다. 

“연습을 해보니까 오히려 혼자 부르는 곡에서는 눈물이 나지 않더라고요. 1막에서 콰지모도가 제게 손을 내밀어서 잡았는데 흉하다는 걸 알고 가리는 모습이 마음 아파서 울었어요.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외모만 아닐 뿐이지 신분 등 불평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길게 사랑받고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이유가 있더라고요. 시원시원하게 연출됐지만 그 안에 섬세한 부분이 많아요. 너무 잘 짜여 있는 작품이에요.” 

차지연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매혹적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역을 맡았다. 정작 클로팽 역을 탐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집시들의 우두머리이자 에스메랄다의 보호자 같은 존재다.


“평소에도 괄괄하고 시원시원한 편이라 클로팽이 더 잘 어울렸을 것 같아요. 연출님이 넌 클로팽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는데 이방인 무리들의 리더인 클로팽이 탐나더라고요. 제가 클로팽의 몸짓을 하면 사람들이 워워워 해요. (웃음) 

제가 원래 성향이 그런 것 같아요. 남자 역할을 좋아해요.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잖아요. 변화나 변신을 하려고 해도 기회가 많지 않고 쉽지 않은 상황인데 설령 욕을 먹을지언정 시도하면서 사는 게 재밌더라고요. 남자 역할은 아니었지만 ‘광화문연가’(혼성 더블캐스팅)도 그렇게 시도했고요.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요. 그러면 저와 비슷한 배우의 길을 걷는 분들이나 신인들에게 조금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해요.” 

차지연은 2006년 뮤지컬 '라이온 킹'으로 데뷔, ‘드림걸즈’, ‘몬테크리스토’, ‘서편제’, ‘아이다’, ‘카르멘’, ‘마리 앙투아네트’, ‘레베카’, ‘위키드’, ‘마타하리’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캐릭터를 묻자 이 또한 ‘남자 역할’이라고 답했다. ‘헤드윅’이 그 예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럽다는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재밌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함부로 도전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남자 역할인 것 같아요. 너무 하고 싶지만 함부로 도전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별에서 나오는 매력적인 부분은 내가 커버할 수 없고 조심스러운 부분이기 때문에 하고 싶다고 해서 함부로 선택하면 혼나죠. 기회가 온다고 해도 아주 지혜롭게 잘 선택해야 할 것 같아요.

‘헤드윅’은 정말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요즘 조심스러워진 것이 남자로 태어난 사람의 이야기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과정까지는 여자는 생각하지 못해요. 아예 다른 장르, 부분이고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상황인데 내가 그 어마무시한 과정을 감히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 들면서 갑자기 겁이 났어요. 혼자서. 아무도 시켜준다고 한 게 아닌데. 하하.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서예진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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