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혁명 속에 피어난 운명적인 사랑. ‘닥터 지바고’가 감동을 주는 지점이다. 자칫 불륜으로 보일 수 있는 관계지만, 혼돈과 고난의 시대를 사는 지바고와 라라의 애절한 모습은 섬세한 심리 묘사 속에 숭고한 사랑으로 비친다.
원작의 이러한 감동을 구현하고자, 뮤지컬 ‘닥터 지바고’가 6년 만에 돌아왔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20세기 초반 러시아 혁명의 격변기를 살아간 의사이자 시인인 유리 지바고와 매력적이고 강인한 여성 라라 안티포바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그려낸다.
195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장편소설이 원작이다. 1965년에는 영화로 제작돼 오마 샤리프, 줄리 크리스티, 제랄딘 채플린, 로드 슈타이거 등이 열연했다. 고전 명작으로 꼽힌다. 뮤지컬로는 2011년 호주 공연, 2012년 한국 초연했다. 2015년에는 브로드웨이에서도 선보였다.
뛰어난 원작의 존재는 양날의 검이다. 원작 덕분에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장점이 있지만 비교는 꽤 부담이다. 원작의 탄탄한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하면서도 차별화를 줘야 한다. 더구나 공연 장르의 특성상 원작 소설의 상상력과 정서의 깊이, 또 영화의 시각적 효과를 구현하기란 쉽지 않다.
뮤지컬 ‘닥터 지바고’는 이런 한계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 물론 소설이나 영화를 이미 접해 이야기의 흐름을 아는 관객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터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에게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건이 각기 따로 노는 인상을 남긴다.
거대한 대서사시를 빠른 전개 속에 압축했다. 장면 각각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 없지만 설명이 빈약해 그 장면들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중심적인 에피소드만 가져오다 보니 핵심인 지바고와 라라가 사랑에 빠지기까지의 감정이 촘촘하게 전개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두 주인공의 '운명적인 사랑'에도 공감하기 어렵게 된다. ‘닥터 지바고’가 지닌 광범위한 내용과 서사시적인 전개, 철학적인 대화, 미묘한 심리묘사의 힘이 무대에서는 온전하게 발휘되지 못한 느낌이다.
서정적인 넘버들은 지바고와 라라의 감정을 풀어내는데 도움을 준다. 킬링 넘버가 부재한 점은 아쉽지만 극에 어울리는 애절한 넘버가 주를 이룬다. 무대는 최소한의 장치와 LED 영상으로 이뤄졌다. 다소 평면적으로 다가오긴 하나 침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살렸다.
배우들의 열연으로 몰입을 높이고, 서정적인 넘버와 무대 모두 무난한 작품이다. 그러나 그 무난함을 넘는 특별함이 부재한 점은 2% 아쉽다.
5월7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170분. 만 7세 이상.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오디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