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30 19:55 / 기사수정 2009.03.30 19:55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아마야구는 프로야구를 먹여 살리는 젖줄 같은 곳이다. 황금사자기, 대통령배 등 이름있는 전국 대회에서 대활약하는 이들이 결국은 프로에서 슈퍼스타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도 각 프로구단 스카우터들이 각 학교를 전전하면서 ‘진흙 속의 진주’를 찾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에 현장의 지도자들은 좋은 선수들을 끊임없이 배출하여 프로구단으로 보내고자 하는 노력을 한다. 그리고 이는 곧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결승 진출이라는 걸출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또한 청소년 세계야구선수권 대회에서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당대의 야구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우승하는 등 결코 녹록치 않은 모습을 과시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얻은 ‘헝그리 정신’의 결과
이렇게 한국야구는 프로와 아마를 가리지 않고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 선진국’에 위치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잔디 구장 하나가 아쉬운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어떻게 이러한 성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현장의 지도자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4계절 내내 야구하는 고등학생은 전 세계에 걸쳐 대한민국밖에 없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죽자 살자 야구하는 어린 친구들의 투지와 국내 지도자들의 두뇌와 합쳐진 결과가 국제무대의 선전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현장의 이야기다.
다시 말하자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얻은 ‘헝그리 정신’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인프라’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배제한 채 그러한 ‘투지’와 ‘근성’의 문제로 아마야구가 성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한 고교야구 코치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보면, 국내 지도자들이 야구 잘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요?” 라는 우스겟소리를 하기도 한다.
왜 학생야구의 위기를 이야기하는가?
즉, 현재까지도 학생야구의 위기를 이야기 하는 것도 인프라 구축과 같은 아마야구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이를 그대로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 문제, 선수 교육 문제, 인성 문제 등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이제까지 방치하고 있었던 것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운동만 하다 보니 인간이 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야구선수들의 장래 문제다. 야구만 하다 보니 프로무대나 대학무대에 서지 못한 선수들이 한 순간 야구를 포기하게 될 경우 ‘갈 곳이 없어지게 된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인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학생야구의 도태는 시간 문제다. 그리고 이는 곧 프로야구의 쇠퇴로 이어진다.
이에 본 고는 기자가 직접 학생야구의 현장을 다니며 겪었던 ‘실태’를 바탕으로 학생야구에 대한 총체적인 이야기를 꺼내고자 한다.
제 1편 : 야구장이 없어? 그럼 우리는?
2. 한 학부형의 통곡 : 우리 아이가 야구하는 기계가 됐어요
3. 성적 지상주의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이유
4. 공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이유
학생야구의 애로사항 1 : 야구장이 없어요
현재 고교/대학팀을 비롯한 아마야구 선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구장은 서울 목동구장을 비롯한 신월구장이다. 그나마 목동구장은 프로야구 히어로즈 구단이 정규시즌 내내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전국대회 규모를 프로야구 시즌 중에 치르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신월구장에서 하면 되지 않는가’ 라고 이야기하면 간단할 수 있으나, 신월구장은 전국대회 규모를 치를 만큼 큰 구장이 아니다. 그만큼 ‘아마야구의 메카’로 불렸던 동대문야구장이 없어진 것은 ‘플레이를 할 곳이 없다’는 점에서 학생야구에 큰 타격으로 다가온 셈이다.
그렇다면 서울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수원, 부산, 대전, 광주 등지에서 전국대회를 열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반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 야구협회장들은 ‘재정규모가 적은 지방에서 전국대회를 개최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대회를 진행함에 따른 제반 비용을 모두 해당 지방 야구협회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규모가 가장 큰 서울에서 대부분의 전국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로 인하여 동대문야구장의 대체 구장으로 지어 질 고척동 야구장이나 난지 야구장 등도 모두 학생 야구와 사회인 야구를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두 구장이 지어지면 아마야구에 대한 인프라 구축도 모두 끝난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자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또 간단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과연 저 두 구장이 언제 완공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돔 구장 건설 문제도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과연 학생야구를 모토로 한 야구장 문제가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단호하게 ‘아니다’라는 것이다.
더 아쉬운 것은 대한야구협회를 중심으로 한 ‘아마야구장 건설 문제’가 지속적으로 탁상공론에 치우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년간 사업계획을 세울 때마다 대한야구협회는 여전히 목동 구장과 신월 구장에 의존한 전국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야구장 문제는 대한야구협회에서 각성하고 예정대로 구장 건설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면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야구장 문제와는 별도로 선수들이 연습할 수 있는 운동장 역시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잔디구장에서 연습하는 것은 ‘꿈’에 불과할 뿐, 대부분 학생들은 모두 맨땅에 서서 미트질을 하고 수비 연습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운동장’ 존재 유무도 학교별로 사정이 크게 다르다. 동문회 지원이 좋은 학교의 경우 아쉽게나마 그러한 운동장을 연습장으로 갖추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는 아예 연습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연습할 수 있는 운동장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한 선수의 이야기가 심상치 않게 들려오는 것도 이러한 ‘인프라’문제의 일환이 아닐까.
-제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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