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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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WBC] 귀신같은 김인식 감독, 처음부터 베네수엘라 겨냥?

기사입력 2009.03.20 15:01 / 기사수정 2009.03.20 15:01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주력선수들은 거의 안 나왔다. 특히, 승리로 향하는 '필승계투조'는 단 한 명도 안 썼다. 오히려 가능성 있는 투수들을 시험하는 대담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여우보다 더한 국민감독'으로 이름난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다.

순위 결정전이기는 했지만, 사실상 2라운드 마지막 경기는 의미 없는 게임이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나 베네수엘라를 만나는 4강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김인식 감독은 '골치 아픈' 한일전 네 번째 경기 선발 투수로 장원삼 카드를 꺼내는 모험을 단행했다.

장원삼의 국가대표 선발 등판은 전혀 어색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지난 올림픽에서도 네덜란드전을 앞두고 이렇다 할 선발 투수가 눈에 띄지 않자 당시 김경문 감독은 장원삼을 과감하게 선발로 등판시켰던 전례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전 선발 등판은 다소 위험한 선택이었다. 난타를 당할 경우 뜻하지 않게 아껴두기로 했던 투수들을 소모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장원삼은 3이닝 동안 1자책점만을 허용(2실점 중 1점은 야수 실책)하면서 계투진 운용에 숨을 틔워주었다. 이는 애리조나 캠프에서 컨디션이 상승했던 장원삼의 상태를 면밀히 살핀 결과이기도 했다.

이어 던진 이승호는 노련함으로 일본 타선을 1과 2/3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으며, '필승 계투조'에 합류에 합격점을 받았다. 김광현이 주춤한 사이 노련한 이승호를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던 셈이다.

처음부터 베네수엘라를 겨냥?

20일 경기에서 등판한 투수들은 장원삼, 이승호, 이재우, 오승환, 김광현, 임태훈이었다. 이들 모두 대부분 '승리와는 무관한 경기'에 등판했던 투수들이었다. 2-2 동점상황에서도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이 주춤하자 곧바로 김광현을 투입시켰다. 그 누구보다도 김광현의 슬라이더가 일본 타자들에게 간파당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도 굳이 그를 등판시킨 것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김광현은 슬라이더로 다시 한 번 오가사와라에게 결승타점을 허용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김인식 감독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1라운드 일본전에서 2-14로 패했을 때처럼, 후반부에 경기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바로 베네수엘라를 겨냥했음을 의미한다. 베네수엘라를 만나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인가? 하루 휴식 후 4강, 또 다시 하루 휴식 후 결승을 치를 수 있다는 계산이 앞섰음을 말한다.

만약에 국가대표팀이 일본에 신승했을 경우 이틀 뒤인 23일에 미국과 만난다.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휴식 없이 바로 다음 날 24일에 결승전을 소화해야 한다. 다소 체력적인 부담이 올 수밖에 없다. 김인식 감독이 노렸던 것도 바로 이 점이었다.

또한 미국을 만났을 때 감수해야 하는 '홈 어드벤티지'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이미 지난 1회 WBC에서 미국은 일본을 상대로 '어이없는 오심'으로 아주 쉽게(?) 1승을 거두었던 전례가 있었다. 물론 주심이 전원 메이저리그 심판이기는 하지만, 자신들의 조국에 유리한 판정을 내릴 수 있음은 전혀 부인할 수 없다.

여기까지 생각해 본다면, 미국을 피해간 것은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다.

순위결정전에서 주력멤버들을 쉬게 했던 김인식 대표팀 감독. 그의 귀신같은 용병술이 과연 4강전에서 어떻게 빛을 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C) = MLB/WBC 공식 홈페이지 캡쳐]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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