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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삼국지] '파란 백곰 형제' 이권준, 이권재가 함께 그리는 꿈-②

기사입력 2009.02.04 14:13 / 기사수정 2009.02.04 14:13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1에서 계속…) 언제나 함께…그래서 어색했던 헤어짐

형제라서, 누구보다 가까운 가족이라서 이 둘은 함께할 때 항상 즐거웠습니다. 이기면 같이 기뻐하고 지면 같이 슬퍼했고, 플레이에 대한 조언도 서슴없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돈독하게 커가던 형제의 운명은 강원랜드(現 하이원)가 창단하면서 판이하게 갈렸습니다.

강원랜드가 창단한 뒤, 선수 수급을 위해 이권재가 졸업하던 해에는 드래프트를 실시하지 않은 채 모든 졸업 선수를 강원랜드에 입단시켰습니다. 연세대 졸업 후 안양 한라에서 뛰고 있던 형 이권준과는 처음으로 동료가 아닌 적으로 맞서게 된 것입니다.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내에 단 두 팀뿐인 실업 아이스하키팀. 양 팀의 라이벌 의식은 불을 보듯 뻔했습니다. 쉽게 무승부가 날 수 없는 아이스하키라는 종목의 특성상 두 팀의 대결이 있는 날이면 자연스레 집의 분위기조차 미묘해졌습니다.

이권준은 "사실 난 내가 이겨도 별다르게 미안하거나 한 적은 없었는데, 권재는 강원랜드가 이기면 내게 되게 미안해했다. 강원랜드가 이기는 날은 집에 오면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그런 일이 학창 시절에는 없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일 수도 있다."라고 그때를 회상했습니다.

이권재도 "경기 중 분위기가 과열돼서 형이 강원랜드 선수랑 싸우기라도 하면 내 동료는 강원랜드 선수지만 그 선수가 좋게 보이지 않았다. 왜 우리 형에게 저러나. 싶었다. 강원랜드 선수들이 와서 형 욕이라도 하면 그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당시의 괴로움을 토로했습니다.

빙판에만 들어가면 유난히 거칠어지는 이권재의 경기 방식 때문에 이권준은 팀 선배들에게 "동생 교육 좀 똑바로 시키라."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야만 했습니다.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두 형제의 부모님 또한 괴롭고 괴로웠죠. 두 아들 중 어느 한쪽만을 응원할 수 없는지라 누가 이기든 지든지 간에 마음 놓고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차마저 따로 타고 이동하는 두 아들의 기분을 맞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 명이 기뻐하면 다른 한 명은 어두운 채였습니다.

경기 중에 마주치게 되면 그 '난감함'은 극에 달했습니다. 서로 매치 업이 되는 상황이 오면 퍽을 '버릴' 정도였습니다. 수비수인 이권준은 수비를 하는 둥 마는 둥 할 수밖에 없었죠. 서로 바라보면서 자신의 실력을 100% 발할 수 없었던 만큼 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번은 경기를 하다 이권재가 자신을 너무 화나게 했다는 이유로 다치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동생을 다치게 한 그 때 이권준은 자기 인생에서 가장 크게 혼났었다고 합니다. 그런 일들이 계속되면서 둘은 서로 맞붙는다는 자체가 어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난감함'이 계속되고, 이권준의 군 입대가 가까워 올수록 누군가 한 명이 다시 돌아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기회 아닌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권재가 강원랜드와의 재계약이 틀어지면서 안양 한라로 이적하게 된 것이죠. 또 다시 같은 유니폼. 그러나 고민도 많았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국내에는 아이스하키팀이 단 두 개뿐입니다. 그런지라 이적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죠. 이적이라는 자체가 '의리'를 저버린다는 인식마저 있었던 지라, 이적의 당사자였던 이권재에게는 더욱 큰 고민이었습니다. 그래도 전통 있는 팀에서 형과 함께하고픈 생각이 크기도 했고, 강원랜드와 맞지 않았던 이해관계 탓에 안양 한라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죠.

아직도 이권재는 가끔 하이원(前 강원랜드)을 ‘우리’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그래도 처음으로 입었던 실업팀의 유니폼이고 함께 동고동락했던 김희우 감독 이하 모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눈에 밟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어려운 발걸음을 돌린 만큼 안양 한라에서 첫 시즌은 힘들었습니다. 그동안 보여줬던 공격적인 모습은 여전했지만 포인트가 나지 않았죠. 4조까지 내려가는 수모를 겪으면서 마음고생도 심했습니다.

함께하는 마지막…그래서, 더 행복합니다

그러나 08-09시즌, 안양 한라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동안 강세를 보이던 일본팀을 제치고 처음으로 차지한 우승이라 그 기쁨은 어느 때보다 컸습니다. 형 이권준이 올 시즌을 끝으로 군 입대와 함께 스케이트를 벗을 예정이라, 형제가 함께하는 첫 우승이자 마지막 우승입니다.

두 형제는 유난히 기뻤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 함께할 수 있어서 남들보다 두 배는 더 기쁘게 다가왔던 승리였습니다. 이겨도 져도 항상 함께하고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지금이 이권준과 이권재에게는 가장 기쁜 시간입니다. 유난히 아저씨 팬이 많은 두 곰의 마지막 소원은 정규 우승을 지나, 최종 리그 우승까지 가는 것입니다. 그 기회가 둘 앞에 놓여있기도 하죠. 함께하는 둘의 꿈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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