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18 22:14 / 기사수정 2009.03.18 22:14
[엑스포츠뉴스=권기훈 기자] 유럽 축구를 볼 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선수들의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이다. 특히,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 파울로 말디니, 필리포 인자기, 하비에르 사네티 등, 30이 훨씬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활약을 보여줄 때, 우리는 이런 말을 곧잘 사용하면서 위대한 선수들을 칭찬한다.
하지만, 과연 이런 선수들의 '클래스'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영원할까?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아쉽게도 ‘아니오’라는 대답이 옳다. 위에도 나열한 델 피에로, 말디니 등의 선수는 그저 '일부분'뿐이라는 것이다. 클래스를 따질 수 없을 만큼 몸 관리에 철저하고, 엄청나게 노력해왔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클래스'를 극복하고 위대해 진 것이다.
유럽 축구 선수들을 조금만 살펴보면,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가,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소리 소문 없이 묻히는 선수들이 한 시즌에도 여러 명씩 나온다. 가장 최근에 자신의 클래스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선수는 바로, 밀란의 안드리 솁첸코이다.
솁첸코는 밀란에서 뛴 7시즌 동안 208경기 127골을 득점하고, 2004년에는 유럽 최고의 상인 발롱도흐까지 수상하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로 등극하였다. 하지만, 그는 2006년, 첼시로 이적하자마자 최악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고. 이 모습은 밀란으로 돌아온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어, 이번 시즌 밀란에서 셉첸코는 리그에서 1골도 득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클래스는 영원하지 않다.'라는 것을 증명한 선수는 수도 없이 많다.
데포르티보에서 뛴 6시즌 동안 177경기 87골을 득점하면서 스페인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유럽 최고의 원톱으로 추앙받던 디에고 트리스탄은 2002년 월드컵 훈련 중, 부상을 당하였고, 그대로 끝이었다. 이후 이적한 마요르카, 리보르노 등에서도 역시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클래스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였다.
가이즈카 멘디에타도 비슷한 유형이다. 발렌시아에서 9시즌 동안 뛰면서 팀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두 번 올려놓고, 99/00, 00/01시즌 연속으로 UEFA 최우수 미드필더로 선정될 만큼 엄청난 활약을 보였던 멘디에타는 당시 역대 5위에 기록하는 4천8백만 유로로 라치오로 이적하였다. 하지만, 그도 여기서 끝이었다. 베론, 네드베드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린 그는, 라치오에서 극악의 부진을 보인 끝에, 바르셀로나, 미들스브로를 거친 후, 현재는 결국 무적신분으로 남아있다.
어느새 선수들을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가 되어버린 '클래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났던 선수라고 해도, 자신의 클래스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일은 정말로 어렵다. 아니, 대부분의 선수가 자신의 클래스를 유지하지 못한다. 강하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폼을 끝까지 유지하고 살아남았기 때문에 강하다는 것이다.
과연, 현재 가장 잘 나간다는 메시, 카카, 호날두 등의 선수가 앞으로 10년 후에도 지금의 폼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클래스가 영원함을 증명할 수 있을지, 궁금한 일이다.
[사진=클래스는 영원하지 않다는걸 보여주는 셰브첸코(C)밀란 공식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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