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tvN '막돼먹은 영애씨'에는 독특하지 않은 캐릭터가 없다. 다들 개성이 강하고 입체적이다. 반대로 말하면 예쁘고 멋있기만 한 역할은 없다. 다 망가진다.
배우 손수현이 '막영애16'에 출연한다고 들었을 때 놀랐다. 무슨 역할일지 궁금했다. 길었던 머리를 싹둑 자르고 나타난 그는 '다, 나, 까'로 끝나는 말투를 쓰며 성인 만화가 이규한을 존경하는 '수발이'로 분했다. 손수현의 변신은 적중했다. 많은 사람이 청순함을 버린 손수현을 환영했다.
"수발이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모니터링을 하면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요. 말투가 특히 그랬어요.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사실 일상적으로 쓰는 말투는 아니잖아요. 특히 방송 전에는 모니터링을 할 수도 없으니 계속 스스로 의심하게 됐어요. 그게 많이 아쉬웠어요."
헤어스타일을 바꾼 건 작품 때문은 아니었다. 자신도 긴 머리의 이미지에 갇히는 기분이 들어 결심한 일인데 다행히 역할과도 잘 맞았다.
손수현은 "마지막까지 수발이가 저인지 모르는 분들도 있더라. 그런 걸 보며 긴 머리가 아닌 나를 상상하지 못했구나. 내가 이미지든 연기든 다양하게 보여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악을 전공하던 손수현은 잠깐 아르바이트로 쇼핑몰 모델을 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그러다 대성의 '우타우타이노발라드' 뮤직비디오를 통해 본격적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그래서인지 준비되지 않은 연기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쇼핑몰 모델을 하면서 생긴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오게 되더라고요. 그 이미지 덕에 우연히 주목을 받았지만, 충족시키기에는 제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당연한 결과죠. 정말 고민이 없었어요. 처음엔 말할 줄 알고 웃을 줄 알고 울 줄 아는데 뭐가 어려울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아무 고민도 없었던 게 부족함으로 돌아왔어요. 시행착오가 많았죠. 제가 나온 작품을 봤을 때 너무 부끄러웠어요."
손수현은 "많이 반성했다. 지금은 더 잘하고 싶다. 사명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에게 '막영애16'은 좋은 선택이었다. 지금까지 그를 지겹게 따라다닌 꼬리표가 '막영애16' 수발이 덕에 희미해졌다. 연기 잘한다는 칭찬도 곳곳에 보인다.
"삶의 방식과 연기가 동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앞으로 배우 인생의 방향을 설정한 손수현. "그 과정에서 포기도 하고 타협도 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계속 스스로 의심하고 질문하고 부끄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성숙해질 손수현의 연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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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