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장난 나랑 지금 하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개그맨 이세진. 그에게 이병헌은 인생의 은인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가 처음 이병헌의 대사를 개그 소재로 사용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바로 선배 안소미의 한마디였다. 영화 '내부자들'을 본 안소미가 이세진에게 "너 하관 배우 이병헌 닮았어"라며 "한 번 이병헌 캐릭터로 개그 짜봐"라고 제안했던 것.
"사실 닮았다고 이야기를 들을 때나, 할 때마다 이병헌 선배님께는 죄송해요. 그래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영화를 봤죠.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 그 대사가 계속 생각나더라구요. 방송국에 코너를 검사 받으러 가는 길에 말을 바꿔서 하니까 재미있네라고 생각하며 '이런 귀한 곳에 누추한 분이 오셨네', '장난 나랑 지금 하냐' 이런 말들이 떠올랐어요. 이병원은 주차장에서 연습실까지 200m 걸어가는 길에 탄생한 캐릭터에요."
이병원 캐릭터의 선풍적인 인기는 당시 화제성이 떨어졌던 '개콘'을 살렸다는 말까지 들었다. 인기에 힘입어 이세진은 실제로 이병헌과 광고를 찌긱도 했다. 아직까지도 그에게는 가장 영광스런 기억이다.
"사실 허락도 안 받고 개그를 짠 거라 기분 나빠하실 거라 생걱해서 겁이 났어요. CF 촬영장에 도착하자마자 인사드리러 갔는데. '안녕하세요. 허락도 없이 캐릭터 도용해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인사했더니 '무슨 말씀이시냐. 너무 잘 보고있다. 내가 이병원의 팬이고, 영광이다. 오늘도 잘 부탁드린다' 이렇게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정말 대인배는 역시 대인배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로도 이세진은 이병헌이 나오는 작품은 모두 챙겨보며 팬심을 이어가고 있다.
'이병원' 캐릭터의 히트 이후 새 코너들에서 이세진은 돋보이기보다 다른 사람의 개그를 돋보이게 해주는 인물을 연기해왔다. '대화가 필요해 1987'에서 신봉선을 짝사랑하는 서울 남자 세진이나, '대행알바'의 손님 역할 등이다. 그는 이런 받쳐주는 캐릭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 '개콘'에 와서 세진수산의 래퍼를 하기 전까지, 타프로그램에서 개그를 할 때는 늘 받쳐주는 역할만 했어요. 지나가는 엑스트라 역할이 대부분이었죠.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웃기는 것보다 받쳐주는 역이 더 어렵다고 이야기해요. 그리고 내가 웃기는 것보다 코너가 잘 되서 웃기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런 이세진이 다시 한 번 야심차게 준비한 캐릭터는 바로 DJ '믹세진'이다. 모든 것을 섞어버리는 인물로 '봉숭아학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고보면 그는 말장난 특화 개그맨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언어를 섞고, 엉뚱한데 붙여서 웃음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
"이런 말장난 개그를 '아재개그'라고 하죠. 사실 일상에서는 잘 시도 안하는 개그에요. 그런데 이를 공개 코미디로 옮겨 오면서 포장을 조금 더 고급스럽게 하면 세련된 개그가 되더라구요. 힙합이나 DJ처럼 캐릭터를 입히면 더 재미있어 져요."
이렇게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전성기의 '개그콘서트'와 비교하면 현재의 '개그콘서트'는 늘 위기라는 말을 듣고 산다. 게다가 지상파 3사 모두가 대표 개그프로그램을 갖고 있던 코미디프로그램 전성기를 지나, 이제는 '개콘'만이 그 맥을 유지하고 있다.
"시청륟이 많이 떨어졌는데 그런 것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고 다들 열심히 하려고해요. 위기라는 건 인지하고 있죠. 그래도 거기에 위축되면 자신감도 없어질 것 같아서, 내부적으로는 신경 안쓰고 더 재미있는 걸 짜려고 노력해요. 더 밝은 에너지로 으쌰으쌰 해야죠."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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