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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주간 리포트]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기사입력 2009.04.21 13:36 / 기사수정 2009.04.21 13:36

박종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종규 기자]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프로야구, 팬들에게는 삶 속의 활력소가 된다.

해마다 그렇듯 올 시즌도 4월의 프로야구는 혼전 양상을 띠고 있어 팬들의 흥미를 끈다. 지난주에는 나란히 하위권을 형성하던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가 모처럼 힘을 냈다.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승부의 주역들이다.

공수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고생했던 KIA는 최희섭을 중심으로 타선이 살아나 4승 2패를 기록했다. 롯데도 주말 히어로즈전에서 타선이 대폭발하며 지난해의 모습을 되찾았고, 문학구장만 가면 힘을 내는 LG도 상승기류를 탔다.

저력의 SK 와이번스는 'LG에 뺨 맞고(1무 2패), 한화에 화풀이(3연승)'하며 선두를 유지했고, 채태인의 복귀와 함께 박석민의 회복이라는 반사이익을 얻은 삼성 라이온즈도 선전했다. '리딩히터' 황재균이 이끄는 히어로즈 역시 이현승의 완벽투가 더해져 상위권에 머물렀다.

반면 타자들이 힘을 잃은 두산 베어스는 1승 4패로 부진했고, 선발진이 붕괴된 한화 이글스는 4연패에 빠지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팀 평균자책점이 치솟은(5.97로 최하위) 한화는 중간계투진이 벌써 지친 기색을 보여 거포군단의 위용(팀 홈런 2위)도 소용없게 됐다.

막강 선발진의 KIA, 드디어 떠오르다

21일 현재 8개 구단 중 유일한 2점대 평균자책점(2.64)을 기록하고 있는 KIA는 지난주에도 선발투수들이 호투 행진을 이어갔다. 18일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5경기의 선발투수들은 5이닝 이상에 2자책점 이하로 제 몫을 다했다.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온 것도 3차례.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약한 타선은 드디어 힘을 내기 시작했다. 주중 3연전까지만 해도 불안했으나, 17일 LG전에서 14득점으로 폭발한 것. 19일 경기에서도 9점을 뽑아 투수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4번 타순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던 최희섭의 상승세가 인상적이다. 지난주 6연전에서 23타수 10안타(0.435)로 체면을 세웠고, 특히 19일 LG전에서 2홈런을 쏘아 올려 타선 회복의 상징이 됐다. 팀 내 타점 공동 1위(9개)를 달리고 있는 고졸신인 안치홍의 맹활약도 선배들에게 자극이 되고 있다.

프로야구를 눈으로 보려면 무조건 야구장으로?

올 것이 왔다. 시즌 개막 전부터 골칫덩이였던 TV 중계권 문제가 파국으로 치달았다. 이에 따라 18일과 19일에 벌어진 경기가 스포츠 채널의 전파를 타지 못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KBO로부터 중계권 협상을 위임받은 에이클라와 스포츠 방송사 사이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권력과 경제 논리가 개입된 프로야구는 상업적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애꿎은 팬들만 안방에 앉은 채로 당한 꼴이 됐다.

역설적이게도, 550만 관중 돌파는 TV 중계방송이 동반되어야 가능하다. TV 중계를 통해 관심을 집중시켜야 야구장으로 직접 찾아오는 팬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야구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를 소망한다.

MOMENT of the WEEK

프로야구에서 1-0 승부란 투수전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천신만고 끝에 한점을 얻어 지키려는 팀과, 코앞에 보이는 역전을 잡으려는 팀의 피 말리는 싸움. 관중마저 숨죽이고 지켜보게 되는 그 '희귀한' 경기는 지난주에 두 차례나 연출됐다.

15일 사직에서 벌어진 롯데-KIA전에서는 9회말 강민호의 끝내기 안타로 롯데가 웃었다. 다음날 잠실에서 벌어진 히어로즈-두산전에서도 전광판에 1-0이라는 숫자가 새겨졌는데, 그 1점이 나온 과정이 '예술' 이었다.

선발투수로 나선 히어로즈 마일영과 두산 김상현은 경기 중반까지 이렇다 할 고비 없이 0의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7회초, 무사 1,2루의 기회를 잡은 히어로즈는 강정호가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으나 2루 주자가 3루에서 아웃되며 또 기회가 무산되는가 싶었다.

속이 타는 김시진 감독은 계속된 1사 1,2루 상황에서 이숭용을 대타로 내세웠다. 이숭용은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낮은 공을 빗 맞췄는데 이 타구가 묘한 궤적을 그렸다. 2루수 쪽으로 약간 뜬 타구가 체공시간이 짧아 인필드 플라이 선언이 되지 않은 것이다.

영리한 두산 2루수 고영민은 타구를 바로 잡지 않고 숏바운드로 처리해 1루로 송구, 타자 주자를 아웃시켰다. 그 다음으로 1루와 2루 사이에서 멈춰선 1루 주자 강정호를 잡아내려 했다. 그런데 여기서 강정호와 두산 내야진 간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시작됐다.

이숭용을 아웃시킨 공이 유격수-1루수-유격수로 송구될 때까지 강정호는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마지막으로 유격수 손시헌이 강정호를 따라잡아 태그를 시도했으나, 강정호가 순간적으로 엎드리며 태그를 피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결국, 좌익수 김현수가 2루 베이스 앞에서 강정호를 아웃시켰지만, 그 직전에 2루주자 송지만이 홈을 먼저 밟아 득점이 인정된 채로 이닝이 종료됐다.

히어로즈는 보내기 번트 실패를 만회하려는 강정호의 투지,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홈으로 향한 2루주자 송지만 덕분에 귀중한 결승점을 얻었다. 반면, 두산은 머리를 써서 쉽게 더블플레이로 연결하려다 작은 실수를 저지른 것이 패배의 원인이 됐다. 두 경기 연속으로 피 말리던 승부는 이렇듯 짧은 순간이 결과를 좌우했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야구. 그만큼 '생각하면서 보는 스포츠' 의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야구는 항상 새롭다.


* 이 글은 위클리엑츠 3호에 실린 글 입니다.



박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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