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1.22 13:11 / 기사수정 2009.01.22 13:11
[엑스포츠뉴스=함준우] 겨울 이적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팀은 어디일까?
바로 '리얼 부' 맨체스터 시티일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는 카카의 이적료로 1억 파운드를 제시해 잉글랜드와 이탈리아는 물론 전 세계 축구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었다. 사실 카카의 이적건은 AC 밀란 구단주 베를루스코니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연출한 '쇼'라는 의견이 나오고는 있지만 이번 이적 시장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행보는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끌만 한 요소가 충분하다. 실제로 프리시즌에는 첼시를 상대로 한 호빙요 영입경쟁에서 승리했고, 각국의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연일 이적 루머를 양산해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시티가 지금은 언론의 화려한 주목을 받는 팀 중 하나이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그리 화려한 경력을 가진 팀은 아니다. 팀의 창설배경을 살펴보자면 1880년 창설된 St. Marks 팀이 전신으로, 1894년 팀 명을 바꾸면서 지금의 맨체스터 시티가 되었다.
1904년에는 볼튼 원더러스를 꺾고 FA컵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것이 팀 최초의 주요 타이틀 획득이 되었다. 하지만, 팀의 성적과는 별개로 고질적인 재정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 와중에 핵심선수들을 단체로 경매로 팔아야 했고 웨일즈 마법사 '빌리 메레디스'를 최대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뺏기기도 했다. 거기에 1920년에는 홈구장인 하이드 로드가 화재로 파괴되어 새로운 홈구장인 메인 로드를 지어야 했다.
팀이 맞이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다시 우승컵을 차지하는 데에는 정확히 30년이 걸렸다. 1933년에는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아쉽게 에버튼에게 패했고, 다행히 다음해에는 결승상대인 포츠머스에게 승리해 오랜만에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 기세를 몰아 1937년에는 팀 역사상 최초의 1부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동시에 원수와도 같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강등되어 팬들의 환호성은 더 커졌다.
기쁨도 잠시, 우승을 차지하자마자 1938년에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도 강등당하는 비극을 겪게 되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이 팀의 우승기회를 맞이하는 데에는 이른바 '레비 플랜'이 등장한 1955년까지 20년이 걸렸다.
레비 플랜은 팀의 전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중앙공격수 '돈 레비'의 이름에서 따서 지어진 명칭으로, 1950년대 절대자였던 헝가리의 축구스타일을 모방한 전술이다. 당시 대부분의 축구팀이 WM(3-2-5) 시스템을 근간으로 이른바 '뻥축구'를 구사할 때 헝가리는 4-2-4시스템을 구축했고 세계 최강팀으로 군림했는데, 이때 웸블리에서 벌어진 잉글랜드와 헝가리의 A 매치에서 잉글랜드는 6-3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당시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레스 맥도웰은 헝가리의 전술에 감명받고 돈 레비를 주축으로 하는 이른바 '레비 플랜'을 구사한다. 이를 바탕으로 맨체스터 시티는 1955년 FA컵 준우승을 차지하고 1956년 FA컵에서는 버밍엄 시티를 상대로 3-1 승리를 거둬 오랜만에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1963년에 다시 2부 리그로 강등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나타난 구세주가 맨체스터 시티의 전성기를 연 조 머셔 감독이다. 조 머셔 감독은 부임 첫 시즌인 1966년에 2부 리그에서 우승해 바로 1부 리그 승격을 이뤄내더니 1968년에는 1부 리그 우승을 차지한다. 또 트로피 진열대에 FA컵 트로피(1969년)와 리그 컵 트로피(1970년)를 하나씩 추가시킨다. 이어서 1970년 컵위너스컵에서 괴르니크 자브제를 2-1로 격파하고 팀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한다.
1974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한 마지막 리그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해 라이벌팀의 강등을 확정짓는 순간은 맨체스터 시티의 절정과도 같았다. 또한, 1976년에는 리그 컵을 따냈는데, 이 리그 컵은 팀의 마지막 우승트로피가 되었다. 길고 긴 침체기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1980년대 들어 잘못된 선수영입으로 고질적인 재정문제는 심화되었고 1983년과 1987년 두 차례나 강등당했다. 프리미어리그가 시작된 이후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아 강등과 승격을 밥 먹듯이 했다. 무엇보다도,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은 최대 더비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트레블과 리그 우승 행진을 지켜봐야만 했다.
반전은 2000년대가 지나고서야 다가왔다. 07-08시즌 시작 전 태국의 전총리 출신 탁신 치나왓이 구단을 인수하고자 나선 것이다. 이는 첼시의 로만 아브라모비치, 웨스트햄의 에거트 마그누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말콤 글레이져, 리버풀의 조지 질레트와 톰 힉스 등 프리미어 리그 구단을 소유한 해외 갑부들이 늘어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일부 팬들은 탁신의 도덕성을 문제 삼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오랫동안 기를 죽이고 살던 대다수 팬은 환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운 구단주가 에릭슨 감독, 엘라누, 페트로프 등을 영입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실행해 팀의 전력과 성적을 한층 상승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더비를 스왑하기도 했다.
08-09시즌 시작 전에는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탁신이 아랍에미리트 투자그룹의 술래이만 알 파힘에게 구단을 매각한 것이다. 그는 진정한 부를 보여주겠다며 유럽 제패를 목표로 내걸었다. 실제로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는 첼시로 갈 예정이던 호빙요를 3250만 파운드에 영입했고 숀라이트필립스, 조, 자발레타 등 수준급 선수들을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맨체스터 시티가 제2의 첼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첼시도 러시아의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부임 이후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신흥명문으로 발돋움했고 맨체스터 시티도 비슷한 행보를 걸을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하지만, 리그의 절반 이상을 소화한 지금 맨체스터 시티의 리그 성적표는 11위다. 강등권과 승점차이가 겨우 4점밖에 나지 않아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목표로 하던 당초의 계획에 비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애초에 첼시가 인수 당시 처한 상황과 맨체스터 시티의 상황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첼시는 로만의 인수 전에도 최정상급 클럽은 아니었지만 다섯 시즌 연속 유럽무대에 진출할 정도로 꾸준한 팀이었다. 또 지안프랑코 졸라를 주축으로 그 나름의 팀컬러를 보여주던 중상위 수준의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반면 맨체스터 시티는 맨체스터 내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보다 낫다는 인기와 영광 외에는 내세울 거리가 없었다. 실제로 탁신과 알 파힘 인수 전 5시즌의 성적을 꼽아보면 06-07시즌 14위, 05-06시즌 15위, 04-05시즌 8위, 03-04시즌 16위, 02-03시즌 9위로 중하위권 수준이었다.
물론 맨체스터 시티는 과거와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기대되는 구단이다. 구단주의 자금력이 기름이 마르지 않는 한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카카의 영입은 불발되었지만 다른 정상급 선수가 보강될 수 있다. 현재의 성적은 좋지 않지만 선수 하나하나의 능력은 수준급이기에 조직력이 다져지면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가 앞으로 만들어낼 이적 루머와 빛바랜 과거를 넘은 새로운 발자취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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