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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천화' 이일화 "어떤 역할이든 귀하지 않은 것 없어"

기사입력 2018.02.16 10:35 / 기사수정 2018.02.16 10:31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는 배우 이일화의 진짜 얼굴을 마주했다. "변신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라면 언제든 도전할 것"이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그의 바람이다.

이일화는 지난 달 25일 개봉한 영화 '천화'(감독 민병국)에서 오래 전부터 제주도에 정착해 살아가지만 주변에 그녀의 과거를 아는 이가 전혀 없는 미스터리한 여인 윤정을 연기했다. 이일화에게는 1991년 SBS 2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 이후 23년 만에 나선 스크린에서의 첫 주연작이다.

영화는 치매노인의 인생을 바라보는 한 여인과 그녀의 곁에 선 한 남자의 관계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며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천화' 개봉 후 만난 이일화는 영화에 출연하기까지의 과정을 전하며 "제가 SBS 공채 2기 출신이거든요. 그리고 '천화'에 함께 출연한, 제가 정말 좋아하는 후배 정나온 씨가 공채 5기예요. 나온 씨가 어느 날 시나리오를 받았다고 읽어 봐달라고 했는데 수현(이혜정 분) 역할이 너무나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래서 나온 씨에게 감독님께 말씀드려 달라고 했고, 그렇게 인연이 됐어요. 감독님이 수현 역은 캐스팅이 돼있다고 해서 아쉽다고 했는데, 다음 날 연락이 와서 윤정 역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셔셔 출연하게 됐죠"라고 설명했다.


시나리오 상에서는 20대 후반이었던 윤정의 연령대는 이일화가 캐스팅되며 30대 후반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렇게 '천화'와 함께 하게 됐고, 영화 속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노출신 등 촬영을 앞두고 고민이 생기는 지점에 대해서는 민병국 감독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접점을 찾아갔다.

"고민되는 지점은 분명히 있었죠. 감독님과 많이 의논했어요. 두려움도 있었고, 또 (노출신을 촬영하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이기도 하잖아요. 제가 배우라기보다는, 아이 엄마라는 게 먼저 생각나더라고요. 부모님 걱정도 됐고요. 하지만 배우로서 조금 더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앞뒤 상황들의 연결을 생각하면서 연기하려고 했죠. 결과적으로는, 배우의 아름다움을 드러내주는 영화의 성향과도 맞아서 스크린에도 잘 담겼다고 생각해요."

"23년 만에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라고 떠올리며 웃음 지은 이일화는 "연기를 시작한지가 27~28년이 됐더라고요. 처음에는 경제적인 부분이라든지, 그런 이유로 연기 활동을 이어가게 된 것도 분명 있어요. 그렇지만 연기를 하면서 정말 살아있는 느낌, 행복감을 많이 느꼈거든요. '연기 없이는 못 살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어떤 역할이든 변신을 보여줄 수 있다면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라는 의지를 함께 내보였다.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던 이일화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말을 전하며 눈물을 보였다. 28년의 연기 인생에서 화려한 주인공을 거쳤고, 또 자연스럽게 지나오는 세월 속에 이제는 누군가의 엄마이자 조력자로 방향을 옮겨오게 된 시간의 흐름을 스스로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일화는 "어떤 역이든 제게 주어진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제가 이 역할을 연기하면서 작품에 작은 힘이나마 전해보자는 마음이었죠. 이일화라는 배우가 이 역할을 연기해서, 캐릭터와 작품을 빛나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임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을 이었다.


"'천화'를 찍기 전에도 그렇고, 정말 연기에 대한 저의 열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배우는 선택돼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저는 정말 연기를 많이 하고 싶거든요. 좋은 역할과 주인공, 물론 그것도 목표이긴 하죠. '응답하라' 시리즈나 최근 출연했던 드라마 '마녀의 법정'처럼, 계속 변화되는 캐릭터를 연기하려고 하고 있어요. 지금 출연 중인 '밥상 차리는 남자'에서는 욕을 듣기도 하지만 다른 느낌과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죠.(웃음) '천화'도 마찬가지였어요. 지금은, 현장에 가서 제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에서 너무나 큰 행복을 느끼고 있죠."

엄마 역할 역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도 덧붙이며 "엄마가 아닌 역할을 찾다 보면 1년에 한 작품을 할 수 있을까 말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조심스레 운을 똈다.

"저는 엄마 연기를 할 때 가장 제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사실 연기를 정말 하고 싶은데, 엄마 역할을 하지 않으면 이모나 고모 이런 역할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역할조차도 없을 때가 많고요. 제가 어렸을 때 물론 주인공도 해본 적이 있지만, 제가 아니어도 주인공을 할 배우들은 너무나 많잖아요. 그리고 분명 이일화라는 배우를 주인공으로 선택하려면 많은 분들이 두려움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제게 엄마 역할이 들어온다고 해도, 저는 감사한 마음으로 할 수 있어요."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엄격하게 스스로를 바라본다고 말한 이일화는 "그래서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볼 때 부끄럽고 속상한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 연기가 잘 됐으면 정말 행복하고, 또 자세히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끄집어내보려고 하죠. 그래야 좀 더 변화할 수 있을테니까요"라고 전하며 "어떤 역할이든 귀하지 않은 것은 없어요. 역할이 크든 작든, 제게 배우로서 주어진 것에 대해서는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싶어요"라고 강조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토브컴퍼니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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