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1.31 07:50 / 기사수정 2009.01.31 07:50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연아는 지금까지 내가 만나본 스케이터들 중 가장 재능이 넘치는 선수입니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
- 브라이언 오서(김연아 코치)
"그녀는 피겨스케이팅의 '토털패키지'입니다. 내가 해야 했던 건 그녀 스스로가 즐기는 점과 그것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뿐이었습니다"
- 데이비드 윌슨(안무가)
피겨스케이팅의 시즌도 이제 반환점을 돌아 종착역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2008~2009 시즌에 임하고 있는 '피겨 여왕' 김연아(19, 군포 수리고)에게 남은 대회는 4대륙과 세계선수권입니다. 그 중에서도 다음 주 2일부터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ISU(국제빙상연맹) 4대륙 피겨스케이팅대회는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4대륙 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브라이언 오서와 데이비드 윌슨, 그리고 어머니인 박미희 씨로 이루어진 '드림팀'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빙판에서 직접 연기를 펼치는 김연아의 뒤편엔 늘 이들이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김연아가 오서와 윌슨과 함께한지도 3년 가까이 되고 있습니다. 이 시간을 보내면서 이들이 이룩한 업적과 특별함을 얘기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기술적으로 완성된 시기, '토털패키지'가 되고 싶다
김연아는 10대 초반에 트리플 5종 점프를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주니어 시절에 기술적으로 완성단계에 접어들었죠. 주니어 시절 김연아를 지도한 지현정 코치는 "당시 연아는 기술적으로 거의 완성돼 있는 단계였다"라고 밝혔습니다.
기술적으로 완성된 김연아는 '특별한 표현력'이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표현력을 가지기 위해선 뛰어난 안무가 바탕을 이루어야 했죠. 어중간한 안무로는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점을 인지한 김연아 측은 세계적인 안무가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 캐나다 전지훈련에서 만난 데이비드 윌슨에게 주목을 하게 됩니다. 윌슨에게 끌렸던 것은 안무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아사다 마오(19, 일본)의 코치인 타티아나 타라소바와 안도 미키(22, 일본)의 코치인 니콜라이 모로조프도 김연아의 안무가로 잠시 언급됐었습니다.
그러나 윌슨의 안무는 남다르게 보였습니다. 데이비드 윌슨의 장점은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점이었죠. 그리고 구채점제에 익숙한 과거의 방식이 아닌 '미래 지향적'인 틀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딱딱하지 않고 매순간 재미있게 가르치는 윌슨의 지도방법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결국, 김세열 코치의 메일로 김연아는 윌슨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됩니다. 사람들에게 조금은 낯을 가리는 김연아는 윌슨의 지도방식에 빠른 속도로 익숙해져갔습니다.
그리고 김연아에게 내제돼 있던 다양한 표정연기와 손동작들이 새롭게 눈뜨기 시작했습니다. 안무가가 윌슨으로 결정되면서 김연아의 전지훈련지는 캐나다 토론토로 확정되었습니다. 그리고 훈련 링크장인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의 수석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와도 인연이 이어지게 됩니다.
캐나다는 물론, 남자 싱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로 추앙받는 오서는 남자 피겨의 황금기인 80년대에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었습니다. 그리고 김연아의 코치가 되면서 그도 새로운 길을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김연아가 크리켓 클럽에서 훈련하는 모습과 과정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가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오서와 함께 크리켓 클럽의 스케이팅 디렉터이자 피겨 해설가인 트레이시 윌슨은 김연아의 훈련에 대해 이런 의견을 남겼습니다.
"김연아의 훈련방식에 가장 인상적인 점은 스케이팅을 가다듬기 위한 모든 훈련요소에 집중하고 있었던 점이었어요. 그리고 세계정상급의 선수가 기본기에 대해 그토록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발언을 보면 스케이팅과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 고르게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본기의 중요성을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습도 엿볼 수 있죠. 피겨스케이팅과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 강점을 보이는 '토털패키지'는 쉽게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점프는 물론, 안무 소화력과 표현력, 그리고 스케이팅 기술과 스핀, 스파이럴에 이르기까지 김연아는 모든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훈련에 임했습니다. 이러한 점은 오서의 지도방식과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선수란 단지 쿼드 점프를 뛰는 선수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스케이팅 기술과 스핀, 그리고 플로우와 트랜지션을 고루 갖춘 선수를 뜻합니다"
드림팀의 첫 번째 업적, 우리와 함께 하는 동안 김연아는 흔들리지 않는다
지난달에 있었던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는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김연아의 실수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오가고 있지만 현존하는 여자 피겨선수들 중, 김연아만큼 '꾸준함'을 보여주는 스케이터들도 드뭅니다.
특히, 치명적인 부상을 겪은 선수가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해나가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불과 2007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안도 미키도 부상의 한파를 치르고 난 뒤, 서서히 지는 해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피겨선수로서는 치명적인 고관절 부상을 비롯한 여러 가지 부상에 시달린 김연아는 여전히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연아가 올 시즌 건강한 모습을 회복한 이유는 물리치료사들의 노력이 매우 컸지만 코칭스태프 진의 배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선수의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주는 코칭스태프의 노력도 김연아의 부상 완치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김연아의 트리플 점프 콤비네이션(트리플 플립 +트리플 토룹)은 주니어 시절부터 지금까지 흔들리지 않고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수년 동안 뛰어온 점프는 익숙할 것 같지만 사실은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김연아와 같이 치명적인 부상을 수차례 겪어온 선수에겐 더욱 그러하겠죠.
대회를 앞두고 좋은 점수를 따기 위해선 큰 기술 연마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김연아가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큰 이유는 '기본기'의 중요성을 늘 인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트레이시 윌슨은 "김연아와 같이 세계적인 선수가 더블 악셀과 기본적인 스핀을 열심히 모니터링하며 코치와 상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기둥이 튼튼한 건물이 쉽게 무너지지 않듯,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는 기복이 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도 꾸준하게 연습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잘되는 기술도 늘 소홀하게 다루지 않겠다'라는 신중함이 오늘날의 김연아를 완성시켰습니다.
현존하는 여자 피겨스케이팅 싱글 선수들 중,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로 수년 동안 1.5~2점의 GOE(가산점)을 챙겨온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합니다. '트리플 악셀' 구사여부가 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면밀하게 김연아의 기술을 분석해보면 트리플 악셀보다 훨씬 값어치가 높은 기술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오서 코치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김연아를 올바르게 이끌어왔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탑재가 부럽지 않은 이유도 이러한 증거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트리플 - 트리플 점프에서 토룹을 보세요. 보통 여자 선수들은 저렇게 점프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데 두 번째 점프인 토룹은 정말 대단합니다"
- 2007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 '록산느의 탱고' 중, 독일 중계진
"우리는 작업하면서 서로에게 많이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도 항상 그들에게 감사드리고 있어요"
- 브라이언 오서
* 하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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