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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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참패! 12번째 선수들도 함께 울었다

기사입력 2005.05.07 18:29 / 기사수정 2005.05.07 18:29

김용석 기자

5월 5일 열렸던 하우젠컵 전북과의 경기에서 서울은 4:0이라는 엄청난 스코어로 지고 말았다. 전북으로서는 그 동안 침체돼있던 팀 분위기를 쇄신하고 정규리그를 대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지만, 서울로서는 조금씩 좋아졌던 수비 불안 문제가 또 다시 도지면서 컵대회 우승이 물거품 됐음은 물론, 정규리그의 성적까지 장담할 수 없게 돼버렸다. 

FC서울의 12번째 선수라고 불리는 ‘수호신’ 서포터는 시종 밝은 모습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박주영 선수의 드라마틱한 연속 결승골과 팀의 연승행진으로 컵대회 우승까지 노려 볼만했기 때문이다. 전북과 경기를 갖기전 1위를 달리고 있는 수원과 승점차이가 불과 4점 차이, 남은 2경기를 전부 이긴다면 컵대회 우승도 가능하다는 계산이었다.

한 서울 써포터는 “전북이 사실상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만큼 상승세를 타고 있는 FC서울이 충분히 해볼 만하다”며 이번 경기의 승리를 확신했다.


AM 9 : 00 승리를 향해 출발~


아침 8시부터 모이기 시작한 붉은무리들


일본 방송국의 북일전 무관중 경기에 대한 취재 세례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 집결한 이들의 수는 무려 150명. 버스 4대가 동원될 정도의 숫자였다.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에도 불구, 이번 장거리 원정에 엄청난 수가 집결된 것은 팀의 상승세와도 무관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이날 이들을 취재하기 위한 일본 방송국의 인터뷰 공세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일본과 북한의 無관중 중립경기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일본 취재진의 질문에 몇몇 서포터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개하는가 하면, 몇몇은 “서울 유니폼을 입고 공식적인 인터뷰를 하면 개인이 아닌 서울 서포터의 의견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하는 등의 냉담한 반응을 보여 일본 취재진을 진땀 빼도록 만들었다. 결국 일본 취재진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자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에서 전주월드컵경기장까지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4시간 가량. 이들은 이동과정 중에 특별한 시간을 가졌는데, 바로 이날 장거리 원정에 동참한 어린이들을 위해 깜짝 파티를 마련한 것. 상품권과 축하노래를 선물 받은 어린이들의 얼굴에서 시종 웃음이 떠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어린이날에 열린 경기의 특성상 이런 식의 이벤트를 준비함으로 인해 이들이 추구하는 ‘클린썹팅’의 모토가 행동으로 실천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조촐한 행사도 벌어지기도...

PM 2 : 00 서울의 승리를 위하여


전주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한 이들은 서둘러 대열을 가다듬고 경기장에 입장, 걸게 설치 작업 등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 또 다시 서울 서포터에 대한 여러 방송국의 취재가 시작됐다. 한국의 공중파 방송국 취재진은 물론, 일본의 방송국까지 합세된 취재진은 박주영 선수의 연속골 행진과 서울의 연승행진에 대한 질문, 그리고 북한, 일본 無관중 경기에 대한 견해 등 여러 가지를 묻는 모습을 보였다. 

줄을 서시오~ 전주경기장에 입장하기 위해 대열을 맞추는 서울 서포터
 



경기장 안에서도 서울 서포터는 각종 인터뷰 세레를 받았다


걸게 작업을 하고 있는 서울서포터의 모습


PM 3 : 00 경기는 시작되고


경기내용은 서울의 완패. 많은 것을 준비해왔던 서울서포터와는 달리 서울선수들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 스코어는 4:0으로 끝났지만 경기 내용상 점수 차가 더 크게 벌어질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서울의 영웅 박주영 선수는 전북의 2중 수비에 꽁꽁 묶였으며, 서울 공격의 핵 히칼도 선수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체 후반 교체됐다.

교체돼 나온 이민성 선수는 발바닥이 보일 정도의 살인적인 테클을 선보여 전북의 관중들에게 야유를 받았으며, 이원식 선수는 넘어져있는 전북 선수를 밟아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날 FC서울의 전력은 공격부터 수비, 골키퍼까지 전 포지션이 구멍 투성이었던 셈이다. 




양 팀 선수들은 경기 시작전 각자 스크럼을 짜고 승리를 다짐했지만...


이날 박주영의 존재감은 없었다


히칼도와 권집 선수. 히칼도 선수는 이날 부진한 모습을 보여 후반 교체됐다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운동장을 응시하는 FC서울 코치진


서울 골키퍼 박동석마저 골포스트에 허리를 부딪히는 부상을 당하고...


서울의 수비수들은 전북의 거친 공격에 나뒹굴기 바빴다


3만 전북관중들은 전북의 엄청난 승리에 환호했으며...


전북 서포터들은 열광했다

믿지 못할 참패

비를 맞으며 열렬한 응원과 성원을 보내준 서울 서포터들은 4:0이라는 믿지 못할 점수 차로 팀이 패하자 울음을 터트리는 등 시종 침통한 표정이었다. 이들을 더욱 슬프게 한 것은 우승권에서 멀어졌다는 것이 아니라, 팀의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정신력과 투지의 실종,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가 전혀 엿보이지 않았던 서울 선수들의 플레이를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응원가와 노래로 선수들의 용기를 복 돋아 주는 모습을 보여, 진정한 지지자들의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런 이들의 모습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 서울 선수들의 행동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서울 서포터는 마지막까지 서울의 승리를 위해 노래 불렀지만...


서울 선수들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체 고개만 숙였다 


서울로의 귀향길


빗줄기는 더욱 강해져 버스의 창문을 마구 두드려 댔다. 기자가 탄 버스의 운전기사가 큰 점수차로 서울이 졌다는 것을 알고는 서포터들을 위로하기 위해 댄스가수의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등 분위기 전환을 위해 노력했지만, 이들의 가슴을 달래주는 데는 역부족인 듯 보였다. 피곤에 지쳐 잠이 들거나, 또는 방금 전 본 경기를 잊기 위해 억지로 잠을 청하는 모습에서 이들의 쓰린 가슴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은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FC서울 선수들이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 바로 그것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FC서울 힘내세요!^^ 괜찮아요. 고개 숙이지 마세요.."    




김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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